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소개하고 직접상장 …'이해상충' 거래소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2022. 11. 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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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시장 새판 짜기 ② '사각지대' 가상화폐 시장
빗썸드롭스, 국내선 허용안된
코인 공모로 사실상 상장 참여
공시업체가 특정 사업에 합류도
증권시장 기관별로 분리된 기능
코인시장선 거래소에 집중돼

"요즘 같은 하락장에도 무조건 이익을 떠먹여주는 건 빗썸드롭스밖에 없다." 최근 코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빗썸드롭스가 인기다. 빗썸드롭스는 지난 5월 빗썸이 새롭게 시작한 서비스로, 자사 고객들이 클레이튼(KLAY)이나 바이낸스코인(BNB) 같은 코인을 빗썸에 일정 기간 예치하면 다양한 제3의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빗썸드롭스를 이용한 투자자들은 모두 대박이 났다. 빗썸은 지금까지 두 번의 이벤트를 했다. 첫 번째 이벤트로 상장한 알타바는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13일까지, 두 번째인 아치루트는 7월 3일부터 8일 1일까지 투자자를 모집했다. 모집 종료 후 각각 7월 3일과 11월 23일 빗썸에 상장됐다.

두 코인 모두 상장 당일 크게 올랐다. 알타바는 최고 1880%, 아치루트는 1685% 상승했다. 알타바의 경우 상장 당일 최고가가 8800원에 달했는데, 공모금액 중 예치한 금액의 비중만큼 알타바를 받을 수 있었던 걸 감안하면 300만원 정도의 클레이를 빗썸에 맡겨만 두면 403만원을 벌 수 있었던 셈이다. 맡겨놓은 클레이도 돌려받을 수 있는 건 덤이다. 많은 고객들이 최근 빗썸에 몰려간 배경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빗썸드롭스가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은 '거래소 코인 공개(IEO)'를 닮았다는 점이다. IEO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체 기준에 따라 선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방식이다. 기존 코인 공개(ICO)에 비해 다소 믿을 수 있는 거래소를 통해 진행해 투자자에게 좋은 점도 있지만, 이해상충 우려가 크다.

이번 정부가 IEO 허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아직 쉽게 허용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의 가상자산 거래소는 증권시장에선 서로 다른 기관들이 나눠서 맡고 있는 기능이 모두 집중돼 있어 근본적으로 고객 이익 우선 보호와 이행상충 방지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빗썸은 빗썸드롭스 서비스에 대해 IEO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빗썸은 매일경제에 "투자자들에게 투자 혹은 판매를 한 것이 아니며, 빗썸을 이용하고 자산을 맡기는 고객들에게 공짜로 코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빗썸드롭스의 코인이 상장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빗썸드롭스 약관을 살펴보면 이해상충 우려는 더욱 커진다. 빗썸드롭스 사용자 약관에는 '리워드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주체는 빗썸이 아닌 별도의 가상자산 사업자이며 빗썸은 플랫폼만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빗썸 설명에 따르면 약관에 나오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해당 코인 재단이다. 즉 빗썸드롭스에서 알타바를 제공한 건 알타바재단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빗썸은 자사 서비스를 토대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고객 모집 홍보 비용으로 새롭게 코인을 나눠줬지만 그 비용은 모두 해당 코인 재단이 지불했다는 얘기다. 해당 코인들은 지금까지 모두 빗썸에 상장됐다.

공시 업체가 특정 코인 사업에 합류한 사례도 있다. 코인 공시 플랫폼인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은 최근 국내 4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위믹스의 망 관리자 역할을 하는 노드카운슬파트너(NCP)로 합류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NCP로 합류하기 위해선 일정량의 위믹스를 보유해야 한다. 결국 공시 업체가 공시 대상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셈이다.

쟁글은 매일경제 측에 "코인에 대한 평가 및 공시 사업 분야와 노드 관련 사업 분야는 별도 조직으로 구성돼 독립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로스앵글의 두 사업 부문은 별도 사업체도 아니고 한 기업 내에서 조직만 분리된 상황이다.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코인 생태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최근 위믹스가 유통량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상장폐지된 건 규제 미비로 복마전에 가까운 국내 코인 업계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소리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코인 업계에서 이해상충의 여지가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건 규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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