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4지구도 공사비 증액 두고 조합-건설사 대립

정순우 기자 2022. 11. 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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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4지구의 재건축 후 예상 모습./GS건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들어서는 3100가구 규모 재건축 단지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가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건설사 간 내홍에 빠졌다. 건설사 측에서 설계 변경과 물가 및 금리 인상 명분으로 공사비를 50%가량 올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조합 측은 물가 변동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신반포4지구에 공사비를 기존 9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4700억원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설계 변경으로 늘어난 공사비 2900억원에 금리 인상 및 착공 지연으로 늘어난 금융비용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재경비 180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조합은 건설사 측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일부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는 것은 타당하지만, 경비가 늘어났다고 무작정 공사비에 반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학규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장은 “설계 변경은 우리도 약속한 것이라 공사비에 반영하겠지만 계약서에 물가 상승률 반영 조건을 ‘도급 계약 후부터 착공 전까지’로 설정해놓고 착공 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달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GS건설 측은 “향후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통해 구체적인 공사비 증액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라며 “물가 상승률 등 늘어난 비용을 반영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합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강남 알짜 재건축 사업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이 빚어진 것은 최근 워낙 공사비가 급격히 오른 영향이 크다. 2017년 GS건설과 조합의 계약 체결 당시 3.3㎡(1평)당 공사비는 498만원 수준이었는데 이후 코로나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터지면서 원자재 값이 단기간 급격하게 올랐다. 이달 시공사가 선정된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은 조합에서 제시한 공사비가 평당 770만원에 달한다. 이런 와중에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고 금리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 시공사 입장에선 대출 연장을 거부당하지 않으려면 크게 늘어난 이자를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공사가 재개되긴 했지만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강동구 둔촌주공도 결국 공사 중단의 발단이 된 것이 공사비 증액 이슈였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공사비를 1조1277억원에서 2500억원 올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갈등이 결국에는 분양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밑지고 사업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늘어난 비용을 보전하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둔촌주공처럼 공사를 중단하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자체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만한 전문성이나 자금력이 없는 조합은 결국엔 건설사와 타협할 수밖에 없고 늘어난 비용은 분양가에 녹아들게 된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건설원가와 적정 이윤을 기준으로 분양가가 매겨지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선 늘어난 공사비를 최대한 분양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공사비 급등 여파로 이미 무주택자들이 부담해야 할 분양가는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다음 달 분양 예정인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장위자이래디언트)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았음에도 분양가가 평당 2834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 84㎡ 분양가는 9억5000만원 수준으로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다. 둔촌주공도 84㎡ 분양가가 13억원대로 중도금 대출이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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