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 ‘핵군축 노림수’에도 대비할 때

2022. 11. 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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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지난 24일 담화에서 '서울 과녁'을 들먹이며 대남 협박 막말을 쏟아냈다.

앞서 18일 북한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후 한국이 독자 제재를 검토한다는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정착된 가운데, 군축정책 최고 책임자가 공개 석상에서 북한과의 군축 회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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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경민대 겸임교수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지난 24일 담화에서 ‘서울 과녁’을 들먹이며 대남 협박 막말을 쏟아냈다. 앞서 18일 북한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후 한국이 독자 제재를 검토한다는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한의 화성-17형 발사와 안보리의 제재 결의 무산, 김여정의 담화 등 일련의 사건은 현 한반도 상황의 축소판이자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김정은 위원장은 부인·딸과 함께 화성-17형 발사를 참관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잔악한 독재자 이미지를 불식하고, 미래 세대의 안전을 담보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등 여러 해석을 낳았다. 이는 강력한 핵·미사일 무력을 바탕으로 우리끼리 살고 싶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다. 조건이 맞으면 일부 핵군축도 할 용의가 있지만, 비핵화는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다.

북한이 올해 63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안보리가 추가 결의 채택에 실패한 것은 미·중, 미·러 대결로 상징되는 신냉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북핵 문제는 비확산 규범을 유지하기 위해 강대국들이 협력해야 할 사안이 더는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패권경쟁의 도구로 변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동북아 질서를 교란하고 미국을 피곤하게 만든다면 나쁠 게 없다는 것이 중·러의 계산이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군수물자를 요청하고 중국이 대북 식량 지원을 늘리는 등 북·중, 북·러 관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국제사회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2003년 중국이 주최국이 돼 시작한 북핵 6자회담이 외교 무대에서 실종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을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자신할 수 없다고 했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재개된 북한의 대규모 도발은 화성-17형 발사를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다음 행보는 미·북 핵군축 협상일 것이다. 도발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협상력을 최대한 키우겠다는 뜻이다. 김정은의 내년 신년사가 협상 국면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핵군축 협상에 나오면 7차 핵실험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비핵화를 고집한다면 북한은 대미 압박 차원에서 핵실험 도발을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의 최근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북한과 군축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두 나라가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다면 군축은 언제든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정착된 가운데, 군축정책 최고 책임자가 공개 석상에서 북한과의 군축 회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한 것이다. 핵군축 협상은 안보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올인하다가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미·북 핵군축 대화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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