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랐지만… 은행서 자취 감추는 연 5% 금리 예금
은행채 등 시장금리에 금융당국 압박 영향
올 3분기 예대금리차, 8년 만에 최대치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렸지만,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 5%대 예금 금리 상품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수신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소폭 내려갔고,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자제 요청을 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대출금리가 고공비행을 지속하는 가운데 수신금리만 제한할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전날 기준 1년 만기에 연 4.98%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지난 13일 1년 만기에 연 5.18%의 금리를 제공하며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먼저 연 5%대에 들어섰지만, 다음날인 14일 연 4.98%로 내려갔다.
이 상품은 은행채를 기반으로 한 시장금리를 토대로 정책금리를 반영해 매일 적용금리를 다르게 하는데, 2개월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연 4.860%로 지난 11일 연 5.013% 보다 하락했다.
KB국민은행의 대표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70%까지 떨어졌다. 이 상품은 매주 시장금리를 반영하는데, 지난 14일 처음으로 연 5%대에 올라섰지만 2주 만에 금리가 0.3%포인트(p)가량 하락했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전날 기준 연 5.1%로 2주 전과 변동이 없지만 상품구조에 변동이 생겼다. 지난 14일에는 기본금리만으로 연 5.1%였지만 현재는 기본금리는 연 4.8%로 떨어진 대신 0.3%포인트의 특별우대 금리가 더해졌다. 사실상 연 5%대에서 4%대로 내려온 셈이다.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대표 정기예금 상품 중 연 5%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연 5.0%)이 유일하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제주은행 ‘J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가 지난 14일 기준 연 5.10%에서 27일에는 연 5.0%로 0.1%포인트 하락했다. ▲BNK부산은행 ‘더 특판 정기예금’(연 5.4%) ▲SH수협은행 ‘Sh플러스알파예금(2차)’(연 5.3%) ▲전북은행 ‘JB123 정기예금’(연 5.3%)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연 5.3%) ▲광주은행의 ‘호랏차차디지털예금’(연 5.0%) 등은 연 5%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영업점 수가 적거나 지역 위주의 은행인데다 이마저도 첫 거래 우대, 통장 개설, 마케팅 동의 등의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만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는 것을 머뭇거리는 배경엔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 당부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잇달아 김주현 위원장과 시중은행장 간담회,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 시중 자금 쏠림현상이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며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제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서다. 은행이 높은 금리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우량채 등을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한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창구가 예·적금으로 제한적이다. 실제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5%대로 올리자 저축은행권도 연 6%대에 진입한 상황이다.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당국에는 부담이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한다.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오르면 대출 금리 역시 상승한다.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9월(3.40%)보다 0.58% 포인트 높은 3.9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주담대 금리 상단 역시 8% 돌파를 눈앞에 뒀다.
다만 대출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수신 금리가 내려올 경우,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말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 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는 2.46%포인트로 8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예금과 대출마진이 벌어지면 은행 입장에선 이익을 얻지만, 고객들로부터 이자 장사 꼬리표가 붙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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