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유튜버는 한국 떠나라"… 축구졌다고 이래서야

한상헌 기자(aries@mk.co.kr)김혁준(kim.hyeokjun@mk.co.kr)이지안(lee.jian@mk.co.kr) 2022. 11. 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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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활동 '가나쌍둥이'에게
악성댓글 달고 인종비하까지
가나전 주심 SNS서 조롱도
국가대표선수에게도 비난글
"치열한 국가대항전이지만
인종차별 등 선넘지 말아야"

2022 카타르월드컵 가나전 석패 이후 일부 한국 누리꾼들이 가나 유튜버와 가나전 심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찾아가 악성 댓글을 게재하는 등 볼썽사나운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들의 무분별한 댓글과 차별적인 언행 등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매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누리꾼들은 가나 국적의 유튜버 '가나쌍둥이'와 가나전 주심 앤서니 테일러의 SNS 계정을 찾아가 악성 댓글을 달고 있었다.

가나쌍둥이는 가나 출신의 쌍둥이 '이스라엘'과 '이삭' 형제로 한국 방송에 출연하며 유튜브 등에 한국 문화와 관련된 영상을 올리고 있다.

국내 누리꾼들은 가나전 이후 가나쌍둥이 SNS 등에 무분별한 악성 댓글을 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가나쌍둥이를 향해 "한국을 떠나라"며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까지 사용해 악성 댓글을 작성했다. 다른 누리꾼도 "가나쌍둥이님 이번에 실망이 크네요"라며 구독을 취소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구독을 취소하겠다는 반응과 달리 가나쌍둥이의 구독자 수는 전날 36만2000여 명으로 비슷해 구독을 취소한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가나전 주심이었던 테일러의 SNS에 몰려가기도 했다. 이들은 대머리를 조롱하는 뜻으로 문어 이모티콘을 달고 있다. 배우 류승룡도 이날 테일러의 SNS에 문어 이모티콘 3개를 댓글로 달았으나 이내 삭제했다. 그는 "죄송합니다. 바로 삭제했습니다. 생각이 짧았어요"라며 사과했다. 해당 계정의 경우 게시물이 하나에 불과해 진짜 테일러 주심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를 비난하는 내용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오취리의 SNS에 찾아가 "(가나전 했다고) TV에 다시 나올 생각하지 말아라"며 본인 나라로 돌아가라고 댓글을 달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찾아가 악성 댓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가나전 왼쪽 풀백으로 경기를 뛴 김진수 선수의 SNS에 찾아가 경기 패배의 책임을 물으며 조롱의 글을 작성했다. 이번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뛴 손흥민 선수를 비판하는 댓글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은 이번 가나전의 부진한 경기 결과를 선수 개인과 연결 지으며 심한 욕을 하기도 했다.

반면 많은 한국 누리꾼은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진수 선수의 최근 SNS 게시물에 800개가량 달린 댓글 다수는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봤다"며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손흥민 선수의 최근 SNS 게시물에 달린 8000개가량의 댓글도 "부상으로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주장으로 책임감을 갖고 뛰어줘 고맙다"는 내용이 많았다. 온라인상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행위인 사이버 불링이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베이징올림픽 당시 러시아 피겨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의 도핑 의혹이 불거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누리꾼들은 러시아인 유튜버 '소련여자'를 찾아가 악성 댓글을 달았다. 구독자 116만명을 둔 소련여자 측은 이 일로 8개월간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가 대항전에서 상대국에 대한 비판은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면서도 "국위 선양이라는 정신도 페어플레이 정신과 함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즈모폴리턴과 세계주의가 성립되려면 민족이 갈등하는 역설이 항상 성립한다"며 "문화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국가 간 실질적인 조롱 행위나 정치적 문제까지로 나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헌 기자 / 김혁준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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