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반말이 높임말이다

2022. 11. 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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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옛글 읽기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높임말과 반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반말은 높임말과 낮춤말의 중간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말은 굳이 보면 높임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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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옛글 읽기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단 세 명이서 한국 어원학회에서 하는 모임인데 신나는 모임입니다. 신나는 이유는 모르는 게 많아서입니다.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은 배울 게 많다는 것이고, 배우면 내 그릇이 커집니다. 신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주에는 높임말과 반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높임말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저는 정말로 높임말이 문제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문제라고 하는 일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누구나 좋다고 하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높임법을 걱정하는 사람의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복잡한 높임법과 그 속에 담긴 권위적인 태도를 걱정하는 마음입니다. 저도 그런 점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높임법이 사람을 차별하는 데 쓰이면 안 됩니다. 저는 높임법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존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높임의 귀한 가치는 누구나 높이는 마음에 있습니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존대를 합니다. 가까운 사이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서로를 높입니다. 존중하는 것입니다.

높임을 지나치게 형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높임은 귀한 가치가 됩니다. 그 누구 하나 높이지 않아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무시하고 낮추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높임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저는 높임말도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귀하게 여기면 건네는 말 한 마디에 세상은 아름답게 변합니다.

그런데 지난 모임에서 스스로 반성했던 이야기는 반말(半 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반말은 높임말의 반대가 아니었습니다. 높임말의 정확한 반대는 낮춤말이었던 겁니다. 반말은 높임말과 낮춤말의 중간에 있습니다. 반쯤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반말은 높임도 낮춤도 아닙니다. 물론 높임을 써야 하는데 반말을 하면 낮춤이 됩니다. 그러니까 문제가 발생하겠죠. 반말하지 말라는 말은 이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나 반말은 주로 낮춤을 쓰기에 애매한 경우에 쓰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말은 굳이 보면 높임이라고 봅니다. 주로 하게체가 반말에 해당합니다. 해라체가 아주 낮춤에 해당하기 때문에 함부로 쓰기가 어렵습니다. 하게체를 쓰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게체는 주로 교수가 제자들에게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이가 많은 제자도 있었고, 이미 학교에서 선생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어려웠겠죠. 이때 하게체를 씁니다.

장인, 장모가 사위에게 해라체를 쓰지 않고 하게체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딸의 남편을 높이는 것은 곧 내 딸을 높이는 것도 됩니다. 아무리 손아래 사람이라고 해도 아주 낮춤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던 것입니다. 모임에서 나왔던 이야기로는 부모의 종에게도 반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종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었다는 말입니다. ‘~ 하게’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낮추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준 겁니다.

반말의 의미가 요즘은 아주 낮춤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원래 반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함부로 낮추면 안 되는 상황에서 살짝 높임의 등급을 올려 상대를 대우해 주는 반말에는 배려도 느껴집니다. 반말도 높임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반말을 해야 하겠습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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