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에 전국 곳곳에서 삭발투쟁[화물연대 파업]

권기정·이삭·고귀한·강정의·김태희 기자 2022. 11. 29. 17: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 측 “업무개시명령은 반헙법적 조치”
경기·부산·충북·포항 등에서 삭발식과 선전전 이어져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사지로 내몰고, 노동자를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29일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이 발동되자 이에 반발한 화물연대 간부 2명이 충북 단양군 매포읍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정문 앞에서 삭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 충북본부 제공.

정부가 29일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화물연대가 전국 곳곳에서 삭발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이들은 “업무개시명령은 반헌법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과 이광재 서울경기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업무개시 명령에 항의하며 삭발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 것은 노동자에 대한 강제 노동을 명령한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라고 했다. 이어 “화물연대는 경제를 볼모로 잡지 않았다”며 “정부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이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경제를 볼모로 잡고 진짜 대한민국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정권”이라고 했다.

화물연대 대경지부 소속 지도부 6명이 29일 열린 결의대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화물연대 대경지부 제공

이 본부장도 “정부는 20년간 화물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더니 이제는 노동자들에게 내리는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다”면서 “정부의 명령에도 조합원들은 끝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형 공공운수노조 경기본부장은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도권 시멘트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앞서 오봉역 산재사고 발생으로 작업중지권이 떨어졌기 때문에 시멘트가 들어오지 못한 것이지 파업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충북 단양군 한일시멘트 앞에서도 박재석 화물연대 중앙본부 사무처장과 양승무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장 직무대행이 삭발투쟁을 벌였다.

삭발식 직후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이 현장을 찾아 화물연대 노조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화물연대는 이를 거부했다.

화물연대 경남본부가 29일 창원 마산합포구 가포신항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화물연대 경남본부 제공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은 불법이자 위헌”이라며 “운송료가 맞지 않고, 일이 힘들어 쉬는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일을 하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충남 당진군 현대제철 앞에서도 5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업무개시명령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5개 시군에서 ‘안전운임제 연장·확대 지역별 거점투쟁’이 진행됐다.

대전 문평동 대덕우체국 앞에서도 김경선 화물연대 대전본부장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항의하는 삭발을 했고, 노동자 100여명은 지속적인 총파업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 신항과 북항에서도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삭발식과 행진을 벌였다.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 160여명은 이날 부산 신항삼거리와 선원회관에서 집회를 열고 업무개시명령 철회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 조합원 35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남구미IC에서 업무개시명령에 항의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같은 시각 화물연대 포항지부 조합원 600여명도 포항 남구 글로비스 사거리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파업의 책임을 노동자에 돌리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김동수 대경지부장과 이기출 포항지부장 등 7명이 삭발했다.

제주항 6부두 입구에서도 노동자 200여명이 삭발식을 하고 총파업을 지속을 결의했다. 이들은 시멘트 운송 차량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예정이다. 또 업무이행명령에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업무개시 명령을 송달받은 운수종사자를 중심으로 법정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파업 엿새째 시멘트 물류 차질 본격화

화물연대 총파업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시멘트 물류의 차질이 빚어졌다.

광주·전남지역 시멘트 가공업체 39곳은 시멘트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일부 공장은 문을 닫았다. 다음주까지 파업이 지속되면 광주지역 공사 현장 대부분이 멈추게 될 것으로 광주전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예측했다. 제주지역 24개 레미콘 제조사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파업 이틀째부터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총파업 이후 하루 1만t의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하루 7000~8000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적재공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광주공장도 매일 완성차 2000대를 1대씩 옮기는 ‘개별탁송’을 하고 있다.

엿새째 파업이 이어지면서 수출입항과 컨테이너기지의 반출입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 28일 의왕 기지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592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올해 월요일 평균 반출입량 2937TEU의 20.2% 수준이다.

같은 날 부산항의 반출입량은 8841TEU로 27일보다 6299TEU가 증가했으나 지난 10월과 비교할 때 43.3% 수준이다. 부산항 전체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높지 않은 상태다. 장치율(28일 오후 5시 기준)은 65.9%로 평상시 장치율 68%보다 낮았다.

광양항에서는 하루 434TEU가 반출됐지만 파업 이후 출하가 시급한 일부 물량이 나간 것을 제외하고 일간 반출량은 거의 없는 상태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을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하고, 화물연대 김해지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비조합원 차량에 라이터를 던지고 이를 체포하는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라고 밝혔다. 또 지난 26일 부산 신항에서 운행 중인 비노조원 화물차량에 쇠구슬이 날아들 것과 관련 화물연대를 압수수색하고 쇠구슬 1개와 운행일지 등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28일에도 포항에서 비노조원의 화물차량을 막아 세운 노조원 2명을 입건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