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트 깜짝 인수 나선 MBK … 2조원대 베팅

강우석 기자(wskang@mk.co.kr) 2022. 11. 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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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컨소시엄 인수 무산되자
재빨리 나서 우선협상자로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치과용 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를 인수한다. 거래가격은 2조원대 중후반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앞서 GS그룹·칼라일그룹 컨소시엄의 인수가 무산되자 발 빠르게 물밑 협상을 진행해 깜짝 인수자로 떠올랐다.

29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이날 메디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양측은 연내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내년 초 거래 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매각 대상은 창업자 장민호 교수, 임직원과 유니슨캐피탈이 보유한 메디트 지분 100%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대표 주관 업무를 맡았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MBK가 메디트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빠른 속도로 진전시켰다"며 "양측 모두 연내에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MBK가 써낸 가격은 2조원대 중후반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GS그룹·칼라일그룹 컨소시엄이 써낸 가격(3조원)보다 10% 넘게 낮은 수준이다. IB업계에선 메디트의 최근 실적이 악화된 점이 거래가격 하락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메디트의 지난달 실적은 회사 측이 제시한 목표치 대비 절반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 추이를 봤을 때 3조원 이상의 거래가는 과도하다는 여론이 인수후보군 사이에서 지배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IB업계에선 MBK의 이번 행보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MBK 이름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찰 과정에선 GS그룹·칼라일그룹 컨소시엄과 KKR, 블랙스톤, CVC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본입찰 단계에서는 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CPPIB)도 참전을 숙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메디트 인수를 타진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말이었다. 메디트와 GS컨소시엄 간 우선협상 기간이 종료된 직후였다. 올 상반기 내내 메가스터디교육과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인수를 동시에 검토한지라, 투입 대비 산출을 고려해 메디트 입찰전엔 뛰어들지 않았었다.

 MBK는 뒤늦게 합류했지만 특유의 발 빠른 의사결정으로 메디트 인수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유니슨캐피탈과 다른 후보군 사이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 매각 측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거래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다른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MBK가 별도의 자문사 없이 관련된 의사결정을 대단히 빠르게 했다"며 "펀드 자금 여력도 충분한 만큼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MBK의 투자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2020년 조성한 5호 블라인드펀드(65억달러)의 소진율이 3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특수 상황에 투자하는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18억달러)도 결성했지만, 이번 거래는 경영권 인수(바이아웃)에 해당하기 때문에 블라인드펀드의 자금이 활용된다. 미소진자금(드라이파우더)이 풍부한 만큼 인수금융으로 인한 차입 부담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현재 만기 2~3년 인수금융 금리가 연 7%를 넘고 있어 내로라하는 사모투자펀드(PEF)조차 거래를 마무리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MBK는 별도의 전략적투자자(SI) 없이 이번 거래를 완주할 계획이다.

 MBK는 지난 1월 초 부산 소재 신발섬유 제조사 동진섬유와 경진섬유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지난해 11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거래였으며 5호 펀드의 첫 번째 투자처이기도 했다. 이번 거래의 양측이 다음달 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최종 클로징은 내년 초순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MBK는 메디트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고령화사회 국면에서 헬스케어 산업의 잠재력이 커진 만큼 긴 호흡으로 봤을 때 메디트 역시 성장 궤적을 그릴 수 있다고 봤다.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 메디트는 3차원(3D) 치과용 구강스캐너 기술 기업이다.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장민호 씨가 창업자다. 국내 PEF 유니슨캐피탈이 3년 전 지분 50%+1주를 약 3200억원에 인수하며 주요 주주로 합류했다. 당시 주우식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이끄는 신생 펀드(옐로씨매니지먼트)도 메디트 인수를 돕고자 펀드를 결성해 참여한 바 있다.

 메디트는 유니슨캐피탈을 주주로 맞이한 뒤 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영업조직을 신설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결과다. 주력 제품인 'i500'에 이어 지난해 신제품 'i700'을 내놨다. 현재 구강스캐너 시장에서 메디트는 전 세계 3위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디트의 매출은 2019년 722억원에서 지난해 1906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회사의 현금창출력을 뜻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67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유니슨캐피탈은 메디트에 투자할 당시 기업가치를 약 6500억원으로 평가했다. 매각이 성사되면 3년 만에 5배 가까운 가격에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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