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도 디스크에 걸려요 [따듯한 동물사전]

급성이거나 중증일 경우 외과 수술 필요

(시사저널=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항상 내가 오면 일어나 팔짝팔짝 뛰며 반겨주던 반려견이 어느 날 움직이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애견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연예인의 반려견이 디스크로 전신 마비가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평소 반려견을 딸처럼 아끼고 어디든 함께 다니던 그의 모습을 잘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사람은 척추뼈 사이로 디스크가 빠져나오는 추간판탈출증,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이 질환에 걸리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반려견도 디스크에 걸린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보호자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디스크는 오래전부터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에게 척추뼈가 수직으로 압력을 받거나 어떤 충격을 받으면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네 발로 다녀 척추가 수평으로 유지되는 반려동물에게 디스크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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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려 할 때 비명 지르거나 고통 호소

반려견에게 디스크가 많이 발생하는 배경엔 사람과 함께 실내에서 생활하게 된 환경의 변화가 있다. 자연에서는 두 다리로 서서 허리를 세울 일이 거의 없다. 사람과 생활하면서 두 다리로 서서 재롱을 부리거나 점프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면서 척추가 수직으로 압박받기 때문이다. 또한 실내에서 생활하면서 운동량이 부족해 비만이 되기 쉽고, 이런 몸 상태에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주 뛰어내리다 보면 척추에 무리가 갈 여지가 많다. 

디스크는 사실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진행될 때까지 인지하기 어렵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평소와 다름없이 안아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고통을 호소하거나, 갑자기 네 발로 서서 미동도 없이 움직이지 않고 어딘가 불편하게 굳어있는 것이다. 이는 디스크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몸을 움직이는 데 두려움과 불안을 느껴 보이는 증상이다. 움직임이 고통을 유발하는 질환을 앓아본 사람이라면 그 기분을 잘 이해할 것이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배변활동에도 문제가 생기고, 점차 활동량이 줄어들어 다소 침울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하게 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MRI, CT 촬영을 통해 확진을 받고 디스크 발생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경증인 경우 좀 더 시간을 갖고 염증이나 통증을 완화하는 내과적인 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지만, 급성이거나 중증인 경우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마비증상이 일어난 경우 48시간 내에 수술해야 영구적인 신경 손상을 막을 수 있으니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디스크는 평소 반려견의 생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반려견이 뒷다리로 일어서거나 점프하는 행동을 지속하지 않도록 하고, 높은 곳을 뛰어 오르내리지 않도록 단차가 높으면 계단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반려견을 안을 때도 반려견의 네 다리가 모두 보호자의 팔에 닿도록 해서 허리가 세워지는 것이 아닌, 허리가 수평으로 유지되는 편이 좋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을 길러주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디스크 예방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