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가대표 투수의 일주일 [여자 야구 현주소⑧]

황혜정 2022. 11. 2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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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4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 야구선수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0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국가대표 투수 심현정. 제공 | 본인.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다음은 국가대표 투수 심현정(20)씨의 일주일을 편지 형식으로 풀어 쓴 글이다.

안녕하세요 스포츠서울 독자 여러분. 저는 야구 국가대표 심현정이라고 합니다.
저의 일과는 ‘야구’로 시작해 ‘야구’로 끝나요. 올해 초부터 일요일 하루를 빼놓고 운동을 매일 5시간 이상씩 하고 있어요. 월요일 같은 경우는 오전에 대학교 수업을 마치자 마자 서울 압구정에 있는 야구 트레이닝 센터 겸 레슨장에 가요. 준비 운동을 한 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본격적인 1차 운동을, 저녁을 먹고 나서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2차 운동을 합니다.
심현정 선수(가장 오른쪽)가 SSTC(sports science technology company)에서 운동 하는 모습. 제공 | 본인
저는 포지션이 ‘투수’이기 때문에 주로 보강운동과 순발력 운동을 해요. 보강 운동은 부상 방지를 위해 하는 것이고, 웨이트 및 순발력운동(회전, 스텝박스, 플라이오메트릭 등)은 투수에게 중요한 운동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힘들 때가 많아요.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힘든 게 더 커요. 불확실한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여자 야구 실업팀도, 프로팀도 없어 직업으로 삼을 수 없어요. 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목표의식이 사라질 때가 많지만, 저는 올해 여자 야구 국가대표로 첫 발탁됐어요. 언젠가 제가 국제대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대표팀 선수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매번 주먹을 꽉 쥐어봅니다.
심현정 선수(왼쪽)가 대표팀 동료 사유리와 연습 중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운동이 끝나면 오후 12시가 다 되어서 자취방에 도착합니다. 씻고 나서 학교 과제를 시작해요. 과제가 없는 날에는 야구 관련 책을 읽거나, 프로야구 선수들의 영상 찾아봅니다. 선수들의 투구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저만의 메커니즘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최근에 학교에서 열린 진로박람회에 다녀왔어요. 거기서 ‘스포츠 심리학’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멋져보였어요. 저는 포지션을 변경해 올해부터 투수를 했는데 그 기간동안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어요. 그런데 잠시나마 ‘스포츠 심리학’ 공부를 해보니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야구를 잘하고 싶어 심리학에 관심이 생긴건데 이 공부를 하며 저 ‘심현정’이라는 사람을 알아가게 되더라고요. ‘야구는 정신력 싸움’이라는 말이 있는데, 야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또래 여자야구선수들을 심리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생각에 내년 1월에부터는 스포츠 심리학 2급 연수를 생각하고 있어요.
심현정이 대학교 수업을 복습하는 모습. 제공 | 본인.
여러 고민을 하며 잠을 뒤척이다 보니 내일이 되었어요. 오늘은 수업이 오후에 있어요. 수업 가기 전에 학교 헬스장에 가 2시간 동안 혼자 유산소 운동과 보강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저는 올해 ‘야구’에만 전념하고 싶어서 제 전공인 체육학 중에서 ‘전문실기 야구’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데요, 남학생들과 야구 실기 수업을 같이 듣고 있지만 나름대로 밀리지 않고 잘 해내고 있답니다 하하.
오늘은 저녁에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이에요. 정기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최소 한번씩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하고 있어요. 자취를 하려니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6시간 동안의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자취방에 돌아왔어요. 벌써 밤 12시를 향해가네요.
심현정이 재학 중인 경희대학교 전경. 제공 | 본인
드디어 일요일이에요. 일요일은 저의 소중한 휴식날이에요. 나머지 6일을 위해 일요일에는 되도록 운동을 하지 않으려 해요. 대신 밀린 대학교 과제를 하고 중간·기말고사를 준비합니다. 학교 중앙도서관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거워지는 하루네요 하하. 그래도 대학 생활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최대한 학교생활에 참여하려고 해요. 제게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면 졸업 전에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며 시야를 넓히고 싶습니다.

내년에도 국가대표에 선발된다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저 심현정과 우리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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