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시진핑 퇴진" 동시다발 시위…심상치 않은 이유

김지성 기자 입력 2022. 11. 29. 16:51 수정 2022. 11. 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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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대학가에서 시작된 시위는 상하이, 우한, 청두, 란저우, 광저우 등 주요 도시는 물론, 수도 베이징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공산당 퇴진", "시진핑 퇴진", "독재 반대"라는 구호까지 등장했습니다.

27일 밤 베이징의 중심가인 량마허 일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

톈안먼 사태처럼 대학생들이 주도…신장에 '연대감' 표시


이전에도 산발적인 봉쇄 반발 시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먹을 것을 달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와 같은 '생계형' 시위였습니다. 시위 주체도 주로 농촌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온 '농민공'들이었습니다. 허난성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 시위와 광둥성 광저우 섬유단지 노동자들의 시위가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양상이 다릅니다. 25~27일 사흘 동안 중국 전역 50여 개 대학에서 시위가 일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989년 톈안먼 사태처럼 대학생들이 주체로 나선 것입니다. 단순한 방역 조치에 대한 불만을 넘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했습니다. 금기시돼 온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을 입에 올리고, "검열 반대"까지 외쳤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체제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양상입니다.

27일까지 시위가 발생한 중국 대학교 명단 (출처=트위터)


이번 시위의 발단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입니다. 지난 24일 저녁에 발생한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했는데, 코로나 봉쇄 때문에 화재 진압이 늦어졌다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아파트 출입문과 현관문이 봉쇄돼 소방차와 소방관들의 진입이 지체됐다는 내용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대표적인 곳입니다. 중국에선 신장위구르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역시 금기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의 희생자들에 대해 중국 전역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고, 이는 곧 반정부 시위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방역 정책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한 것입니다. 나아가, 신장위구르에 대해 전국 대도시들이 '연대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톈안먼 사태 이후 첫 전국 규모의 시위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중앙 정부와 공산당 입장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하이 시민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중국인의 변화가 시작됐다"


비단 대학가와 지식인층 뿐 아닙니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일반 백성, 즉 '라오바이싱(老百姓)' 사이에서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특히 베이징에서 봉쇄되는 거주지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동안 당국의 조치에 순응하던 주민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봉쇄하려 하자 항의하는 베이징 시민들

방역 당국이 아파트를 봉쇄하려고 하면, 주민들이 몰려 나와 "인민의 권익을 지방 정부가 임의대로 침해하고 있다"고 항의합니다. 확진자를 집단 격리 시설로 끌고가려고 하면, 주민들이 자신의 일도 아닌데 나서 데려 가지 말라고 막아섭니다. 중국 중앙 정부 차원의 방역 기준이 다소 완화된 측면도 있지만, 이런 항의는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아파트 봉쇄가 몇 시간 만에 풀리고, 확진자가 집단 격리 시설 대신 집에서 격리를 합니다.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대의(大義)'에 따르기만 하다가 이제는 개인의 권익을 찾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자신만 손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30년 넘게 지내온 한 인사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확산하고 폭발력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중국 당국 강경 대응 예고…봉쇄 · 격리는 줄일 듯


관건은 중국 정부가 어떻게 나서느냐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 정부와 관변 인사들이 '외부 세력 연계설'을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동시다발 시위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취지인데, 이는 중국 정부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는 데 사용했던 논리입니다.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실제 우한 등에선 시위 진압에 중국 무장 경찰인 '특경(特警)'이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무장 경찰인 특경이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반면, 방역 정책에선 중국 정부가 일정 정도 풀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중국도 '제로 코로나' 탈출구를 모색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경제가 망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를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아 온 터라, 하루 아침에 아무일 없었던 듯이 철회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칫 정책 실패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식 방역이 최고의 과학적 방역이라 주장했던 시 주석과 당의 위상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종식 선언을 하거나, 오미크론보다 치명률이 낮은 변이가 우세종이 되거나, 그것도 아니면 획기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때 되면 '코로나 승리 대회'를 대대적으로 연 뒤 '제로 코로나'를 풀겠다는 수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채찍 뿐 아니라 당근도 내놓아야 합니다. 전면적인 봉쇄 해제는 아니더라도 봉쇄와 격리 대상·기간 축소 등과 같은 단기적인 대책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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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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