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증·희귀질환자 위한 건보 별도재정 논의돼야

2022. 11. 29.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 개선 방안으로 건강보험 급여 등재 과정을 210일에서 15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이자 치료법이 없는 약제의 경우에는 허가 신청과 급여 평가 및 약가 협상을 병행하여 등재 기간을 최소화하는 시범사업 또한 추진하기로 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약속했던 중증·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신속 등재 제도 도입과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현실화되었다. 하지만 초고가 신약 급여화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면서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정책 사각지대 없이 이뤄지고, 한정적인 재원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별도 재정이 필수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고가의 치료비로 인해 실질적이고 원활한 치료 혜택을 받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희귀의약품 급여율은 국가별로 독일 90.8%, 영국 70.6%, 프랑스 68.7%인 반면, 우리나라는 절반을 조금 넘긴 51.1%로 집계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급여 적용, 위험분담계약제(RSA), 경제성 평가 면제 등의 제도를 강화하며 초고가 신약에 대한 보장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20조원 남짓했던 건강보험 재정이 2025년경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0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혹자는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적정 보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건강보험료만으로 고령화 심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의료비 증가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처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통한 지원에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별도 재정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희귀의약품 치료비에 대한 재정을 별도로 투입해 지원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정부 재원으로 희귀질환 치료제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도 특별연대펀드를 별도로 조성해 급여를 인정받지 못한 희귀의약품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별도 재정 마련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최혜영 의원은 복권 재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이용빈 의원은 담뱃세를 별도 재정으로 활용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이종성 의원은 암관리 재정 설치에 대한 개정안을 통해 희귀질환자들의 재난적 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증·희귀질환자들의 재난적 치료비를 절감해줄 수 있는 재정을 별도로 설치한다면 희귀질환 관리 및 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도 보다 체계적이고 신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 문제, 의료비 과잉 지출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질환을 위해 재정을 설치하기보다는 희귀질환자들이 차별 없이 정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조성돼야 한다.

[이영목 연세대 의대 교수]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