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정의선, 美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IRA 정면돌파

현대차그룹·SK온, 공급 협약
물량·구체적 시점은 추후 논의
업계선 합작법인 설립에 무게
현지 전기차 영향력 확대 기대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공동으로 현지 공급망을 확대하기로 합의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재계에서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공급망 협력을 기반으로 미 에 대응하면서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부사장,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양측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에 SK온 배터리를 2025년 이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 물량, 협력 형태, 공급 시점 등 구체적인 사안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HMGMA)을 건립 중으로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1183만㎡ 부지에 세워지는 HMGMA는 연간 전기차 30만대 양산이 가능하며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 전기차가 생산된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조지아 전기차 공장 기공식 당시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터리 셀 공장을 HMGMA 인근에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현지 공장인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의 내연기관차 생산 라인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으로 이들 공장에 대한 공급망 협업 가능성도 나온다. 앨라배마 공장의 경우 연말부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생산에 들어간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IRA 대응책과 관련해 "신설 공장 설립뿐 아니라 기존 공장의 활용 등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며 "배터리 공급 라인 등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다. 조기에 내부적으로 방향성을 잡으려 한다"로 언급했다.

양사는 이번 협업을 기반으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에 탄력을 붙인다는 전략이다. IRA는 미국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에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만큼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2030년 미국 전기차 판매 목표대수를 84만대로 제시한 상태다.

IRA에는 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되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된 광물이어야 하고, 배터리 핵심 부품(소재)의 가공을 북미 지역에서 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광물 보조금 조건 비율은 내년 40%에서 2027년 80%, 같은 기간 배터리 부품 비율은 50%에서 2027년 8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돼 국내 배터리업체와 협업이 필요하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단독 배터리셀 1공장과 2공장은 보유하고 있으며, 현지 '빅3' 업체인 포드와는 합작사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켄터키·테네시주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현지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김흥수 부사장은 "이번 북미 지역 배터리 공급 협약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영찬 부사장은 "양사간 협력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미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과정에서 양사가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장우진·박한나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