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블] 2008년 금융위기와 건설주 회고

가필드 2022. 11. 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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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주택 경기 부진이 건설사에 영향을 줬던 과정을 회고해볼까 합니다.

부동산PF가 고금리와 유동성 위기로 문제가 되면, 미착공 PF와 미분양(착공PF) 두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미착공 PF

PF는 미착공과 착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리스크(위험)가 큰 것은 미착공PF(브릿지론)입니다. 착공PF는 분양 후라면 미분양에 포함이 되어 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는데, 미착공은 착공되기 전까지는 리스크 규모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미착공PF는 입지가 좋지 않아 미착공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착공되기 전까지는 계속 롤오버(roll-over·이월)되어야 하는데, 유동성 위기로 차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환이 되더라도 높은 금리로 차환이 되니 금융비용이 증가하여 사업성이 악화됩니다. 금융비용이 증가하면 이익이 줄고, 열악한 재무 상태를 가진 시행사 입장에서 사업에 적자까지 나면 감당할 수 없겠죠. 이를 금융기관(대주단)도 알고 있고요. 그래서 차환에 실패하거나 시행사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지면 시공사인 건설사가 대여금 형식으로 자금 지원을 해주거나, 직접 PF를 인수하게 됩니다. 대여를 해주게 되면 우발채무였던 PF보증이 대여금 형태로, 직접 인수하게 되면 사업용 토지로 재무제표에 계상(on-book)되죠.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손충당금이나 그동안 누적된 금융비용, 하락한 토지 시세를 반영해 상각이 발생하면서 손실도 생깁니다. 원칙적으로는 시행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었지만, 시행사의 열악한 재무구조로 결국 보증을 선 건설사가 대신 부담을 한 것이죠.

◇ 미분양

주택경기가 부진하면 미분양이 증가합니다. 특히 2008년에는 미분양 부담이 큰 상태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주택경기 호조로 새 아파트 프리미엄이라며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가가 형성되는 경우가 성행하였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예고했습니다. 고분양가는 고마진을 의미하죠. 이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시행사와 건설사는 미분양이 많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고분양가에 밀어내기식 분양을 많이 했습니다. 2008년 초 12만호였던 미분양은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악화로 연말인 12월 16만5000호까지 증가합니다. 특히 지방이 큰 문제가 되었죠. 다행인 것은 현재는 당시의 1/3에도 훨씬 못 미치는 4만1600호(올해 9월 기준) 수준입니다. 주택경기 부진으로 향후 미분양이 증가하더라도 절대 규모가 2008년과 비교해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미분양이 증가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유의해서 봐야하는 부분입니다. 미분양이 많다는 것은 공사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어 매출이 늘더라도, 공사미수금이 증가하고 현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분양률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 이하면(평균 70% 안팎), 건설사는 PF대출이나 자체 보유한 자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게 됩니다. 분양률이 낮으면 중도금 무이자, 중도금 납부 기간 연장 등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이 또한 시공사에는 부담입니다. 완공 후에도 미분양이 있으면 할인분양을 하게 되고, 이는 매출 차감이나 대손충당금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는 쌓여 있는 공사비(공사미수금) 대신 미분양 주택을 건설사가 인수하게 되면서, 시세를 반영하여 상각이 이루어집니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세대수 추이

◇ 건설사 재무 상태에 주는 영향

미착공PF와 미분양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건설사들은 PF·미분양 인수나 대여금 형태로 자금 지원을 해주면서 운전자본과 자산이 증가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차입금도 증가하면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됩니다. 관련 비용의 반영 시기에 따라 적자가 날 수도 있고, 이익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결국 몇 년간 자본(book)의 증가도 어려워지죠. 그래서 기업의 재무상태가 중요합니다. 기존에 부채비율이 높았던 기업은 차입금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커지게 되고, 금융위기에 이를 감당하지 못했던 주택 중심의 건설사들이 부도가 많이 났습니다.

◇ 과거 vs 현재

위의 과정들은 2008년 이후 몇 년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현재 미분양의 절대적인 규모는 당시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분양이 급격히 늘어난다면 향후 유동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죠. 지난 번에 부동산PF에 대해 말씀드렸었는데, 2008년 대비 절대적인 PF 규모는 작아졌습니다.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건설사들은 모든 책임을 지는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 대신 자금보충, 책임준공 등 제한적 형태의 신용보강으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4대 대형 건설사 합산 기준이기는 하지만, 아래 표에 나와있듯이 PF대출 잔액은 2008년 12조8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4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대신 책임준공 확약이 증가했습니다. 책임준공은 계약 일정에 따라 공사비가 지급되는 경우 건설사가 건축물을 완공할 의무를 지는 것인데, PF구조에서는 공사비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건설사의 책임으로 사전에 정해진 공사 기간 내에 건축물을 준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책임준공에서는 준공 위험만을 분담하므로, 과거보다 PF 리스크는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건설사 PF대출잔액 합산 추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금리 인하로 대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급격하게 금리 인상이 이루어져 수요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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