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생존법, '광역 모펀드'를 제안한다 [넥스트브릿지]

이상동 입력 2022. 11. 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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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브릿지] 지역 혁신 경제 발전과 지역주민 이익 높이는 방안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이상동 기자]

 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1만 8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7만 7천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세는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나 증가폭은 다섯달째 감소 중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피는 모습.
ⓒ 연합뉴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로 인한 세계 경제와 한국경제의 위기에 대한 보도가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공급망 위기와 에너지 위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의 무역적자 역시 커지고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쏟아지는 우박을 당장 피할 길이 뾰족하지 않다.

경제침체는 서민의 삶에만 위기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서민의 삶이 어려워지면 부동산과 자동차 등 지방정부의 주요 세원인 취득세가 줄어들게 되고, 여가소비가 줄어들면 골프회원권, 승마회원권, 콘도미니엄 회원권, 종합체육시설 이용회원권과 요트회원권 등의 취득에서 발생하는 지방 세원 역시 줄어든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데, 세수가 부족한 조건에서 지방정부가 재원을 마련하려면 지방채발행과 지방공기업의 역할을 높이는 우회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인천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 등 지방공기업들의 채권발행 역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방정부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지고 있다.

지방채 발행도 치솟는 금리로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금융권 차입 역시 고금리로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경제위기는 지방정부에 직접적인 재정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낮은 재정자립도 역시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이참에 재정자립도를 올리고 지방재정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쳐보자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 문제도 쉽지 않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 '국세, 지방세 비율'을 조정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방재정이 좋아지진 않기 때문이다.

국회예산특별위원회의 보고서(2018)에 따르면 '국세, 지방세 비율'을 7:3으로 조정할 경우 지방세 증대 효과와 지방교부세 감소 효과가 동시에 일어나는데, 지방세 비율이 높은 지자체는 증대 효과가 감소 효과보다 높아 많은 재정적 혜택을 보지만, 지방세 비율이 낮은 지자체는 반대 효과로 재정 증가 혜택이 높지 못하다. 심지어 강원, 충북, 전라남북도의 기초단체들에서는 '지방세 증대의 역설'이 발생하여 세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지역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수도권과 부산과 같은 큰 광역시는 도움이 되지만, 인구가 적고 산업이 부족해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위협받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단순한 '국세, 지방세 비율' 조정을 할 경우 수도권 집중과 인구감소로 인한 이중·삼중고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세수 부족으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역의 산업역량 발전으로 인구 증가와 세수 증대의 토대를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대안이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장기전략과 산업정책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당면한 문제해결의 방향을 장기적인 지역발전전략의 방향에서 풀어가야 한다.

지방정부, 혁신투자자가 되어야

고질적인 지방정부의 세수 부족과 인구감소·수도권집중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지방정부는 '혁신투자자'가 되어 지역경제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 자본 규모와 투자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현재의 세원 안에서는 아무리 효율적으로 운용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재원확보를 위해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혁신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민간 관리 위탁' 문제점 극복과 '혁신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지방정부가 공적 자본을 조성하여 투자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민간 관리 위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1980년대 이후부터 시작된 자산시장의 확대라는 흐름은 곧 반세기에 이르게 된다. 동일 기간 '돈이 돈을 버는 경제'가 더욱 심화했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이 들기는커녕 어떻게든 이런 구조에 나도 같이 올라타고자 하는 욕구를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재의 금융 경제시스템은 화폐와 같은 공적 자본의 공급이 중앙은행이라는 공적 기관으로부터 시작되지만, 바로 그다음 단계부터 시스템은 거의 전적으로 민간 경영에 위탁되고 있다. 즉, '공적 자본, 민간 관리'의 시스템이라는 것이고, 그 역사는 실로 오래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거의 전적으로 민간 부문 자본 투자자의 이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과잉 금융은 생산성과 유리되어 상품 시장에 투자되지 않고 금융 시장의 변동성에 비생산적으로 투자될 가능성을 높인다. 그 결과는 현재와 같은 불확실의 국면에서 금융시장 경색을 높이고, 단기수익 추구의 '투기성 투자'의 위험을 높이게 될 것이다.

