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소수자 빠진 교육과정 우려"..교육부 "국민공감대 우선"
성소수자 용어가 빠진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인권담론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가운데 교육부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밀어붙여 정책연구진의 의도를 왜곡했단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29일 입장자료를 내고 "현행 교육과정엔 없는 성소수자 용어 사용에 대해 사회적 의견수렴을 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컸다"며 "논쟁이 되는 용어를 초·중학교 학생이 배우는 교육과정에 담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필요하단 의견도 관련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법률과 교육과정 용어 사용사례를 종합 고려해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를 거쳐 다른 용어로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성평등, 성소수자 등 교육계 안팎으로 논란을 빚었던 성(性) 관련 용어를 삭제하고 '성에 대한 편견',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대체키로 결정했다.
이 같은 교육부의 해명은 교육과정 행정예고 시안에 대한 인권위의 우려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앞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전날(28일)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성소수자 용어 삭제는 사실상 교육청과 학교에서 성소수자 차별의식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단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또 노동자를 근로자로 용어 변경한 데 대해 "'근로자'는 헌법과 법률상 용어로 존중돼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노동자란 용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한 점을 고려해 교육계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민주시민으로서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함양할 수 있게 노동인권 교육을 중요하게 반영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정 개정 시마다 반복된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 용어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차례 개정 관련 협의체 논의를 거쳐 연구진에 검토·보완을 요청했지만 이들이 제출한 최종본에서도 쟁점사항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헌법과 관련 법률, 헌법재판소 결정례, 역대 교육과정 등을 종합해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를 시대상과 역사적 맥락에 따라 서술한 조정 방안을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했다"면서 "대다수 위원이 이에 동의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연구진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각계의 숙의를 거쳐 자유 민주주의를 반영하는게 옳다는 결론을 내렸단 의미다.
노동 용어와 관련해선 오히려 연구진 의견을 존중했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발표한 교육과정 총론에서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를 교육목표 반영하는걸 검토키로 했고, 정책연구진은 포괄적이고 중립적인 '일의 가치'를 제시했다"며 "총론이 교육과정의 공통적인 기준이란 점과 교육목표에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걸 나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연구진의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초등학교 사회 교과에서 노동자를 근로자로 수정한건 정책연구진 시안에서부터 근로자 용어를 사용한 중학교 사회 교과와의 서술 통일성과 관련 법률에서 사람을 지칭할 때 근로자로 표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정책연구진이 자체적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이번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까지 접수된 국민 의견을 개정관련 협의체에서 종합 검토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올릴 심의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교위가 올 연말까지 심의·의결을 마치면 최종적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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