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규의 행복학교] 행복의 해석
지금 책상 위에는 아침에 내린 에스프레소 한잔과 한 모금의 우유가 사이좋게 놓여있다. 글을 쓰는 동안 내 코끝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리고 글을 쓰다 고개를 돌릴 때 보이는 다크 초코렛 색의 커피는 이미 마시기 전 충분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마시기 전, 코로 전해지는 후각과 풍미로운 시각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
밤톨 같은 작은 커피 한잔으로 어느새 신선한 아침이 방안 가득히 채워지고 있다.
책쓰기 수업을 하며 ‘초고는 거침없이, 끊기지 않게 쓰라’는 부분을 나는 늘 강조한다. 감정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길 바라는 의미에서이다. 나 또한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A4지 한 장이 다 채워져 가고, 잊고 있었던 커피가 생각난다. 잔을 들어 마시려 보니 이미 식어버린 커피, 흔히들 커피는 따뜻할 때 마셔야 제맛이라지만, 이제 습관이 되었는지, 식은 커피도 나름의 맛이 있다.
세상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든가. 나는 이제 뜨거운 커피보다 식은 커피가 더 좋다.
아침 커피 한 모금, 행복 한 줌에 이런저런 단상들이 떠오른다. 과연 내가 원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행복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생각건대, 인간이 감히 다룰 수 없는 대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잘못 만져 한글이 아닌 영어로 타이핑을 할 때, 행복은 godqhr로 쓰여진다. 즉 행복의 행복할 행(幸)은 god, 즉 신(神)으로 쓰여진다는 것이다. 뒤에 있는 qhr의 뜻은 아직 모른다. 어쩌면 행복은 신이 말하는 아직 풀지 못하는 숙제라는 의미로 자의적 해석이 된다.
나는 어려운 미적분을 푸는 수학자도 아니고 과학을 잘하는 물리학자도 아니다. 그냥 삶을 관조하는 중년의 작가로서 행복은 그냥 맹목적으로 추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단지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감에 작은 만족감을 느끼고, 때로는 불어오는 시련에도 웃으며 자신의 흐느끼는 숨소리에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이면 된다. 남들의 시선 위에 행복을 올려놓기를 당신의 신(神)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태어났음에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색으로 세상이란 놀이터에서 신명 나게 색칠하고 놀다가 돌아가길 바랄 것이다.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아직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라,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구름조차 시간의 흐름, 바람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것을 보아라, 세상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잡으려 집착하면 할수록 마음속 고민은 점차 풀지 못하는 방정식으로 변해만 갈 것이다. 그냥 커피 한잔을 마시며 나처럼 때로는 바보처럼 웃어보는 시간, 그 안에서 당신의 영혼은 어쩌면 편안할지 모른다.
최경규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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