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실험 속도 수십 배 높이는 ‘바이오파운드리’, 한국에서도 키운다

이종현 기자 2022. 11.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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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 발표
美 모더나, 바이오파운드리 활용해 백신 개발 속도 높이기도
韓, 공공 바이오파운드리 구축해 기업 연구·사업화 지원 계획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은 기존 백신 사업의 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몇 년 씩 걸리던 백신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했고, ‘설계도’만 바꾸는 식으로 변이 바이러스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 모더나는 지난해에만 180억달러(약 2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모더나의 획기적인 성공 뒤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혁신 기업의 공이 숨어 있다. 바로 미국의 바이오파운드리 기업인 징코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다. 이 회사는 합성생물학에 기반한 바이오파운드리를 이용해 기존보다 최대 20배는 빠른 속도로 신약 실험을 수행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균주까지 개발했다. 모더나가 빠르게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건 징코의 바이오파운드리 덕분이었다.

덕분에 징코의 기업 가치도 급상승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한 징코의 시가총액은 35억7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에 달한다. 설립 1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2의 징코를 한국에서 만들기 위해 국가 차원의 합성생물학 육성 방안을 29일 내놨다. 합성생물학 육성으로 바이오제조 혁신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게 목표인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CJ제일제당 CJ블로썸파크에서 열린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 현장 발표회'에 참석했다. /과기정통부 제공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에 공학적 기술개념을 도입해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구성요소·시스템을 설계·제작·합성하는 학문·기술 분야다. 합성생물학은 에너지, 화학, 농업, 환경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촉진하는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는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합성생물학을 도입하면 바이오화합물의 상용화 시간을 두 배 정도 가속할 수 있고, 비용은 네 배 절감할 수 있다”며 “글로벌 합성생물학 시장은 연평균 28.4%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성생물학의 모든 연구과정을 표준화하고 자동화, 고속화해 실험과 제조공정을 지원하는 시설을 바이오파운드리라고 한다. 합성생물학 기술 활용을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손으로 하나씩 하던 노동 집약적인 기존 바이오 산업의 단점을 로봇과 AI 기술을 통해 극복하는 게 핵심이다.

과기정통부의 합성생물학 육성 이니셔티브도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과기정통부는 개별 기업이 투자하기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해 국가 주도의 공공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합성생물학 연구개발 속도를 5배 높이고 인공세포 설계-제작 역량도 키운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농식품·해양·첨단신약·에너지 등 산업별로 전문화된 공공 바이오파운드리도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국가 바이오파운드리가 선도기술 확보와 코어기능을 수행하면 권역별 바이오파운드리가 실증과 산업화 지원을 맡는 식이다. 공공부문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역량은 민간에 이전해 전문 서비스 기업 탄생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윤성환 CJ제일제당 바이오기술연구소 연구소장은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 기술 개발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모두 한 기업 차원에서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캐파를 늘리기가 어려운데 국가 차원에서 이런 설비가 만들어지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합성생물학 연구 지원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담 R&D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거점 연구기관도 만든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 예타 사업을 추진하고, ‘합성생물학 연구진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내년 중에 입법 발의한다. KAIST에 합성생물학 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거점 연구기관을 통해 바이오파운드리 공정 관리에 필요한 산업계 인력 공급에도 나설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2030년까지 합성생물학 기술수준을 세계 최고 대비 9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다. 지금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기술 수준이 75 정도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으로 바이오분야가 직면한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바이오 대전환 시대에 합성생물학 기술이 새로운 진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며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혁신 생태계 조성 및 국가 바이오제조 역량을 극대화해 미래 바이오산업에서의 우위를 확보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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