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칼럼] 윤 대통령이 새겨야 할 세 가지

2022. 11. 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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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부국장 겸 정치정책부장

불통과 오만, 독주는 정권의 실패 공식이다. 예외가 없었다.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독주한 오만한 정권에 국민은 가차없이 등을 돌렸다. 민심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보수나 진보나 정권을 잃는 과정은 판박이었다. 탄핵을 부른 박근혜 정권이 그랬다. 반시장 정책으로 끝까지 국민을 갈라치기 한 문재인 정권도 같은 길을 걸었다.

출범 6개월을 넘긴 윤석열 정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묶여있다. 대통령제에서 국정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40%에 가본 게 까마득하다. 애당초 35%의 진보세력이 반대편에 견고한 성을 쌓고 있어 출발부터 쉽진 않았다. 그렇다고 정치환경이 시종 불리한 건 아니었다. 이태원 참사가 돌발하기 전까지는 오히려 유리한 국면이었다. 북한의 노골적인 도발로 급부상한 안보 이슈는 보수 결집의 호재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라는 여권 프리미엄까지 누렸다. 지지율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였지만 살리지 못했다.

정권 출범 초 지원군이었던 중도층 이탈로 위기를 자초한 건 윤 대통령이었다. 부실인사와 거친 말, 당 대표를 겨냥한 문자파동, 성난 여론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 뻣뻣한 자세가 민심 이반을 불렀다. 만회 기회가 있었지만 부실한 대응이 문제였다. 성난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가 화를 키웠다. 윤 대통령이 여러번 조문하고 조계종 방문 때 사과의 말을 했지만, 국민은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스타일은 오만과 불통 이미지로 비칠 우려가 있다. 국민의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 진짜 위기가 왔다. 이태원 참사가 계기가 됐다. 이제까지의 단편적 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리더십 불신에 정부 실책이 겹쳤다. 경제상황은 최악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낮다. 진보진영은 현 정부 흔들기에 올인하고 있다. 민주당의 총공세에 노동계가 총파업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자칫 대응을 잘못하면 정권 위기로 비화 할수도 있다. 이제까지의 방식으로 어물쩍 넘길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 지지를 회복해 위기를 넘기려면 획기적 자세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리더십 정립이 절실하다. 세 가지를 새길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 돼야 하고 쓴소리를 즐겨야 한다. 쇄신인사도 늦출 수 없다.

불통 이미지를 깨기 위해선 '검사스러움'에서 벗어나 정치인다워져야 한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인 동시에 최고의 정치 지도자다. 정치인이 되려면 두 가지는 기본이다. 신중한 말과 낮은 자세다. 검사는 묻는 직업이고 갑의 위치에 있다보니 잘못을 인정하는데 익숙치 않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는 정반대다. 답하는 자리고 수시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다. 대통령의 말은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다. 절제된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이유다. 말은 줄이되 국민에게 감동과 비전을 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정치인은 사과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사과는 민심을 바꾸는 유용한 수단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인이었다면 여러 차례 사과를 통해 크고 작은 위기를 넘겼을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진정성 있는 사과는 국민의 분노를 단번에 누그러뜨릴 수 있다. 사과의 기술은 정치인의 능력이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는 보약이다. 많이 들을수록 좋다.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을 해답도 여기에 있다. 쓴 소리에 대한 일화다. "대통령이 1년차에는 충신이라고 칭찬하다 임기 중반엔 듣기 싫어 고개를 돌리고 말년엔 화를 낸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 얘기다. 시간이 갈수록 주변에서 쓴소리 대신 아부만 하니 대통령이 점점 민심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적어도 지금은 여기 저기서 쓴소리를 구해야 할 시기다. 낮은 지지율에 이태원 참사와 심각한 경제 안보 위기까지 겹친 상황이다. 쓴 소리 소통을 늘려야 한다. 대통령이 쓴소리를 멀리하면 참모들이 입을 다물게 된다. 민심의 통로가 막히는 건 불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쇄신인사는 난국 타개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민심이 등 돌린 가장 큰 이유가 부실인사였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선 연말에 청와대와 정부의 파격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인사를 위해 인재풀을 대폭 넓혀야 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재창 부국장 겸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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