동남아 점령한 '국민 메신저' 라인…"글로벌 이용자 중심의 초현지화 방점"
(지디넷코리아=김성현 기자)“우리 이름을 건 여러 서비스를 네이버와 협업한 경우도, 상호 간 기술 교류도 계속하고 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전 세계 이용자를 아우르는 성숙한 플랫폼으로 진일보하겠다.”
올 초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 운영사인 라인플러스 기술 수장에 오른 권순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특정 국가에 국한하지 않은 글로벌 서비스를 만드는 데 내부 개발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순호 CTO는 2003년 네이버 전신인 NHN에서 출발해, 2011년 라인 일원으로 합류했다. 설립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메신저 외 사내 여러 서비스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성격을 띤 붐이나, 줌(ZOOM)과 유사한 형태의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 개발도 권 CTO 작품이다.
라인 서비스들의 공통분모는 이용 편의성 제고와 발 빠른 개선에 따른 품질 향상. 권 CTO는 “붐에서 대화방 개설, 문자·동영상·오디오 파일 등이나 VoIP 서비스 내 그룹·비디오·오디오 콜 등 기능을 각각 도입했다”며 “메신저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골몰해왔다”고 했다.
메신저에 일가견…"韓만 겨냥치 않아…글로벌 이용자 대상 '초현지화' 목표"
네이버에 적을 두기 전, 권 CTO는 PC통신 유니텔과 유아이엔·다음 메신저 개발을 담당하기도 했다. 메신저에 일가견 있는 그와 내수 시장 경쟁력 확보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현재 한국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톡이 점령하고 있는데, 개발자로서 라인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향을 설정했는지 궁금했다.
답변은 명료했다. 권 CTO는 “한국에 카톡이 있다면, 동남아시아엔 라인이 있다”고 했다. 일본 포함,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라인 월 이용자수는 2억명을 웃돈다. 라인에서 파생한 서비스까지 합하면 숫자는 더 불어날 것.
한국 이용자만을 겨냥한 별도 전략은 없다고 권 CTO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 글로벌 여러 국가 중 하나”라며 “전 세계 시장에 초점을 맞춰 (라인이) 생활형 서비스로 확장하게끔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또 “어느 지역에서든 이용자들이 네트워크, 통신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라인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게 지향점”이라고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권 CTO는 사용자인터페이스·경험(UI·UX) ‘초현지화’에 강조점을 둔다고 밝혔다. 2억명 이상이 쓰고 있는 라인의 지역별 UI 선호도가 다르며, 국가별 콘텐츠 구성과 이용 방식이 상이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동남아에서 서비스하는 라인 메인화면만 해도, 서로 다르게 구성됐다”면서 “직접적인 서버 트래킹 외 현지 개발자들이 사용자 취향을 데이터로 분석해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비스 장애 항시 발생 가능…책임 소재 묻기보단, '자산'으로"
라인플러스는 정보기술(IT)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분류되는 ‘네카라쿠배’ 한 축을 담당한다. 권 CTO는 사내 개발문화를 세 가지로 꼽았다. 책임감(Take Ownership), 열린 마음으로 지식 공유(Be Open), 그리고 구성원 간 신뢰와 존중(Trust and Respect)다. 이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본인 역할이라고 권 CTO는 말했다.
플랫폼 운영에 있어, 아킬레스건인 서비스 장애를 놓고 권 CTO는 "사업에 끼치는 영향이 커, 당연히 개발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장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했다. 장애 발생 책임을 묻기보다,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선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장애를 피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해결 과정을 내부에 알리며 신뢰성을 개선하는 작업을 병행하는 게 결국 기업 성장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다국적 개발자들이 한데 모인 라인에선, 실제로 '장애회고미팅'을 창구삼아 장애 문제 해결과 개선점을 논의해 나가고 있다.
"보안·프라이버시 문제 중요…데이터 완전 교환할 수 있는 기반 플랫폼 구축"
권 CTO가 보기엔, 개발자는 단순 기술 보고와 상품을 구현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고. 개발자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주체다. 예상치 못한 여러 난관에 봉착할 수 있는데, 이때 수반할 수 있는 보안상 문제 등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게 권 CTO 견해다.
서비스 다양화로 사업별 취급 데이터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엔 사업 시너지와 보안, 프라이버시 관련 사회적 요구사항이 공존한다. 권 CTO는 "계열사 내 보안 문제가 없도록 기업간 데이터를 완전히 교환할 수 있는 기반 플랫폼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내년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권 CTO는 "플랫폼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 강화도 중요하다"면서 "이용자들이 라인의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때 안심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인프라 마련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sh0416@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