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송일국 "신인 시절 모습 떠올라 울었죠"

조재현 기자 2022. 11. 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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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줄리안 마쉬 役…"노래 부족하지만, 목표는 홍광호"
무대 연기 갈망…"'무대에 두 발로 선다'는 느낌 이제 알 것 같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줄리안 마쉬 역을 맡은 배우 송일국. (씨제스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작품 마지막에 여주인공 페기 소여에게 '누구에게도 너의 온 마음을 다 주지는 마. 난 너의 여린 마음이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라는 대사를 해요. 그런데 오루피나 연출이 이 대사를 신인이던 나에게 하는 것처럼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하니 울컥했어요. 단 한 번도 작품을 하며 운 적이 없는데, 이번엔 많이 울었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속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의 배우 송일국(51)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한층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라운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이 3번째 출연이지만, 연출이 바뀌면서 작품의 이야기적인 면에 더 집중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배우로서도 껍집을 깨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미국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의 대명사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각종 역경을 딛고 제작진과 배우 등이 합심해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를 완성하는 과정을 담았다. 1980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5000회 공연을 이어가는 스테디셀러다. 국내에서도 1996년 초연한 후 26년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모습. (샘컴퍼니 제공)

특히 작품 속 배경은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최근 공연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페기 소여가 작품 속 앙상블에서 주연으로 올라서는 과정 또한 2018년 공연에서 앙상블을 맡았다가 이번 시즌에 페기 소여로 발탁된 배우 유낙원의 실제 스토리와도 닮았다.

"이 작품은 결국 배우들의 이야기예요. 저도 배우가 된 후 4~5년간 무명일 때가 있었죠. 작품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페기 소여에게 마지막 대사를 할 때 신인 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렸죠."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이지만, 노래 보단 화려한 탭댄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속 줄리안 마쉬에게 주어진 넘버도 단 2개에 불과하다. 춤을 추는 장면도 따로 없다. 송일국은 대신 연기력으로 극 전체를 끌어간다.

지난 2016년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송일국은 사실 소름 끼치는 가창력을 선사하는 유형은 아니다. '주몽', '바람의 나라', '장영실' 등 그간 출연한 드라마에선 영웅적 면모를 뿜어냈지만, 노래 앞에선 여전히 작아진다. 연습 때 실력마저 본 공연에서 나오지 않아 속상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목표는 뮤지컬계 흥행 보증수표 홍광호다. 홍광호의 노래가 100점이면, 85점은 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2막에서야 제 솔로 넘버가 처음 등장하는데, 1막에서 소리를 지르는 신이 많아서 연습할 때만큼 노래가 안 나와요. 연습실에선 최고 87점이라면 공연에서는 70점을 넘긴 적이 없어요."

그래서일까. 커튼콜 때도 가능하다면 인사 순서를 페기 소여에게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 번도 떳떳하게 커튼콜에 임한 적이 없어요. 노래는 물론 연기 등 다양한 면을 따졌을 때 만족스럽지 않아서요. 줄리안 마쉬가 가장 마지막에 나와 인사를 하는데, 사실 이 공연의 주인공은 페기 소여죠. 제가 마지막이라 그게 미안할 정도예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줄리안 마쉬 역을 맡은 배우 송일국. (씨제스 제공)

그렇기에 송일국은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작품을 위해 체중도 12㎏이나 감량했고, 부족한 점을 메우려 본인 출연 회차를 촬영해 보고 또 본다. 일본에 가 있는 오루피나 연출에게 영상을 보내 연기 지도도 받는다.

"초연 이후 꾸준히 보컬 레슨도 받고 있어요. 이번 시즌 공연 후 달린 댓글을 봤는데, 욕은 많이 줄었어요. 2016년, 2020년에 이 작품을 할 때는 노래를 너무 못해 지인들에게 보러 오라고 말하기도 민망했죠. 이젠 중간은 가는 것 같아요."

송일국은 아직까지는 TV와 스크린이 더 익숙한 배우다. 매체 연기로는 정점을 찍었으나 뮤지컬, 연극 무대에는 많이 서지 못했다. 연극 데뷔작은 '나는 너다'(2010)다. 항일운동가 안중근과 그의 차남 안준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서 송일국은 주인공으로 1인2역을 맡았다. 이후 블랙코미디 극 '대학살의 신'에 선 게 전부다.

하지만 최근엔 무대 연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는 "늦바람이 들었다"며 웃었다. 탈락을 무릅쓰고 뮤지컬 오디션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도 노래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다. 기회만 있다면 연극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처음 무대에 섰던 그 순간을 못 잊겠어요. 쟁쟁한 선배들과 같은 공간에 있었던 순간이 너무 행복했죠."

올해 연기 데뷔 만 24년을 맞은 송일국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비로소 걸음마를 뗀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첫 연극을 할 때 박정자 선생님이 '배우가 무대에서 두 발을 딛고 서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말씀을 해줬는데, 10여년이 흘러서야 그 의미를 조금 알게 됐어요. 전에는 무대에 서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었는데, 처음으로 두 발이 무대를 안정적으로 딛고 있는 느낌입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줄리안 마쉬 역을 맡은 배우 송일국. (씨제스 제공)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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