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금융사고' 책임 CEO에 묻는다...지배구조법 개정 추진(종합)

서대웅 2022. 11. 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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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TF 중간 논의 결과 발표
법률에 내부통제 '준수' 의무 명시
CEO·임원·이사회 책임도 명문화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정부가 거액 횡령 등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금융회사 대표이사(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지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법령에는 사고 방지 등을 위한 내부통제 체제 ‘마련’ 의무만 규정돼 있는데, ‘준수’에 대한 의무와 그에 대한 책임까지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또 임원이 져야 할 책임을 하급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직원횡령 등 사고가 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하자 금융위는 지난 8월 금융감독원, 법조계·학계·업계 등과 TF를 꾸리고 내부통제 제도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내부통제 제도개선은 윤석열 정부의 34번째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현행법에선 형식에 치우쳐…단기성과 치중

TF 논의 핵심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지배구조법)을 개정해 거액 횡령과 같은 ‘중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CEO와 이사회, 관련 임원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부여하고, 이 책임을 하급자에게 위임하지 못하도록 한 점이다.

현행 지배구조법 제24조와 시행령 제19조1항에 따라 금융회사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마련’ 의무만 있을 뿐 ‘준수’에 대한 조문이 없다. 감독규정 제11조와 별표2, 별표3에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구체화했으나 상위법에 준수 의무를 두지 않아 한계로 지적돼 왔다. 사모펀드 사태 책임으로 지배구조법상 중징계를 받은 은행장(현 금융지주 회장)들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내며 근거로 내세운 것도 마련 의무는 지켰다는 점이었다.

내부통제 기준을 ‘금융회사’가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마련 의무 주체가 현행법에선 금융회사인데 CEO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금융권 주장이다. 하지만 TF는 경영진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제대로 준수하는지 관리·감독할 책임도 경영진이 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금융위는 지배구조법에 CEO를 포함한 임원, 이사회에 대한 책임을 명문화할 계획이다.

TF가 이러한 결론을 낸 것은 현행법에선 내부통제 체제가 형식에 그칠 수 있고, 금융사 임원들이 단기 성과에만 치우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TF 논의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법상 의무로 부과된 형식과 절차를 갖추는 것에 집중했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금융위가 전했다. 금융위는 또 “단기성과를 중시할수록 내부통제가 형식에만 치우쳐져 내부통제 효과가 미흡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임원 책임 하급자에 못 떠넘겨

금융위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연내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현실적으론 불가능해졌다.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범위, CEO를 비롯한 경영진 책임 범위 등 세부 사항을 확정하려면 일러야 내년 상반기 내 법 개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금융위는 그간의 TF 논의 결과 CEO와 이사회, 임원이 져야 하는 책임의 대략적인 범위를 정했다. 우선 CEO에겐 중대 금융사고에 대한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책임을 부과할 방침이다. CEO 책임은 개별 금융회사뿐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도 지도록 명확화할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주 회장은 자회사에 대한 적절한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고 예방이 가능한 규정·시스템을 만들고, 이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도록 관리했다면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책할 예정이다.

이사회에 대해선 내부통제 감시·감독의무를 명문화할 방침이다. 경영진이 내부통제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견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임원들은 CEO가 직접 담당하는 중대 사고 이회의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책무를 지게 되며, 이를 하급자에게 위임·전가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법이 개정되면 해당 금융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 개정에 따른 소급 적용과 관련한 질의에 “추후에 정확히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국 관계자는 “거액 횡령사고의 경우 제재 절차가 아직 개시되지 않아 소급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개정된 법으로 제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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