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장애인 시청 '문턱' 낮출까
"국내 OTT 장애인 접근성 미흡"…비용은 고민
장애인의 OTT 이용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팔을 걷어 올렸다. 2025년까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주문형비디오(VOD)에도 장애인 방송 제공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OTT 사업자는 장애인 이용 문턱을 낮추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제도권이 장애인의 OTT 이용권 보장에 힘쓰는 배경에는 늘어난 장애인 OTT 이용자가 있다. 다만 토종 OTT의 배리어프리 콘텐츠 증가폭은 장애인 이용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장애인 이용자들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공량을 늘릴 계획이다.
"국내 OTT 장애인 접근성 미흡"
지난 23일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부가통신사업자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배리어프리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물리적인 장애물, 심리적인 벽을 제거하자는 움직임이다. 미디어업계에서 대표적인 사례는 '폐쇄형 자막(CC)'이 있다. 일반적인 자막과 달리, CC는 콘텐츠 속 화자의 대사부터 음악, 효과음 등 모든 소리를 활자로 구현한다.
박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개정안은 장애인을 위한 한국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 제공 노력을 위한 의무가 방송사업자를 넘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인 OTT 플랫폼까지 확대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OTT 이용은 크게 늘었지만 장애인 시청자를 위한 사각지대는 그대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발표한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국내 OTT의 장애인 접근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주요 OTT 중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넷플릭스고, 국내 OTT는 배리어프리 서비스 제공이나 장애인 접근성이 미흡한 편"이라고 지적했다.해외는 AI가 페쇄형 자막 만드는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따르면, 국내의 OTT 중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는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모든 소리를 CC로 제공하고 있다. 자체 제작 콘텐츠인 '오리지널' 작품은 화면해설(AD), 텍스트 음성 변환(TTS)도 지원하고 있다.
화면해설은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몸짓 등과 같이 음향 없이 처리되는 영상을 소리로 해설하는 서비스다. 텍스트 음성 변환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반면 토종 OTT의 배리어프리는 걸음마 단계다.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CJ ENM 채널의 콘텐츠 약 1400개의 에피소드에 CC를 제공하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1600개 정도의 에피소드에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웨이브는 34개의 작품에 CC를 적용했다. 회사는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에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올해까지 80여 편에 배리어프리 요소를 적용할 예정"이라며 "향후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자동 번역을 적용해 폐쇄형 자막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국내 OTT의 배리어프리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부족한 인력과 높은 비용 때문이다. 2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해외 OTT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OTT의 투자여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는 AI를 통해 폐쇄형 자막을 만들지만 국내 사업자의 대부분은 사람이 일일이 자막을 입력하고 싱크를 맞춘다"며 "특히 일정 기간 제공되는 라이선스 콘텐츠의 경우 계약이 끝나면 제작된 CC 등은 쓸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국내도 폐쇄형 자막 의무화 추진
현재 OTT 사업자는 폐쇄형 자막을 비롯한 배리어프리 서비스 제공 의무가 없다. 정부는 2012년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 사업자에 대해 실시간 방송 중 일정 비율을 장애인 방송(화면해설·폐쇄형 자막·수어)으로 편성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OTT를 비롯한 비실시간 방송 사업자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규정에서 제외됐다.
국내와 달리 해외 일부 국가는 OTT를 비롯한 모든 방송 사업자가 장애인의 방송 접근성을 의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 법률을 제정해 폐쇄형 자막 제공을 의무화했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는 최대 100만달러의 벌금을 문다. 영국도 '디지털 경제법'을 통해 TV·OTT 콘텐츠에 자막 80%, 화면 음성 해설 10%, 수어 5% 제공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러한 해외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OTT 배리어프리를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가 힘을 쏟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소외계층을 위한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장애인 방송 제작을 비실시간 방송 사업자(OTT, VOD 등)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최현서 (stringstand@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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