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활용 기획 1편] 탄소중립‧ESG 경영 흐름 속 주목받는 '새활용'

송성환 기자 2022. 11. 29. 15: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12]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고, 소비된 뒤 버려져 소각, 매립되는, 이 익숙한 구조를 선형경제라고 합니다. 

반면 제품이 소비된 뒤에도 수거, 재활용돼 다시 생산에 투입되는 구조를 순환경제라고 부르는데요.

탄소중립, ESG 경영 등의 흐름 속에서 세계 각국은 이 순환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EBS뉴스는 '자원순환 사회, 새활용이 미래다' 기획보도를 통해 한국 자원순환과 새활용 산업의 현주소를 짚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우선 각 분야에서 속속 도입되고 있는 새활용의 모습을 송성환 기자가 전합니다.

[VCR]

생활 쓰레기 봉투가 겹겹이 쌓여 생긴 산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과 비닐이 모여 만든 섬

우리 손을 떠난 쓰레기가 이룬,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광경

인터뷰: 최지선 / 서울 송파구

"누구한테 해를 끼치고 살고 싶지 않은데 지금 우리가 사는 방식이 그렇게 해를 끼치면서 살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폐기물 꾸준히 늘어 

지난 2020년 2억만 톤 육박(1억 9천546만 톤)

특히, 시민이 버리는 생활 폐기물, 

코로나19 유행 시기 급증(1천730만 톤)

하지만, 공공매립지 용량 곧 '한계'
3년 내 사용기간 끝나는 곳만 전국 18곳

 

생활 쓰레기, 다시 활용하는 비율도 60% 안 돼

더 이상 갈 곳 없는 대한민국 쓰레기

인터뷰: 홍수열 소장 / 자원순환경제연구소

"기후위기 대응의 측면에서든 아니면은 또 순환경제 측면에서든 어쨌든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되는 흐름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제품 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거거든요."

이제는 재활용 넘어 새활용으로

[리포트]

곤두선 털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표현된 맹수의 두상과 역동적인 동물들의 모습.

모두 버려진 택배 상자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제는 생활 필수품이 된 일회용 마스크는 일상소품이 되기도, 한 벌의 한복이 되기도 합니다.

무분별하게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비닐은 인류를 위협할 만큼 거대한 괴생물체로 재탄생했습니다.

인터뷰: 이병찬 / 설치미술 '크리처' 작가

"미술작품이 굳이 어렵게 접근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은 성격이 있었고요. 그리고 일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소재들이 다양한 형태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

심각해지는 폐기물 문제에 리사이클을 넘어 업사이클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에 기술과 디자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더 높은 가치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말로도 재활용이 아닌 새활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새활용이란 개념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역시 코로나19 대유행.

배달용기 사용과 택배 이용이 늘면서 생활 속 폐기물이 급증한 시점입니다.

최근 7년간 포털사이트에서 업사이클링과 새활용을 검색한 지수를 주간 단위로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한 주 동안 새활용 관련 검색이 가장 많았던 것은 2021년 5월 마지막 주.

서울에서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부대행사로 새활용 의류전이 열린 시기입니다.

이때의 검색지수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평균 31에 불과하던 새활용 관련 검색지수는 한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2020년 3월 이후엔 63으로, 두 배 넘게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인터뷰: 윤대영 수석위원 / 서울새활용플라자

"우리의 의식주 자체가 일회용품을 안 쓰고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죠.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더 늘었습니다. 자기가 일회용품을 쓰면서도 이래서는 안 되는데 생각하죠."

의류업계는 새활용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로 꼽힙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의 10%가 버려진 옷에서 나올 정도로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막대합니다. 

유럽연합은 순환주기가 짧고 유행에 민감한 패스트패션을 2030년까지 퇴출시키기 위한 규제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추출된 재사용 섬유를 섞어쓰거나 폐가죽 등을 가공해 소재로 사용하는데, 해외에선 파타고니아, 프라이탁이, 국내에선 코오롱FNC와 노스페이스가 대표적입니다.

인터뷰: 김광현 환경팀장 / 파타고니아코리아

"의류 비즈니스 자체가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산업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환경에 피해를 끼치는 산업이고요. (파타고니아는) 87%의 재생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유기농 면을 사용하고 있고 이런 것들은 저희가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너무나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ESG 경영, 즉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 실현이 기업의 중요 가치로 떠오르면서 특히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에 동참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즉석밥 용기를 기업이 직접 회수한 뒤 소비자에겐 포인트로 보상하고, 음료 페트병 회수에 동참하면 재사용 소재를 활용한 상품을 사은품으로 주기도 합니다.

이같은 윤리경영은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분리배출이 쉽도록 비닐 라벨을 없앤 이른바 무라벨 생수는 출시 1년 만에 판매량이 1,600% 늘면서 '무라벨 생수' 바람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장현진 주임 / 롯데칠성음료 EHS팀

"바로 음용 후에 그냥 이제 찌그러뜨려서 뚜껑을 닫고 버리면 되기 때문에 라벨을 뗄 필요 없이,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분리수거가 편리하다 보니까 그런 측면에서 가장 많은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새활용 소재를 이용한 창업도 활발합니다.

병뚜껑을 분쇄해 나온 플레이크나 폐비닐, 폐가죽 등이 대표적입니다.

버려지는 자원을 다시 활용한단 점에서 가치소비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마다 고유한 디자인이 나온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게 하는 요소입니다.

기존의 업체들도 새활용 소재나 디자인을 제품에 적극적으로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박미현 대표 / 새활용 업체 '더치포굿'

"(예전에는) 다른 청년들이나 디자이너들한테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할 때 또 선뜻 나서기가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업사이클이라고 정의를 하고 요즘 워낙 젊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는 일로 포지셔닝이 되다 보니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새활용 제품들의 비교적 높은 가격대입니다.

안정적으로 소재를 확보하기 어려운데다 세척 과정이 추가로 필요해 기존 천연자원을 사용하는 것보다 제조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새활용이 캠페인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 최근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새활용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9%에 달한 반면,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진 비율은 19%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구매 역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제품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가치소비' 경향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결국 실제 구매는 제품의 품질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는 것입니다.

인터뷰: 윤혜신 대표 / 새활용 기업 '윤앤코'

"착한 소비만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성장하는 회사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소비자도 그렇고 그냥 착한 소비로 예쁜 쓰레기를 원하지는 않으신 것 같거든요."

인터뷰: 이종호 교수 / 삼성디자인교육원

"개인이 자생할 수 있는 어떤 토양을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분야거든요. 그래서 문화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문화 지원책과 비슷한 어떤 정책으로 이분들을 지원해 주는 지원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감축과 재활용 소재 의무화 같은 규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자원순환.

한국 역시 순환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사회 전반의 변화가 시급한 시점입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