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지웅 LG화학 사장 “아베오 인수 마무리 단계...글로벌 시장 비상만 남았다 ”

김명지 기자 2022. 11. 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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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부문 본부장
“두 회사 중장기 비전이 맞아 떨어져”
“표적항암제 분야만 집중하는 것 아냐”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사장)이 지난 11일 서울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에 참석했다./조선비즈

LG화학이 미국의 항암 신약 개발회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한 달이 흘렀다. LG화학의 아베오 인수 소식에 언론은 ‘깜짝 발표’라고 했지만, 제약·바이오 업계는 “예상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사장)은 이번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다. 손 본부장은 글로벌 신약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 사업화하는 실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미약품 재직 시절 3세대 비소폐암 표적항암제 ‘올리타’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성공적으로 기술이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경쟁약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출시되면서, 베링거인겔하임이 2016년 올리타를 되돌려주긴 했지만, 기술이전 당시 손 본부장은 글로벌 수요를 정확히 짚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런 손 본부장은 LG화학에 합류한 지 5년 만에 신장암 표적 항암제 신약(FOTIVDA⋅포티브다)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바이오 기업을 인수했다.

손 본부장은 29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아베오 인수’에 대해 “LG화학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본부장은 “아베오가 ‘전통 신약 강자’였던 LG화학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넘어진 적이 없으니 ‘재기(再起)’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양 측의 중장기 비전이 맞아 떨어졌기에 (이번 딜이)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LG 화학은 신약으로 글로벌 신약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아베오는 (신약 개발) 성공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딜클로징(거래종결) 시기에 대해서 “별 이변 없이, 1월 말이면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답했다. LG그룹은 아베오 인수 건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지난 23일 인사에서 인수 핵심 실무진으로 꼽히는 박희술 생명과학사업본부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一 LG화학의 신약 성공 전략이 궁금하다. 아베오 인수로 전략이 달라질 수 있나.

“우리는 우리의 전략을 흔들림 없이 가져 가는 것이다. 바이오벤처(바이오텍) 성공 모델은 모험 자본이 리스크를 떠 안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성공을 찾는 전략이다. 여러 곳에 투자하더라도 하나만 성공해도 큰 성공이 가능하다. 이런 것은 자본시장에서 이뤄지는 플레이라고 보면 된다. LG와 같은 대기업은 다르다. 대기업은 자체 비즈니스로부터 나오는 현금(캐시)을 미래의 성장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성장 전략으로 갖고 있다. 이런 LG 고유의 전략을 흔들림 없이 갖고 가는 것이, 신약을 성공시키기 위한 전략의 가장 중요한 포석이다.”

一 아베오 인수 소식을 밝히면서, 글로벌 항암제 회사가 된다고 했다. LG화학이 앞으로 신장암이나, 표적항암제 쪽에 집중한다고 보면 되나?

“꼭 그렇진 않다. 항암제 시장은 혁신적인 의약품의 성공에 매우 의존적인 시장이다. 그리고 혁신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은 아예 없던 시장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업계에서는 SUV와 승용차, 트럭으로 시장을 구분한다. 이 경우에는 기존의 성장 공식을 대입할 수 있다. 의약품은 다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치료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一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 무엇에 집중한다는 건가.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와의 소통이다. 사실 표적항암제라는 것도 매우 세분화돼 있다. 심지어 같은 기전의 표적치료 항암제라고 해도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간암으로 표적항암제 개발에 성공해서 여러 적응증으로 확대를 해 가는 것도 신약 개발 과정으로 본다. 표적항암제든 면역항암제든, 환자의 미충족수요(Unmet needs)에 대한 솔루션 개발이 먼저다. 표적 항암제로 성공했다고 그것만 (연구)해서는 그런 솔루션을 개발할 수 없지 않겠나. LG화학으로서는 여러 단계의 신약 개발 가치 사슬에서, 특히 환자와 시장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를 토대로) 중요한 퍼즐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一 그렇다면 아베오가 LG화학의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은 무엇인가.

“혁신의약품의 개발하는 제약사의 숙명은 하나의 혁신으로 성공에 안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신약을 개발해 내야 한다. 신약을 개발하면 특허 기간동안에는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해 준다. 하지만 보상 기간 끝나면 더 많은 환자들을 위해 신약의 혜택을 제네릭(복제약)으로 나눠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이 때문에 혁신 제약 기업들은 환자를 위한 혁신의약품을 꾸준히 개발해서 내놓을 수 있느냐는 숙제를 안게 된다. 이 관점에서 아베오와 LG와의 비전이 잘 맞아 떨어졌다. 단 한번의 혁신을 성공이라고 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공을 이어서 가져가기 위해서 아베오도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미국 시장 상업화와 임상 개발 경험을 보유한 회사(아베오)에게는 (대기업의) 경륜이 필요했다. 환자에 대한 사명감과 혁신기업의 숙제를 풀어내기 위한 두 회사 중장기 비전이 맞아 떨어졌다.”

一 딜클로징은 언제로 예상하고 있나?

“인수 과정에서 이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변이 없다면) 1월 말에 인수가 종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외 크로스보더(국경을 넘나드는) 입수합병(M&A)은 관계당국의 심의가 있다. 이 과정에 따라 관계 당국의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一 아베오 인수가 ‘전통적 신약 강자’였던 LG화학이 재기할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시는가.

“재기(다시 일어서다)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LG화학이 넘어진 적은 없지 않나. LG화학은 시장성장률을 상회하는 실적을 계속 내 왔다. 물론 신약에서 목표로 한 글로벌 시장의 성공적인 진출은 이루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베오 인수가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에서 LG화학이 비상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혁신신약 개발과 글로벌 사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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