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이승기 정산 논란 케이팝의 망신

2022. 11. 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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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이승기의 음원 수입이 '0'원이라는 주장이 나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처음 한 매체에서 그런 내용을 보도한 것인데 뒤이어 이승기 측에서 그 보도내용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소속사 측에서 '입장 표명을 자제'한다고 발표해서 의혹이 더 커졌다. 억울하면 바로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억울하다고 하지 않는 소속사에 대한 의심이 커지던 무렵 소속사의 두 번째 입장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진실공방이 시작됐다. "2021년 재계약 당시에 정산 내역 등을 쌍방 확인하여 금전적 채권 채무 관계를 정산하였고 합의서까지 있다"고 했다. 이승기에게 지급한 "상당한 액수의 수익 정산 내역을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하면서, 그간 큰 액수의 음원 수익 정산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소속사의 발표는 음원 수익이 0원이었다는 최초 보도 및 이승기 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었다.

28일에 이에 대한 이승기 측의 입장이 나왔다. 소속사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내용이다. 음원 수익을 받은 적이 없고, 소속사가 음원 수익의 존재 자체를 고의로 숨겼다고 했다. 2021년에 작성된 합의서는 음원 수익이 아닌 부동산 투자금 47억 원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이 투자금에 대해서도 소속사 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이승기씨의 경험부족과 미숙함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소속사가 이승기의 미숙함을 이용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양측이 서로 상대방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소속사의 말이 맞는다면 이승기는 손으로 해를 가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이승기 측이 말이 맞는다면 그 반대가 된다. 황당한 건 이 사건이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다. 음원 수익 내역과 정산 내역서로 손쉽게 확인될 일이다. 이런 일로 둘 중의 한쪽이 거짓을 말한다는 점이 어이없다.

이승기 측은 28일 입장에서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법적 대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진실이 법정에서 가려지게 될 텐데, 그것과 별개로 이런 논란 자체가 충격이다.

대중음악계 정산 논란은 과거에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한류 시대다. 대형 한류 기획사들은 과거와 달리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 그렇다보니 음악계 전체가 과거보다 투명해졌다고 많은 이들이 믿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스타와 중견 기획사조차도 이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이 나타났다.

그간 양 측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제3자가 알 길은 없지만, 일반적인 회사들에선 매년 수익내역서를 공유하면서 정산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승기 소속사 측에서 2021년에 정산 내역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걸로 봐선, 최소한 그 전까진 내역 확인이 매년 이루어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 2021년 정산 여부와 별개로 이 자체가 불투명한 업무 형태다. 적시에 꼬박꼬박 내역이 확인되지 않으면 분쟁의 씨앗이 남는다.

최근에 한류 아이돌인 이달의 소녀 멤버 츄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터졌다. 갑자기 소속사에서 츄를 퇴출시킨다고 알렸다. 츄가 스태프에게 갑질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소속사에 의혹의 시선이 쏟아졌다. 보통 갑질 논란이 크게 터지면 소속사가 한참 고심하고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최종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츄는 그런 논란이 없었는데 갑자기 소속사가 퇴출 발표를 한 것이다. 사람들은 츄가 정산 문제를 제기하자 소속사가 츄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 사안 역시 진실을 제3자가 알 순 없다. 하지만 여기서도 정산이란 단어가 등장한다는 점이 공교롭다. 이달의 소녀 정도면 톱급은 아니어도 한류스타라고 할 수 있고, 그중에서도 츄는 최근 방송과 광고 등에서 많이 활약했던 떠오르는 신예다. 이런 정도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 아이돌에게도 정산 관련 논란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산 의혹이 연이어 터지는 건 케이팝의 망신으로 이어진다. 이승기 논란 언론보도에선 '노예계약'이란 단어가 등장했는데, 사실여부와 별개로 이런 말 자체가 한국 뮤지션들의 위신을 추락시킨다. 대중음악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싸늘해질 것이다. 케이팝을 선망하는 팬심도 약화된다. 만약 미지급이 사실이라면 다른 연예인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경영이 확립돼야 케이팝의 선진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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