규제와 같은 공적 개입이 극단적인 작동방식을 완화할 수는 있겠으나, 위험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민간 위탁자'는 이익의 극대화와 손실의 최소화라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러한 개별적 합리성은 집합적으로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언제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방정부가 공적 자본을 조성하고 투자하려면 '혁신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의 돌파구로 '혁신 경제'가 채택되고 벤처투자 활성화를 포함한 각종의 산업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첨단 기술이나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보유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등을 육성하여 비즈니스 경쟁력도 확보하고 고용도 창출하는 양쪽의 성과를 동시에 이루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방향은 내부로는 저성장-저고용이 고착되고, 외부로는 경쟁이 세계화되는 샌드위치 국면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서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는 혁신 경제를 추구하는 데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 '혁신 금융(주로 벤처투자 금융)' 시스템에서 공공부문의 참여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투자 금융' 시스템에서 한국모태펀드와 같은 공적자본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중앙정부의 기금 등으로 결성되는 한국모태펀드는 모(母)펀드가 되어 일정한 비율의 민간 자금 참여를 조건으로 민간 운용사가 결성하는 자(子)펀드에 자금을 출자해 주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벤처투자펀드의 숫자와 혁신금융의 규모가 급격히 성장한 것은 한국모태펀드의 '마중물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한국모태펀드는 단순히 자금 출자에 그치지 않고, 민간 운용사의 투자대상 선정에 있어서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예컨대, 몇 % 이상은 소규모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든지, 어느 지역에 투자해야 한다든지 등을 지정한다.

물론, 완전히 민간 출자자로만 이루어진 벤처투자펀드도 존재하며, 완전 민간펀드는 투자대상의 선정에 있어서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한국모태펀드라는 공적 자본은 완전 민간펀드와는 달리 '자본 수익'을 일정하게 포기하는 대신 국민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더구나 2005년 시작되어 곧 20년을 맞이하게 되는 한국모태펀드의 수익률은 현재 나쁘지 않다(다만 필자는 흑자여부가 한국모태펀드의 유일한 성과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광역단체 또는 초광역 지자체 연합의 모펀드

중소·벤처기업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되고 있고, 지방정부의 벤처투자펀드 출자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이다. 지방정부는 주로 민간이 운용하는 한국모태펀드의 자(子)펀드에 출자를 하면서 출자금의 2배수 정도를 자기 지역의 기업들에 투자하도록 조건을 내걸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지방정부는 단순한 펀드의 출자자, 그것도 거의 대부분 소수지분 출자자에 그치고 있다. 지방정부가 벤처금융을 지역 산업정책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제 지방정부가 직접 모(母)펀드를 결성하여 지역 수준에서의 금융 역량과 산업정책 역량을 강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지난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한국모태펀드가 쌓아 온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 차원에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광역단체 차원과 경우에 따라 몇 개의 광역단체를 묶는 초광역 지자체 연합의 모펀드 결성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필자가 지방정부의 모(母)펀드를 검토하자고 제안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의 혁신 경제 발전과 더불어 이익 배분에 있어서 지역주민의 이익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위함이다. 지역단위의 모(母)펀드는 투자와 운용에 있어서 지역 주민들의 이익을 지향점으로 두게 된다.

여기에 지역단위의 모(母)펀드만이 시도할 수 있는 장치들이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지방정부의 모(母)펀드 대차대조표를 '공공 대차대조표'로 작성하여 '사회투자'를 강화할 수 있고, 디지털 자산과 연계하여 모(母)펀드의 출자지분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이익을 나눌 수도 있으며, 모펀드가 창출한 금융수익을 자산이 없는 지역 청년들에게 재분배하는 설계도 가능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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