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근감소증 치료’ 효과 美FDA 승인 약물 발굴

GIST 다런 윌리엄스 교수팀, ‘근섬유 위축 감소’ 말로틸레이트 선별 성공
‘악물 재창출’ 활용 효과 확인…“먹는 근감소증 치료 약 개발 앞당긴다”

근감소증에 효과 약물 발견. 광주과학기술원(GIST) 제공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진행돼 근육량과 근력, 근 기능 등이 지나치게 줄거나 약해져 신체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증상을 보이는 질환인 ‘근감소증(sarcopenia)’. 

노화 근골격계 질환인 근감소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을 국내 대학 연구진이 발굴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생명과학부 다런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이 FDA 승인을 받은 약물들을 검토해 근섬유 위축을 감소시키는 효능을 가진 약물로 ‘말로틸레이트’를 선별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말로틸레이트는 기존 간경화 및 간 손상 치료제로 사용됐던 약물이다. 

연구팀은 이 약물이 골격근 위축 과정 중 증가하는 ‘5-리폭시게네이즈’라는 체내 효소의 활성을 저하하고 이를 통해 근육세포 내 염증 매개 인자인 ‘LT B4’(류코트리엔 B4)의 농도를 낮추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근육 손실에 핵심적인 조절을 하는 물질(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인 ‘FoxO3’의 작용을 저해하는 효과도 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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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근감소증이 유도된 실험용 쥐와 노화 실험용 쥐를 이용해 말로틸레이트를 투여했을 때 근육량 증가와 감소를 판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근섬유의 직경(지름)이 대조군 대비 평균 46.9% 증가한 것을 관찰했으며, 근육 단백질 합성 속도 증가, 근육 단백질 동화 과정에 관여하는 체내 호르몬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IGF-1) 발현량 증가도 확인했다.

근감소증에 효과 약물 발견. 광주과학기술원(GIST) 제공

 
말로틸레이트를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과의 비교에서도 말로틸레이트를 투여한 그룹의 허벅지 앞쪽 근육(대퇴사두근) 무게가 21.58% 더 증가했고, 측정기구를 잡아당기는 능력(악력)도 39.31% 더 증가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노화 쥐 모델 실험에서 말로틸레이트 경구투여를 통한 근감소증 완화 효과도 확인돼 주사뿐만 아니라 먹는 약 치료제 장점도 지니고 있음이 발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근감소증의 상용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효능이 우수한 치료제를 ‘약물 재창출’ 방법을 통해 짧은 기간과 적은 비용으로 개발한 의미가 있다. 

약물 재창출은 이미 시판돼 안정성이 입증된 약물이나 효능 문제로 임상실험을 통과하지 못한 약물을 다시 연구해 새로운 질병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신약 개발의 한 방법이다. 

다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근감소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약물과 타깃을 제시하였으며, 약물 재창출 전략을 통해 먹을 수 있는 안전한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인의학 분야 저널 상위 3% 논문인 ‘악액질 근육 감소증 및 근육 저널(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온라인판에 지난달 17일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지스트 GRI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