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압꾸정' 작정하고 터트린 마동석표 코미디

사진=쇼박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넘치는 사업 아이디어와 타고난 입담을 자랑하는 범상치 않은 남자, 대국(마동석)이 있다. 압구정을 누비던 그는 한때 잘나갔던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를 만나게 되고, 재기를 원하는 그의 잠재력을 한눈에 알아본 대국은 사업 '촉'을 세운다. 이후 대국은 지우, 정보력을 가진 '인싸' 미정(오나라), 큰 손 태천(최병모), 인맥부자 규옥(오연서)과 손잡고 압구정을 대표하는 성형외과를 넘어 'K-뷰티 드림'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영화 '압꾸정'(감독 임진순)은 2007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를 배경으로 우리나라 대규모 성형 산업의 본격적인 시작과 성장이라는 큰 줄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실제 영화의 80% 이상을 압구정에서 촬영한 것은 물론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랜드마크, 간판, 패션, 소품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챙겨 그럴 듯한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믿음은 안 가지만 사업 감각 있는 대국, 독보적인 실력과 핸디캡을 동시에 가진 지우가 파트너가 돼 서로를 의지하고 갈등하는 이야기 자체는 신선도가 떨어진다. 다행히 마동석표 코미디는 흘러가는 장면 속에서 순간순간 웃음을 이끌어내는 센스가 있고, 이는 평범한 이야기도 비범하게 만든다. 예상 가능한 전개보다는 압구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코믹한 캐릭터들이 이 영화의 볼거리다.

마동석의 연기는 그의 이름을 믿고 찾은 관객들의 기대에 충분히 보답한다. 빨간색 머리, 화려한 실크 셔츠, 명품 아이템을 장착한 대국은 묘하게 현실적이라서 더 웃긴 캐릭터다. "뭔 말인지 알지?"를 입에 달고 다니는 이 남자는 직업은 불분명하지만 남다른 친화력에 허세로, 어디선가 한 번쯤 본 듯한 '사업하는 형'을 연상케 하면서 웃음을 준다.

마동석 외에 정경호, 오나라, 최병모 등의 호흡도 조화로운 편이다.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지만 날카롭고 예민한 지우를 연기한 정경호는 '압꾸정'의 후반부를 책임진 대국-지우의 유쾌한 브로맨스를 완성한 주인공이다. 경계했던 첫 만남 이후 서서히 대국과 진한 관계를 쌓아가는 지우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렸다. 

다만 유튜브, SNS 등 각종 플랫폼의 트렌디한 코미디 콘텐츠로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압꾸정'이 의도한 웃음이 터질지는 미지수다. 어디서 웃어야 할지 감 잡기가 어렵다. 마동석의 개인기에 많은 부분 의지한 영화라는 점 역시 장점이자 단점이다. 비교적 편안한 웃음 코드이지만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11월 30일 개봉.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