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화' 박차 가하는 현대차…SK와 '맞손'·GV70 북미 생산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북미 현지화에 박차를 가합니다.

IRA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북미 제조, 조립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써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과 북미 현지 배터리 협력 가능성이 거론됐는데, 일단 SK온과의 협력에 무게가 실립니다.

현대차그룹은 오늘(29일) SK온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그룹 본사에서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양측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에 SK온 배터리를 2025년 이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은 "이번 북미 지역 배터리 공급 협약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은 "북미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과정에서 양사가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24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RA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현지 합작 법인 설립 등 다각적인 현지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 17일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도 오는 2026년 1분기에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 MOU로 현대차의 배터리 현지화가 점점 구체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현대차는 이번 MOU를 두고 공급 물량, 협력 형태, 공급 시점 등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SK온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내 배터리 공급과 관련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총 1조3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추가 협력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다음달부터 美 앨라배마에서 생산

이처럼 현대차가 북미 현지 배터리 협력과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 등으로 중장기적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현대차는 단기적인 현지화에도 시동을 겁니다.

현대차는 다음달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생산에 돌입합니다.

제네시스는 지난 18일 열린 '2022 LA 오토쇼'에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GV70 전동화 모델은 GV60, GV80에 이어 미국 시장에 내놓는 제네시스의 세번째 전기차로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입니다.

IRA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가 지난 17일 "미국 내에서 가능한 많은 순수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따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완공 전 생산 라인 전환 등으로 현지 전기차 생산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앞서 현대차는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설비 공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법 개정 해법 안 보여…현대차 자체적 돌파구 모색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돌파구 모색에 열을 올리는 것은 기대하던 IRA 적용 3년 유예 등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어제(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IRA로 인한 국내 기업 수혜는 극대화하고, 부담은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법 개정 자체가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산업부와 현대차는 이달 4일까지 미국 재무부가 진행한 IRA 하위 규정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에 IRA 적용 3년 유예를 요구하는 의견을 제출했는데, 이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유예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대진 통상차관보는 "이번주 중으로 장관 명의의 IRA 개정 촉구 서한을 미국 의원들에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노력일 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정부가 미국 의회, 행정부 등과 꾸준히 접촉하며 국내 기업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 중이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현대차는 자체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다음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들이 IRA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찾습니다.

여기에서 원하는 3년 유예를 이끌어낼 실마리가 나오지 않는 이상 현대차는 '배터리 동맹'과 '생산 현지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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