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었던 나의 변화…내겐 꿈의 오케스트라가 참교육”

2022. 11. 2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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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 길게는 1시간30분씩 버스를 타고 오케스트라 연습을 간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3년간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에서 첼로를 배운 정정아(18) 학생은 "이곳에서 참된 교육을 받고 아주 멋진 어른들과 인연이 맺어진 것이 내겐 너무도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중학교에 가서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좋은 교육을 받으니 내가 '꿈의 오케스트라' 때 이런 걸 배우고 느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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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오케스트라 평창’ 3인방 인터뷰
장한솔 감독·황효주 강사·정정아 학생
문체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음악보다 관계 맺기가 최우선 과제,
달라진 아이들이 가장 값진 성취”
올해로 12년째를 맞은 ‘꿈의 오케스트라’는 ‘음악교육’을 통해 청소년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워온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의 장한솔(가운데) 음악감독, 황효주(왼쪽) 강사는 “아이들은 꿈의 오케스트라가 일군, 살아있는 결과이다. 가장 값진 성취”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일주일에 두 번, 길게는 1시간30분씩 버스를 타고 오케스트라 연습을 간다. 해발 고도가 700m 이상인 곳이 전체 면적의 60%나 되는 인구 4만명의 도시. “찾아오는 선생님마다 혀를 내두르는”(장한솔 음악감독) 무시무시한 계단을 오르고 나면 45명의 아이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돼준 음악공간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3년간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에서 첼로를 배운 정정아(18) 학생은 “이곳에서 참된 교육을 받고 아주 멋진 어른들과 인연이 맺어진 것이 내겐 너무도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엄청난 금쪽이었어요. 중학교 땐 기숙사학교를 다녔는데 ‘참교육의 꽃을 피워요’라는 기상노래가 나왔어요.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꿈의 오케스트라가 생각나더라고요. 꿈의 오케스트라에선 금쪽이었던 저를 믿어주고 지지해줬어요. 사랑을 많이 주는 게 아이들에겐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 안에서 큰 사랑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겐 꿈의 오케스트라가 참교육이에요.”(정정아)

정아 양의 고백에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의 장한솔 음악감독과 황효주 첼로강사가 웃음 지었다. “다른 아이보다 목소리도 크고 약간의 문제아 기질이 있으며 파이터 같은 면모가 있었어요(웃음).”(장한솔 음악감독)

3년간의 꿈의 오케스트라 활동은 정아 양의 삶에 너무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원만하지 않은 교우관계, 산만한 태도, 잦은 전학으로 학교생활에서 겪은 어려움은 온데 간데 없었다. 성격은 차분해지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하며 미래를 그린다. 장 감독은 “꿈의 오케스트라에 처음 와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때 정아를 보고 무척 당황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게 변화한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로 12년째를 맞은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지역 거점기관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음악교육’을 통해 청소년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워온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현재 전국 51개 기관에서 3000여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에도 다양한 학생이 모인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 제한은 없다. 장 감독은 “아이들이 이 안에서 관계를 맺고 사회성을 키우는 가치에 일순위를 두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아 양은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이 일군 “살아 있는 결과”이자 “가장 값진 성취”다.

“이곳에선 아이들이 악기를 잘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는 아니에요.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교제하면서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대화 상대가 되는 것이 1번이에요.”(황효주 강사)

음악으로 모였지만 오케스트라는 또 하나의 학교이자 가정이었다.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일들이 이 안에선 모두의 열정과 애정으로 가능하게 했다.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의 황효주 강사, 정정아 학생, 장한솔 음악감독(왼쪽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조금 특이하고 모난 구석이 있으면 학교에선 깎아야 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학교와 이곳의 차이점은 그 부분이에요. 공교육에서 그런 교육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이 조금 품어줬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래 봐야 어린애인데요.”(장한솔 감독)

“사람들은 누구나 보살핌과 관심을 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기를 원하잖아요. 큰소리를 내거나 딴지를 거는 것은 정아만의 방식으로 관심을 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옆에서 들어주고 기다리니 아이들도 서서히 달라졌어요.”(황효주 강사)

정아 양 역시 스스로의 변화를 체감한다. 그녀는 “중학교에 가서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좋은 교육을 받으니 내가 ‘꿈의 오케스트라’ 때 이런 걸 배우고 느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은 합주로 첫 수업을 시작해 정기연주회(12월 15일·평창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악기 한 번 다룬 적 없는 아이들이 소리를 내며 맞춰가는 과정을 첫날부터 시작한다. “소리가 모였을 때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기” 위해서다. 수업에서 강조하는 것은 ‘소리의 조화로움’이다. 서로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크기에 맞춰 배려하는 것이다.

“합주할 때면 화음이 생기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음악을 한 이후로 에스파의 음악에서 잘 들리지 않던 소리들까지 듣게 됐어요. 이 작은 소리들이 섞여 음악을 이루고, 작은 소리라고 버려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정정아 양)

장 감독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목소리를 낼 때와 아닐 때를 구별하는 것”이라며 “서로의 소리를 듣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적용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상은 늘 자기 목소리의 불륨을 키우는 데에 익숙해져 있는데 가끔은 줄일 필요가 있어요. ‘꿈의 오케스트라’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여전히 의미가 있어요. 사실 ‘꿈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관계 맺는 법을 배워요. 변화는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끊임없이 사랑을 주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함께 모여 음악을 하고 마음을 나누며 보석같은 아이들을 얻었어요. 우리의 가장 큰 성과는 아이들이에요.”(장한솔·황효주)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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