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로 코로나’ 고수는 또 다른 ‘회색 코뿔소’ [핫이슈]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2022. 11. 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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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 시위 펼치는 베이징 시민들 [베이징 AFP = 연합뉴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또 다른 ‘회색 코뿔소’인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주민 통제가 3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상하이 등 일부 도시에서는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등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봉쇄를 해제하라”는 수준이었는데 지난 24일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건을 계기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방역을 위해 아파트를 봉쇄하려고 가져다 놓은 설치물 탓에 사상자가 많아졌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상하이 시민들이 “우리는 자유와 인권을 원한다”며 시위하는 영상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영상에는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키고 참가자들을 체포하는 모습도 담겼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강력한 통제를 실시하고 있는데도 중국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가 4만명에 육박하는 등 확산세가 심각하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서 봉쇄 조치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확산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협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더 위축되면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정부 시위 소식에 중국 증시는 물론 아시아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 증시도 28일 1% 넘게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중국의 봉쇄 조치가 길어지면서 공급망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애플과 테슬라 등 중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미국 주요 기업들은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 생산 차질로 인해 올해 아이폰 프로 출하량이 600만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2.6%나 떨어졌다.

주민 시위가 여러 도시로 번지면서 중국 경제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이 주택 판매량, 철근 재고, 구리 가격, 중소기업 심리, 승용차 판매, 생산자물가 등 중국 경기를 보여주는 8개 선행 지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상하이가 도시 전체를 봉쇄했던 지난 4월과 5월 이후 지수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주요 도시의 주택 판매량은 30% 넘게 줄었고 석탄과 철강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방역이 성공하고 있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자랑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의 전반적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하며 현실 상황에 맞춰 방역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핵심 권력층 내부에서도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한 원로는 SNS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도대체 이렇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제로 코로나를 위한 비용은 결국 경제적 비용이고 우리의 생명과 삶을 희생한 비용이다 당국은 인민의 생명을 최우선시한다고 하는데 팩트에서 진실을 찾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 글을 곧바로 삭제했다.

중국은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이 낮고 의료 시스템이 낙후돼 있어 제로 코로나 정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팬데믹은 오직 집단 감염을 통해 극복할 수밖에 없다. 중국도 다른 나라들처럼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고령층과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사망률을 낮추는 쪽으로 방역 정책을 바꿔야 할 때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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