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넘버원’ PD “자막 거의 없애, 시즌 2 반응 좋다면…”[EN:인터뷰②]
[뉴스엔 박정민 기자]
'코리아 넘버원' 정효민 PD가 자막을 거의 없애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11월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리아 넘버원' 정효민 PD, 김인식 PD와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25일 공개된 '코리아 넘버원'은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 3인이 한국의 넘버원 장인을 찾아가 체력도 정신력도 남김없이 쏟아부으며 전통 노동을 체험하고 그날의 넘버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정효민 PD는 "OTT 공개는 처음이다. 항상 시청률로 체감했는데 시청률이 사라져서 어떻게 확인해야 하나 어벙한 상태다. 커뮤니티 반응이나 지인들이 보내주는 반응으로 느낀다. 커뮤니티에서 칭찬 많이 하시더라. 자극이 없는 프로그램에 가까운데 OTT에선 자극적인 게 유효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저희가 시도한 방식이 통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해외에서 연락받는 경우는 많이 없는데 잘 보고 있다고 순위를 캡처해서 보내줘서 좋았다"고 밝혔다.
김인식 PD는 "다행히 좋게 재밌게 봐줬다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다. 넷플릭스 TOP 10에 언제 드나 걱정하면서 봤는데 좋은 순위가 돼서 좋다. 해외에서 나가 계신 감독님이 순위를 캡처해서 보내주고 있다"고 전했다.
'코리아 넘버원'은 노동을 주제로 다룬다는 점에서 정효민, 김인식 PD가 연출한 '일로 만난 사이'와 비슷하다. 이와 관련 정효민 PD는 "예능에서 다룰 수 있는 장르는 다양하지만 카테고리는 정해진 것 같다. 힐링 코드, 여행 코드도 있지만 노동은 많이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 노동이라는 단어를 예능에서 쓸 수 있는가에 대해서 한참 회의했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재미를 주면서 의미를 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고, 저희가 시작한 장르라는 자부심도 좀 있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 느낀 아쉬움을 의미있게 풀어낼 방법을 생각했다. '일로 만난 사이'는 토크쇼에 가까웠고, 이를 통해 유재석 씨를 알아본다는 것에 가까웠지만 이번엔 셋의 케미스트리 재미에 포인트를 맞추자 싶었다. 소재는 노동을 다루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만족할 정도는 된 것 같다"며 차별점을 짚었다.
전 세계 시청자를 고려해 자막을 없앴다. 정효민 PD는 "넷플릭스 프로그램이라고 전 세계에 유익한 프로그램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 시장에서만 효과가 있어도 유의미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욕심나는 게 세계로 나가는 만큼 재미있게 만들게 언어 장벽에 너무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몸 쓰는 예능은 언어를 몰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막을 거의 없앴다. 예능하는 사람 입장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예능에 자막이 쓰인 게 2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초반엔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오히려 프로그램 색깔을 획일화 시키는 것 같더라.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자막을 덜어냈다. 봉준호 감독이 1인치를 걷어내면 더 넓은 세계가 보인다고 한 것처럼 장점이 생겼다. 자막을 주려고 출연자들에게 카메라를 공간을 못 줬는데, 짜증 나는 표정 등을 섬세하게 더 담을 수 있었다. 가깝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볼 때 그런 게 잘 느껴지고 있구나 싶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재밌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인식 PD 역시 "영상미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자막 없이 화면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많이 체험하지 못해서 그런 면에서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막을 없애 작업량이 줄어들었냐는 질문엔 정효민 PD는 "그러길 너무 바랐다. 자막을 없앴더니 자막 작업량은 줄어들었다. 쉴 수 있나 했는데 믹싱 단계에서 시간이 두 배가 됐다. 자막으로 썼던 걸 믹싱으로 골라내야 해서 믹싱 감독님이 고생 많이 하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코리아 넘버원'은 한옥 기와를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제와장부터 장 담그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갯벌에서의 낙지 잡기, 한산모시 짜기, 죽방 멸치 잡이, 쪽빛 염색장, 막걸리 빚기, 나전칠기까지 의식주와 관련된 8가지 전통 노동을 다룬다.
