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찍먹 리뷰 "SLG? 퍼즐 게임!"
"아침에 게임을 시작하고 정신을 차린 후 창문을 보면 다시 아침이다"
분명 아침에 시작했는데 왜 여전히 아침이지. 아아, 다음날 아침… 머릿속에 남아있는 게임 '문명'의 기억이다. 과거 친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밤새도록 고민하며 즐겼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정복을 눈 앞에 두고 패배해 머리를 쥐어짜며 절망하고 성공했을 때 쾌감을 느끼며 콜라를 건배하는. 어느새 날을 새고 몰래 집에 들어가다가 부모님한테 꾸중을 들었던 그 시절. 정말 시간이 삭제되는 마성의 게임이었다.
오랜만에 문명 IP와 마주할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벅차올랐다. 물론 그 때의 문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문명과 비슷한 게임이겠지. 기대감이 크면 실망할 수 있으니 그렇게 넥슨의 '문명: 레인 오브 파워'를 기다렸다.
29일 11시 정각 오픈되자마자 게임을 시작했다. 디바이스는 갤럭시 플립4다. 사실 공식 PC 클라이언트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 문명은 긴 시간 진득하게 즐기는 맛이 일품이다. 모바일로는 장시간 플레이에 한계가 있다. 공용 앱플레이어는 최적화 문제로 선호하지 않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간단한 튜토리얼 영상이 나타난다. 게임 세계관과 목적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이후 원하는 문명을 고른다. 프랑스, 일본, 그리스, 로마, 중국, 독일, 오스만 등 다양하다. 각 문명마다 특징이 있다. 보통 마음에 드는 문명을 선택하겠지만 자신의 원하는 방향성에 맞는 능력치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자는 로마를 선택했다.
초반 플레이로만 평가하면 문명 스킨으로 만들어진 전략시뮬레이션게임(SLG)이다. 이 게임은 건물을 짓고, 연구하고, 위인을 영입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등 플레이 방식이 SLG와 똑같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 여타 SLG를 즐겼던 유저라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문명 특유의 느낌은 찾기 힘들다. 고대 시대에선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전투를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얻은 재화로 건물을 건설하고 점점 발전시킨다. 그리고 시대가 전환될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이것이 문명이 가진 재미다. 진득하게 하고 싶어도 재료 부족으로 플레이 진도가 막힌다.
위인 영입과 VIP 시스템은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과금 모델이다. 문명 덕후 지인도 반감을 표했다. 차라리 이런 요소들을 인게임 재화로 제공하고 패키지 게임으로 판매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위인 영입에 위인, 위인 조각, 장비가 등장한다. 과금력이 부족하면 식민지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SLG에선 실망했지만 뜻밖의 요소에서 재미를 느꼈다. 유물 발굴, 걸작을 제작할 때 나타나는 퍼즐이다. 캔디 크러시 사가, 애니팡 등 퍼즐 게임을 즐긴지 너무 오래된 탓인가. 엉뚱한 영역에서 재미를 느껴 의아할 수 있지만 초반 플레이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목표량을 달성했을 때 성취감, 조각을 파괴했을 때 은은한 타격감이 백미다. SLG와 퍼즐 융합은 꽤 좋은 시도였다. 이외에도 RPG 던전 플레이 요소도 추가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방향만 제시할 수 있다. 전투는 자동이다. 스펙이 부족하면 당연히 던전 클리어가 어렵다.
발굴을 마치면 교과서나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유물이 등장한다. 어줍잖은 지식을 자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퍼즐을 풀고 더 많은 유물을 수집하고 싶어 이 게임을 계속 즐기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자는 과거 문명의 재미를 기대하지 않았다. 접근 방식이 영향을 미쳤는지 "최근 신작 가뭄이 이어졌던 SLG 장르 시장에 즐길 만한 게임이 나왔네" 정도로 느껴졌다. 물론 퍼즐, RPG 융합은 나름 신선했다.
후반부에서 만약 이 게임만의 차별성을 느낄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그 때는 평가가 확 달라지지 않을까. 거대 IP를 등에 업은 SLG치곤 아직 평범하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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