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 발동…노동계 반발 '강대강' 대치

홍성완 기자 2022. 11. 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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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불가피한 선택" 일제히 환영 입장 발표, 민노총 "헌법 위반" 주장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지난 24일부터 이어진 화물연대의 파업과 관련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결정에 경영계는 환영하는 뜻을 밝혔고, 노동계는 파업의 원인이 정부에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소속의 한 간부가 삭발하며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에 대한 교섭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 '업무개시명령' 발동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시멘트업계의 집단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참여정부 당시인 지난 2004년 업무개시명령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 적용되는 사례다.

국토부 측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산업·경제계의 피해가 이례적이고 위중해 물류 정상화 조치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차운수사업법 14조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정부는 피해 규모 및 산업 파급효과 등을 고려,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시멘트 분야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하는 등 시멘트 운송 차질과 레미콘 생산 중단으로 전국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기 지연, 지체상금 부담 등 건설업 피해가 누적되면 건설원가와 금융비용 증가로 산업 전반의 피해가 우려되고 국가경제 전반에 건설산업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정부 결정에 경영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정부의 결정이 불가피한 조치라며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산업 현장의 피해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가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산업과 수출의 기반이자 국민 생활과 직결된 철강, 자동차, 정유, 화학 분야 등도 한계에 다다른 만큼 피해가 더욱 커지기 전에 업무개시명령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며 "화물연대는 업무에 복귀해 물류 정상화와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가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와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최근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어려움 속에 수출마저 흔들리는 위기에 처해있다"며 "국가 경제의 혈관인 물류를 볼모로 한 집단운송거부는 경제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실효성도 입증이 되지 않은 안전운임제를 정부가 3년간 연장하겠다는데도 집단운송거부를 이어가는 것은 명분이 미약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화물연대가 지금이라도 집단운송거부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회원서비스본부장도 이날 논평을 통해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환영한다"며 "정부가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하고, 더이상 산업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노동계 반발, "안전운임제 폐지하려는 정부와 경영계 책임" 주장

이번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명이다. 관련 운수사는 209곳이다.

정부는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76개 조사팀을 꾸려 이날 오후부터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에 나선다. 운송업체와 거래하는 화물차주의 명단, 주소를 파악하고 운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운송업체 차원에서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1차적으로 업체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한다. 일감과 화물차 번호판을 함께 관리하는 '지입' 시멘트 운수사들에게는 당장 이날 오후 명령서가 전달될 수 있다.

번호판만 관리하고 일감은 다른 회사에서 받는 '용차'의 경우 화물차주의 주소지로 업무개시명령서가 송달된다.

국토부는 현장 조사 과정에서 운송거부에 참여하는 화물차가 확인되면 번호판 확인과 추가 조사를 거쳐 해당 화물차주에게 명령서를 송달할 예정이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이번 업무개시명령 결정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하 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그릇된 노동관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파국을 가져온다"면서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5개월 전에 약속한 합의의 이행은 그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애초 정부에게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확대 및 제도화에 대한 입장과 준비는 없었음이 드러났고 이것이 이번 화물연대 투쟁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이 이러함에도 다시 오늘 국무회의를 통해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하고 발동했다"며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업무개시명령은 상황을 더 극한으로 몰아갈 것이 뻔한 결정"이라면서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정부에 있음을 직시하고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와 교섭에 나서라"라고 주문했다.

민노총은 이미 정부가 파업 초기부터 협상에 나설 생각 없이 강경 대응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민노총은 "이미 파업 초기부터 '불법에 대한 엄정 대응'을 운운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강경한 대응 기조를 천명하더니 어제(28일) 화물연대와 국토부의 교섭이 있기 3시간30분 전에 오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무개시명령을 심의하는 국무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다는 발표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연재해나 사회적 참사가 아닌 노동계의 파업투쟁에 대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었다"며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듯 국토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화물연대와의 첫 번째 교섭은 결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에 대한 공권력 동원을 비롯한 강경 대응을 위한 잘 짜진 시나리오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다"고 비판했다.

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이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개진했다.

민노총 측은 "작년 비준해 올해 4월부터 발효가 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ILO 협약 87호, 29호의 위반"이라며 "비준은 하지 않았지만 '정치적 견해나 파업 참여 등을 이유로 한 징역형 노역을 '강제노동'으로 보고 금지'한 105호 협약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업무개시명령은 그 자체로 위법하며 위헌적이다"며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기 위한 요건인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 등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그 자체로도 죄형법정주의 위반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이로 인하여 소극적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국민 기본권의 광범한 침해가 예상된다"며 "이런 이유로 2004년 도입된 이래 단 한번도 적용이 된 적이 없고 2013년에는 이윤석 의원의 대표발의로 폐지안이 발의된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이하 한노총)도 입장문을 통해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동자 겁박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와 관련해 시멘트 운송거부 노동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며 "노동자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할 때는 '개인사업자'라더니,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더이상 운송을 못하겠다고 하니 강제로 업무를 지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정부가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업무 개시를 명령하려면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주든가, 대책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다"며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는 왜 항상 사용자들과 기업의 자유 뿐인가"라고 비꼬았다.

또한 "안전운임제는 과로와 과속, 과적운행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지장치"라며 "자동차 가격과 유류가격이 치솟고, 물가는 언제 잡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전운임제마저 보장되지 않으면 화물차주들은 무리해서 운행을 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되고, 결국 화물차들은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운임제는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노총은 "안전운임제는 반드시 필요하고, 제도가 도입된 중요한 이유가 있다"며 "제도도입 효과가 이제 겨우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정착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언 발에 오줌 누듯이 찔끔찔끔 기한 연장만 제시하고, 안전운임제 폐지가 목적인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노총은 "사용자들은 화물노동자들의 운송단가를 높여줄 생각이 없으면 화물차를 직접 사서 운용하라"며 "정부도 화물차 노동자들에게 업무를 하라 말라 명령하려면 국가가 직접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런 각오도 없이 업무개시명령 운운하는 것은 강제노동 및 착취와 다를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물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불가피했다고 본다"며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은 경제를 볼모로 한 단체행동이 아니라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최후의 저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야 말로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겁박을 멈추고 안전운임제 완전 도입과 확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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