정효민 PD는 "디렉 단계에선 사명감이 저희를 무겁게 만들 때도 있었다. 가볍게만 다룰 수 없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저희가 선택한 건 무거워지지 말자였다. 높은 퀄리티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놓은 분들이 있었다. 저희는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하자 했다. '한국에도 멋있는 게 있다는 걸 알리고 웃음을 주자' 했다. 가볍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촬영 중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김인식 PD는 갯벌 촬영을 언급하며 "쉽지 않았다. 감독님들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뼈 는 말을 해주셨다. 카메라를 들고 걸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고, 걸을 수 있는 분이 안으로 들어오셨다. 팀을 꾸려서 움직인다거나 그런 방법을 채택했다"며 "죽방염은 시기를 맞추는 것이 고민됐다. 2번에 걸쳐 테스트를 했다. 이게 과연 될지부터 준비했던 것 같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정효민 PD는 "자막을 비우면서 카메라 워크를 다양하게 쓸 수 있었다. 드라마는 콘티가 있지만 저희는 카메라 감독이 순간 판단해서 해야 한다. 감독의 판단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데 그런 고난도 워킹을 할 수 있는 감독님이 많지 않아서 일정을 빼서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 감독님도 보람 있고 스릴 있었던 프로그램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장인이라는 테마를 넣는 것이 자칫하면 재미없을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정효민 PD는 "기획이 1년 전부터 됐는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어떤 자료를 보니 2021년 말에 2022년의 키워드를 뽑았는데 한국 자체가 뽑힌 해외 기사를 봤다. 우리나라가 왜 외국에서 인기가 있는지 궁금했던 시기라 한국을 다뤄보면 좋겠다고 결정했다. 노잼이면 어떡하지 생각하면서 장인들을 만났는데 너무 재밌더라. 몸으로 부딪히면 충분히 재밌겠다 싶었다. 웃음이 있을 거란 기대가 없는데 재밌으면 거기서 오는 게 있으니까 시청자들도 재밌어할 것 같았다. 녹화해 보니 장인들이 출연자들 만날 때 너무 재밌었다"고 밝혔다.
김인식 PD는 "출연자들이 해본 일을 다 해봤다. 장인 선생님들이 혼내기도 했다. 혼날 때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출연자들도 그래서 더 열심히, 치열하게 일을 해준 것 같다. 그래서 노잼을 벗을 수 있는 촬영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가장 힘들었던 체험도 꼽았다. 김인식 PD는 "고추장 푸는 게 제일 힘들었다. 저희가 답사를 가서 일할 땐 촬영할 때 보다 시원한 시기였다. 출연자들은 더 더웠으니깐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깊이도 상당했다. 고추장 무게가 상당하더라. 대단한 식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효민 PD는 "전 갯벌이었다. 갯벌이 예능의 성지라고 한다. 저는 못 잡았고 인식 PD는 한 번 잡았다. 발이 빠지면 안 나오더라. 휴대폰도 갯벌에 빠져서 힘들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장인 섭외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김인식 PD는 "국가 무형 문화재, 국가 인증을 받은 분들이 많았다. 문화재로서 사명감이 엄청 컸다. 아이템도 너무 좋고 선생님도 좋은데 과연 출연하실까, 혹시 피해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선뜻 받아주셨다. 촬영을 위해 많이 준비해 주고 전수생을 대하는 것처럼 잘 가르쳐주셨다. 그 사명감에 놀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효민 PD 역시 "거의 유일한 분들이더라. 저희 취지를 이야기 드렸을 때 예능 출연이 쉽지 않은데 알리는 건 본인 의무라고 선뜻 출연을 결정해 줘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시즌 2에서도 언급했다. 정효민 PD는 "아까 넷플릭스 측이랑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다면 고려를 해보지 않을까 하셨다. 또 시기의 문제인 것 같다. 어떤 시기를 조율할 수 있고, 어떤 아이템을 할 수 있을지"라고 말했다.
시즌 2에서 보완하고 싶은 부분을 묻자 김인식 PD는 "첫 시즌이다 보니 카메라로 전부 찍지 못했던 과정이 있다. 장을 담그면 메주를 널거나 그런 거. 시청자 반응이 좋아서 시즌 2를 하게 된다면 전체적인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더 많이 보여드리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정효민 PD는 "날씨를 보완하고 싶다. 덜 더울 때 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박정민 od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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