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부정’ 언론은 ‘침묵’ SNS선 ‘음모론’…중국,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흔적 지우기

이종섭 기자 2022. 11.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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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평화 시위 보장 목소리에
중 정부 “권리, 법률 안에서 행사해야”
거리선 해외 SNS 등 설치 여부 검사
학생 시위 차단용 무료 셔틀버스 운행
신장 우루무치 화재 참사와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던 중국 상하이 우루무치로 양쪽에 29일 펜스가 둘러쳐진 채 경찰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지난 주말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시위 흔적이 지워지며 마치 없었던 일처럼 취급되고 있다. 정부는 시위 확산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언론도 침묵하고 있다. 시위 관련 게시물이 차단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시위에 배후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면서 시위는 일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지 말고 평화 시위를 보장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어떤 권리나 자유든 법률의 틀 안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은 “과학적으로 올바르며,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는 시위 확산에 따른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당신이 거론한 상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동태적 제로 코로나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하며 현실에 맞춰 계속 방역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며 “공산당의 영도가 있고 전체 인민의 협력과 지지가 있기에 중국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바로 당일 새벽까지 외교부 청사 가까운 거리에서도 벌어졌고 외신을 통해 보도돼 세계적 이목을 끈 시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다. 자오 대변인은 이날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대 시위에 대해서도 “상황을 모른다”고 일축했다.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례브리핑 자료에는 이날 브리핑에서 나온 시위 관련 질문과 답변 내용이 하나도 실리지 않았다.

언론은 시위에 대해 아예 침묵하고 있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주요 관영 언론은 시위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의 동정이나 카타르 월드컵 소식 등으로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바이두(百度)를 비롯한 포털사이트에서도 시위 관련 뉴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관영 매체들은 시위에 관한 언급 없이 사설 등을 통해 “방역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등의 논리만 설파하고 있다.

시위 흔적이 지워진 건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웨이보(微博)에서는 시위 관련 게시물이 모두 차단·삭제된 상태다. 웨이보에서는 이번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른 ‘백지’를 검색하면 시위 관련 게시물은 확인되지 않고 오히려 배후세력 내지는 외부세력 개입설을 주장하는 글들만 대부분 보여진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서 “이번에 배후에서 획책한 사람은 매우 뛰어나다”며 “백지를 쓰는 것은 외신이 편리한 대로 사진을 찍어 그 위에 맘대로 하고 싶은 말을 쓰도록 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명 관변 논객인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도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민중은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지만 그 방향은 일반 참여자가 통제하기 어렵고 다른 힘에 의해 쉽게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온라인에서 퍼지는 음모론은 향후 시위가 확산될 경우 외부세력 개입을 이유로 한 탄압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자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시위를 촉발한 우루무치(烏魯木齊) 화재 참사에 대해 “SNS상에 일부 다른 속셈이 있는 세력이 이번 화재를 현지 방역 정책과 연결지었다”고 주장했다.

시위 현장도 당국의 통제로 차단되고 있다. 지난 26~27일 이틀에 걸쳐 시위가 펼쳐졌던 상하이 우루무치로 일대에는 도로 양쪽으로 긴 펜스가 세워졌고 경찰의 통제와 순찰이 강화됐다. 27일 밤 시위가 벌어진 베이징 도심의 량마허(亮馬河) 주변은 다음날 경관 조명이 모두 꺼진 채 경찰 병력이 대거 투입돼 행인을 상대로 신분증 검사를 하는 등 경계가 삼엄한 분위기였다. 또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주요 대학들이 밀집한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일대에서는 일부 추가 시위가 예고되기도 했지만 경찰 통제로 원천봉쇄됐다.

경찰이 거리에서 스마트폰에 시위 조직 등에 활용될 수 있는 해외 SNS나 가상사설망(VPN) 설치돼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고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 시위 참가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학내 시위가 벌어졌던 칭화대는 조기 방학을 결정하고 학생들에게 공항이나 기차역으로 가는 무료 교통편을 제공하고 있다. 시위 재발을 막기 위해 학생들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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