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의 양면전략···공안 동원해 시위 막고, 백신 확대로 급한불 끄기
대학가 시위 예상지역 철저 통제
행인 신분증 검사·SNS 검열 강화
'시위촉발' 우루무치엔 보조금 지원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로 코로나19 봉쇄 반대 시위가 확산되자 중국 당국이 공권력을 동원해 시위를 통제하고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퇴진 운동으로까지 시위가 번지자 군중이 모이는 것 자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시위 관련 내용을 즉각 삭제하며 차단에 주력하면서도 불합리하다고 지적받았던 일부 방역 조치는 완화하며 민심을 달래고 있다. 기대와 달리 제로 코로나의 전면 후퇴는 없었지만 과도한 방역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시위대의 요구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29일 블룸버그통신 등은 전날 중국 당국이 시위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해 총력전에 나서면서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시민들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 메신저 등 온라인을 통해 시위 계획을 유포했으나 경찰은 베이징 하이뎬구 쓰퉁차오를 비롯해 시위가 펼쳐졌던 량마차오 일대와 베이징대·칭화대 등 대학가 주변 등 시위 예상 지역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이들 지역의 쇼핑몰은 조기에 문을 닫았고 거리의 조명이 일찌감치 꺼졌다. 경찰은 낮부터 행인들의 신분증이나 휴대폰을 검사하고 사진 촬영을 제재하며 영상녹화기 등으로 시민들의 모습을 채증하기도 했다. 산책하거나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경찰들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경고하는 모습도 보였다.
2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만 해도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우루무치 화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봉쇄 대신 자유를 원한다” 등을 외쳤던 모습에서 하루 만에 달라진 것이다. 공권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적극 차단한 모습에 베이징 시내 곳곳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상하이에서도 시위가 벌어진 우루무치중루 일대를 중심으로 차단 벽이 세워지는 등 경찰이 고강도 단속을 벌여 중국 주요 도시의 거리 시위가 전날에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경찰이 시위 참가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AFP통신은 이날 량마차오 시위에 참석했다는 한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 여성이 경찰의 전화를 받지 않자 경찰이 그의 친구 집으로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AFP에 “경찰이 내 이름을 말하며 량마허에 갔었느냐고 물었다”며 “그는 량마허에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몇 시에 갔는지, 어떻게 알고 갔는지 등 매우 구체적으로 물었다”고 말했다.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소셜네트워크 검열도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웨이신(위챗)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등에 ‘백지혁명’ ‘A4혁명’ 등 시위 관련 게시물은 실시간으로 삭제됐다. 이를 피해 중국에서 직접 접속이 불가능한 트위터 등에 시위 관련 영상이나 사진 등이 게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봉쇄 반대 시위와 관련해 검색을 하면 엉뚱한 음란물이나 도박 등의 콘텐츠가 나오는 사례가 급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 CNN 등에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고의로 여론 조작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민심 달래기에도 적극 나섰다. 시위 확산을 촉발했던 24일 아파트 화재가 발생한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에서는 저소득층 지원 대책이 나왔다. 우루무치시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득 수준이 낮거나 수입이 없어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300위안(약 5만 6000원)의 일회성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가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임대료 및 계약 기간 등과 관련한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에는 공공 분야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부연했다.
베이징시 방역 당국도 앞서 단단한 재질의 펜스 등을 활용해 소방 통로와 아파트 동별 출입구 및 아파트 단지 출입구를 막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원 역시 11일 발표한 정밀 방역 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며 과도한 방역은 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국은 화재와 방역 조치의 관련성을 부정했으나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광저우·충칭 등 일부 중국 도시에서는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완화하는 조치도 도입했다고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지역 등에 따라 1∼3일 간격으로 PCR 검사를 받아야 출근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며 검사를 받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다.
한편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지 말고 평화 시위를 보장하라는 등의 국제사회 목소리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어떤 권리나 자유든 법률의 틀 안에서 행사해야 한다”며 “중국은 법치국가이며 중국 국민이 향유하는 각항의 합법적 권리와 자유는 법에 의해 충분히 보장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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