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에 멈춰선 中企 숙원 '기업승계'

최동현 입력 2022. 11. 29. 10:36 수정 2022. 11. 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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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는 기업과 개인의 자산을 구분하지 못한 비판이다."

그는 "기업승계는 현금이나 부동산 같은 재산이 아닌 주식을 물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 자산을 마음대로 갖다 쓸 수도 없다"면서 "주식 처분이나 배당을 통해 현금화하면 49.5%의 세금도 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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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세제개편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기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는 기업과 개인의 자산을 구분하지 못한 비판이다."

50년째 양변기 부품 회사를 운영해온 한 1세대 중소기업 대표의 푸념이다. 그는 "기업승계는 현금이나 부동산 같은 재산이 아닌 주식을 물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 자산을 마음대로 갖다 쓸 수도 없다"면서 "주식 처분이나 배당을 통해 현금화하면 49.5%의 세금도 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나이가 70을 넘어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길 원하지만 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 수준이 낮다며 답답해했다. 기업승계 제도개선 등이 담긴 정부의 '2022 세제개편안'이 야당 반대로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우리나라 현행 기업승계제도는 1세대 사망 후 승계가 완성되는 상속중심이다.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500억원으로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100억원)보다 많아 상속이 더 유리하다. 이마저도 재산과 고용유지, 업종 변경 제한 등 사전·사후 요건이 까다로워 연간 활용 건수가 100건도 채 안 된다. 독일은 제도 활용 건수가 1만건, 일본은 4000여건에 이른다. 기업승계가 상속 중심인데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아 승계를 꺼리거나 승계 과정에서 각종 편법을 시도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런 구조에서는 업력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을 키워내기 어렵다. 기업을 물려받으려면 고액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지분을 팔면 경영권이 위협받는다. 기술 탈취를 노리는 기업사냥꾼이나 시세차익에만 관심이 있는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굴지의 기업이 순식간에 공중분해 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업력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7곳으로 일본(3만3076곳), 미국(1만9497곳), 스웨덴(1만3997곳)과 비교해 천지 차이다. 이들 선진국은 일찍이 기업승계를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의 근원으로 보고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회에 발목 잡힌 정부 세재개편안은 '예상치 못한 상속'보다는 '체계적인 승계'에 방점을 찍었다.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를 1000억원까지 늘리고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 중 핵심인 고용유지와 업종유지 조항도 개선했다. 기업승계가 숙원인 중소기업계의 요구사항을 대체로 반영했다. 다만 법정처리시한(12월2일)을 사흘 앞두고도 여야 간 이견이 커 법안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

이런 상황을 답답해하던 한 중소기업 대표가 전한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자식들은 회사를 처분해 현금이나 부동산으로 물려달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하는 게 더 유리하다. 하지만 기업승계는 수십 년 일궈온 회사의 존속과 직원들의 삶이 달린 문제다. 부의 대물림이라며 고액의 세금만 강요할 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다른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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