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꿀벌도 죽이는 ‘소나무재선충’ 살충제 내년에도 대량 살포한다

김기범 기자 2022. 11. 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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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년 11월 27일 경주 불국사 경내의 소나무들이 재선충 피해를 입어 짙은 갈색으로 변색돼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 방제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꿀벌 집단실종의 원인으로 지목된 살충제를 내년에도 산림에 살포하기로 했다.

29일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산림병해충 약제 전문가 협의회 운영 결과’ 자료를 보면 산림청은 지난 9월28일 산림병해충 약제 전문가 협의회 명목의 회의를 열고, 항공방제 방식을 기존의 헬기에서 드론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산림청은 기존에 재선충 방제에 사용해온 살충제 티아클로프리드가 꿀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 꿀벌 폐사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에 따라 대책 마련을 위해 개최한 이 회의에서 드론을 이용해 티아클로프리드를 더 정밀하게 뿌리기로 결정했다.


☞ [단독] 소나무 재선충 잡으려다 꿀벌 잡을라…산림청, 5년간 농약 대량 살포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208171558001

산림청은 30일 산림병해충 방제에 사용하는 살충제에 관한 약종선정회의를 개최하고, 티아클로프리드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티아클로프리드는 세계적으로 꿀벌 집단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되어온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다. 지난 4월 중국 연구진이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이 살충제에 노출된 꿀벌은 생존율이 떨어지고, 발달이 지연됐다.

산림청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용 티아클로프리드 사용 현황. 윤미향 의원실 제공.

산림청 내 연구진이 발표한 복수의 논문도 티아클로프리드의 재선충 방제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이 한국곤충학회 학술지에 2020년 10월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은 티아클로프리드 공중살포 여부와 상관없이 이듬해에도 유사하게 발생했다.

또 경남 양산 금정산에서 항공방제를 통해 티아클로프리드를 뿌린 곳에서는 소나무 234그루가 재선충에 감염되었고, 방제하지 않은 곳에서는 109그루가 감염됐다. 방제를 실시한 곳에서 오히려 두 배가 넘는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린 셈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소나무재선충병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항공방제에 대해서는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해충관리과학(Pest management science)’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육묘장에서 방제 실험을 한 결과 티아클로프리드를 처리한 나무들에서도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 발생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항공방제 방식은 재선충병 확산을 저지하는데 제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림청 헬기가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살충제를 드론으로 산림에 뿌리려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의 독성 및 효과는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아서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런 살충제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인체실험을 하는 것과도 같다”고 비판했다. 인체나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될 경우 과학적 인과관계가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더라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의미하는 환경법상 사전예방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조치라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또 “해외에서는 경작지에 국한해 이 살충제를 뿌리고 있는데, 한국은 산림에 무작위로 뿌리고 있는 점도 문제”라면 “산림청이 티아클로프리드에 대해 해외에서도 사용하는 살충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티아클로프리드의 산림 생태계 파괴와 인체 유해성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됐음에도, 산림청은 제대로 된 안전성 규명 없이 방제 방법만 변경해 방제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산림청은 고독성 살충제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항공방제 금지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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