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법과 원칙 세워야"···노동개혁 신호탄 쐈다

세종=양종곤 기자 2022. 11. 29.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 업무개시명령 발동]
불법파업 엄정대응 원칙 천명
"개인 위해 국민 볼모 삼아선 안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도 밝혀
'조 단위' 총파업 피해액 이어지고
'冬鬪 핵심동력 될라' 우려도 작용
어명소(앞줄 왼쪽) 국토부 2차관이 29일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앞에서 조합원에게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고 있다. 단양=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가 29일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낸 것은 산업계를 볼모로 한 집단 운송 거부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계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 노동 개혁에 대한 입장까지 밝혔다. 파업에 대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등 노동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개시명령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며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앞으로의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스탠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정부를 반노동 정부로 비판하던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업무개시명령도 수용할 수 없고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30일 2차 교섭에 나서지만 1차 교섭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도 이번 결정에 대한 대응 방향 논의에 착수하는 등 당분간 노정(勞政) 구도는 강 대 강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연대는 여러 노조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힌다.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비조합원에 대해 일부 조합원이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일도 발생할 정도다. 윤 대통령 또한 이날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면서 업무개시명령 발동 배경에 불법행위가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화물연대가 강성 노조가 된 배경으로는 근로자가 아닌 화물기사로 모인 단체라는 점이 꼽힌다. 개별 사업장에서 사측과 갈등을 풀기 어려워 전국 단위 물류 운송을 멈춰야 대정부 협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연대 총파업은 연례적이고 일어날 때마다 조 단위의 피해를 입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화물연대 총파업은 다섯 차례 발생했다. 다섯 번의 총파업 중 네 번은 조 단위로 피해 금액이 불어났다. 이 가운데 2012년 2차 총파업의 피해는 9조 6300억 원에 달했다. 단순히 물류 차질을 넘어 원자재 수급과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파업 일수가 늘수록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요구 조건을 계속 들어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올해 총파업은 6월에 이어 11월까지 한 해 동안 두 번이나 일어나면서 정부가 협상을 이어갈 시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화물연대와 정부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당초 교섭 의지가 없었다’는 불신의 시선까지 보낸다. 화물연대는 “정부는 우리에게 귀족 노조 프레임을 꺼내고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 전부터 강경 진압의 명분을 쌓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6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2조 원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번처럼 육상 화물 분야 위기 단계를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격상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화물연대를 현재처럼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한다면 총파업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정상적인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장하지만 화물연대 총파업의 경우 쟁의행위가 아닌 집단 운송 거부로 규정한다. 정부는 이번 총파업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민형사상 면책이 가능한 적법한 파업으로 판단하지도 않는다. 화물연대는 요구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총파업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노동계 동투(冬鬪)의 핵심 동력이 된 점도 우려를 키운다. 30일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다음 달 2일 전국철도노조의 총파업과 연대 투쟁이 이뤄질 경우 물류 대란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화물연대 상급인 민주노총은 30일 긴급 임시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 방향을 결정한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