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ESG 경영의 방아쇠

2022. 11. 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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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기업은 NGO처럼 NGO는 기업처럼 일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를 인용하며 쟁쟁한 환경운동가들 앞에서 환경재단 사무국장으로 첫인사를 했다. 2002년 5월 20일 월요일, 그날 아침의 싸한 공기를 기억한다. 기업의 성공을 돕는 교육컨설팅 회사에 다니다가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고, 환경단체에서 커리어의 제2라운드를 시작하는 순간이라 멋 좀 부렸는데 반응이 하도 냉담해 머쓱했었다.

재단이 설립되기 전 입사하여 사무실도, 사람도, 돈도 없이 환경운동연합 빈 책상에서 메뚜기를 하며 환경운동의 역사를 공부했다. 한 가지 의문은 왜 우리 기업들은 환경문제 해결에 동참하지 않았을까 의아했다. 그래서 환경재단을 출범하며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손잡고 기후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제안을 했다. 쟁쟁한 기업가들이 참여한 이사회에서도 이제 우리도 중립적으로 기업과 연대할 NGO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 격려했지만, 환경단체가 기업 후원을 받는다고 신문에 날 정도로 초창기엔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런데 환경재단 창립 20년을 맞은 지금 피터 드러커의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ESG 돌풍이 바로 그것이다.

창립 때부터 재단의 정관에는 환경경영 컨설팅이 주요 사업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기업 자문을 종종 해왔다. 사실 험난한 경영 현장에서 ESG라는 새로운 요구를 받게 되면 이건 또 뭐냐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기업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대로 기업이 NGO처럼 일한다는 건 확고부동한 미션, 사명감이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업은 무엇이며, 이 업에 기반하여 우리 조직의 지향점은 어디인가를 밝힌 것과 아닌 것은 격랑 속의 뗏목과 모터보트의 차이라고나 할까.

마침 HBR 2022년 11월호에는 맥킨지 ESG 경영고문 브루스 심프슨이 '기업이 NGO와 협력하는 방법'에 대해 썼다. 요약하자면, 과거에는 기업이 NGO와 협력하는 것이 매우 낯설었다. 그러나 기업이 ESG 과정에 방아쇠를 당기려면 비영리와의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해졌다. PR나 브랜딩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사업을 키우고 싶거나 문제에 봉착했을 때 비영리조직과 협업 과정을 통해 비영리조직의 DNA라 할 수 있는 사명 중심의 프로세스를 내면화하라. 이 파트너십이 잘 실행된다면 시장에서 더 신뢰를 얻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줄이고 사회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어떤 기업이 ESG 여정을 시작하거나 ESG 성과를 개선하고자 하는 경우 NGO와의 파트너십은 가치도 있고 실익도 있으니 활용하라 권한다.

ESG 경영이란 지구의 지속가능 관점에서 기업의 과를 줄이고 공을 키우는 일이 아닐까. HBR에서 기업과 NGO의 협력을 다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협력하여 선을 이루자.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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