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 톡!] "게롤트? 걔 얼굴만 비추고 가버렸는데…"
"기대가 컸던 탓일까? 반가운 재회는 좋았는데…"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와 더 위쳐 컬래버레이션, 5일 간의 퀘스트를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명절 친척 모임'이었습니다. 오랜만의 재회는 기뻤지만 각 잡고 어딘가 여행을 가거나 무언가를 하기엔 짧은 시간, 그저 서로 얼굴 보는 데 의의를 둔다는 점에서요.
23일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와 더 위쳐의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업데이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아온 서머에서 이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할 당시 기대를 많이 했어요. 좋아하는 게임 둘의 컬래버레이션이라니 게이머로서 설레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설레발은 필패라 했던가요? 뚜껑을 열어 본 로스트아크와 더 위쳐 컬래버레이션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괜찮은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어쩌면 기대감이 워낙 컸기에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게롤트와 석별의 순간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네요.
■ 섬세한 원작 고증과 개연성, 합리적인 보상
컬래버레이션 배경은 더 위쳐3: 와일드 헌트의 DLC 블러드 앤 와인 엔딩 이후입니다. 게롤트 본인이 작은 포도원에서 안정을 찾았다고 직접 언급하죠. 험난한 여정을 마치고, 투생의 작은 집에서 드디어 소소하고 일상적인 행복을 손에 넣은 모습을 마주하니 반가웠어요.
컷신의 정성스러운 일러스트, 원작 더 위쳐 시리즈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생생한 모델링, 신경 써서 캐스팅한 성우 등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위쳐 세계에서 워낙 고생을 많이 했으니 아크라시아에 축제 관광을 왔다는 콘셉트도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사소한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 쓴 태가 나서 좋았습니다. 위쳐에서 넘어온 게롤트와 친구들의 대사, 그리고 위쳐 세계에서 넘어온 오브젝트들은 원작의 폰트로 별도 표시되고요. 바닥에 떨어진 괴물 도감, 궨트 카드, 위쳐가 사용하는 표식 주문 설명 등 오브젝트의 텍스트도 고증을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이스터 에그로 등장하는 로취 버그, 바위 트롤만도 못한 게롤트의 그림 실력 등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소소하게 웃음을 줄 만한 포인트도 있었습니다. 특히 섬 퇴장 위치에서 둥둥 떠내려오는 로취, 보자마자 빵 터지신 분들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기존 로스트아크 세계관과 이질감이 없었던 게 마음에 들었어요. 3일차 퀘스트에서 등장하는 농민, 바로 왜곡된 차원의 섬의 NPC 메피토입니다. 당시 본인도 제어할 수 없는 차원 여행자로 등장했었죠. 아마 위쳐 세계로 불시착한 뒤 아크라시아로 돌아오기 위해 시리에게 모코코 인형을 건넨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메피토는 계획대로 아크라시아 귀환에 성공해, 5일차 퀘스트의 기념 사진 촬영에서 깜짝 등장합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지는 카드 세트도 트리시온이나 필드 보스보다 좋은 세트 효과를 가지고 있어 남겨진 바람의 절벽이나 세상을 구하는 빛 세트를 미처 완성하지 못한 초보자 분들이 쓰기 괜찮습니다. 영지 음악, 이모티콘 팩 등도 나쁘지 않았고요. 컬래버레이션 아바타 퀄리티야 말할 것도 없죠. 무기 아바타는 물론이고 염색 가능한 헤어 아바타라니, 이건 놓치면 후회막심하실 거라 감히 단언합니다.
■ 위쳐 잘알도 알못도 부족했던 볼륨
더 위쳐 시리즈를 플레이한 모험가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게롤트 얼굴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원작 디테일에 충실한 부분을 보며 감동받기도 했죠. 그러나 컬래버레이션 자체의 퀄리티를 보자면 애매합니다.
5일 간 이어진 퀘스트 내용은 "게롤트 일행이 아크라시아로 불시착해서 축제를 즐기고 다시 귀환했다"로 끝입니다. 열심히 대화만 나누다 시리가 포탈을 열고 돌아가버려요. 아마 원작을 모르시는 분이라면 G 키만 연타하다 끝냈을 겁니다.
하다 못해 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게롤트와 함께 가디언을 토벌하거나, 위쳐 세계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등의 일회성 이벤트라도 기대했어요. 다른 게임도 다 그랬다기엔 몬스터 헌터의 더 위쳐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선례가 있으니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몬스터 헌터에서는 위쳐에서 등장한 몬스터를 잡는 미션이 있었거든요.
하다 못해 함께 축제를 즐기는 장면이나 궨트 체험이라도 있었다면 덜 아쉽지 않았을까요. 물론 2일차 단델라이온의 공연이 있긴 하지만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모험가가 하는 일이라곤 수상쩍은 모코코 인형에 대한 게롤트 일행의 토론, 아크라시아에 대한 잡담 등을 멀뚱히 듣다 함께 기념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이 전부였어요.
이렇다 보니 더 위쳐 시리즈를 잘 모르는 분들은 물론이고, 원작 플레이 경험이 있으신 분들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원작 고증, 디테일은 좋았지만 볼륨이 아쉽다", "G 키만 연타하니 원작 모르는 입장에선 재미 없었다"등 커뮤니티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 다음 컬래버레이션을 기약하자
더 위쳐 컬래버레이션을 총평하자면 "모처럼 봐서 좋았는데 벌써 가" 정도겠네요. 엔딩 이후 잘 살고 있는 게롤트와 친구들을 본 것은 좋았지만, 얼굴만 보아도 기쁘다는 말이 정말 얼굴만 보여달라는 소리는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 점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컬래버레이션이 상호보완 및 이익 추구, 서로의 게임에 대한 흥미 고취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메피토의 등장입니다. 왜곡된 차원의 섬에서 메피토가 닐프가드, 미드갈, 아제로스, 아레프갈드 등 각각 다른 게임에 등장하는 지역들을 언급한 적 있었죠. 놀랍게도 열거한 게임들 모두 포탈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처럼 차원 여행자 메피토와 포탈을 이용한다면 나름 합리적이고 개연성 있는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하겠죠.
닐프가드의 더 위쳐가 스타트를 끊었으니 앞으로도 꾸준하게 다른 게임과의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하지 않을까 행복 회로를 돌려 봅니다. 앞으로의 컬래버레이션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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