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라메, 피칠갑 했어도 서정적인…‘식인’인간의 로맨스

김은형 2022. 11.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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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8)으로 세계적인 팬덤을 만들어낸 티모테 샬라메와 루카 과다니노 감독이 다시 만났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콜 미> 처럼 배우도, 화면도, 주제도 아름다움으로 넘쳐나는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본즈 앤 올> (30일 개봉)은 이런 기대를 보기 좋게 저버린다.

<본즈 앤 올> 은 '식인' 영화다.

둘의 사랑은 <본즈 앤 올> 이 청춘영화이고 로맨스이면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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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테 샬라메 ‘본즈 앤 올’…30일 개봉
‘식인’ 유전자 지닌 청춘 남녀 로드무비
영화 <본즈 앤 올>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으로 세계적인 팬덤을 만들어낸 티모테 샬라메와 루카 과다니노 감독이 다시 만났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콜 미…>처럼 배우도, 화면도, 주제도 아름다움으로 넘쳐나는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본즈 앤 올>(30일 개봉)은 이런 기대를 보기 좋게 저버린다. <본즈 앤 올>은 ‘식인’ 영화다. 은유적 식인이 아니고 대놓고 식인이다. 가녀린 샬라메가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사람을 뜯어 먹는다.

그럼에도 <본즈 앤 올>은 <콜 미…> 못지않은 서정성을 보여준다. ‘이터’(식인)라는 저주받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젊은 남녀가 자신의 운명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떠돌아다니는 모습 속에 황량하고 쓸쓸한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로맨스 틀을 지니면서도 배제와 혐오, 윤리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콜 미…>를 뛰어넘는 수작이라 할 만하다.

이터로 태어난 매런(테일러 러셀)은 사고를 치면 도망가는 생활을 반복하며 아버지와 가난하게 살아간다. 매런이 16살 됐을 때 아버지는 몇백달러의 현금과 카세트 테이프를 남기고 떠나간다. 아버지의 녹음을 들으며 자신에게 이터 유전자를 남긴 엄마에 대해 알게 된 매런은 엄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영화 <본즈 앤 올>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본즈 앤 올>은 매런의 동선을 따라가는 로드무비다. 매런이 출발하는 메릴랜드에서 오하이오, 네브래스카, 인디애나, 켄터키까지 미국 중동부 지역을 가로지른다. 새로운 주에 진입할 때마다 주 이름을 알려주는데, 정작 화면에서 보여주는 것은 그 주의 중심과는 거리가 먼 외곽의 낡거나 버려진 동네들이다. 주는 달라도 퇴락하고 황폐한 동네들의 풍경은 비슷하다. 이는 식인 욕구가 발견되는 즉시 혐오받고 공격받고 버려질 수밖에 없는 이터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영화적 장치다.

매런이 길에서 만나는 리(티모테 샬라메)와 설리(마크 라일런스)는 이야기의 중요한 두 축이다. 리도 설리도 떠도는 존재다. 리는 폭력적인 아버지의 죽음에 연루됐다는 동네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해 떠돌면서 이터의 삶을 살아간다. 또래인 리와 매런은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을 수 없다는 공통의 이유만으로도 빠르게 가까워진다. 이터로서 죄책감을 느끼는 매런과 자신의 정체성을 수긍하는 리는 부딪히면서도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둘의 사랑은 <본즈 앤 올>이 청춘영화이고 로맨스이면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영화 <본즈 앤 올>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문제적이며 중요한 인물은 설리다. 매런이 집을 떠난 뒤 처음 만나는 이터인 설리는 노인으로, 오랫동안 이터로 살며 쌓은 나름의 이런저런 지혜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설리는 냄새로 이터를 구별하는 법 등을 매런에게 알려주고 같이 다니기를 바라지만 매런은 설리를 떠난다. 자신을 ‘나’라고 칭하지 않고 “설리는”이라고 말하는 설리는 말투부터 복장, 행동거지까지 섬찟하고 기괴하다. 설리는 자칫 인간과 흡혈귀의 사랑을 그린 <트와일라잇>(2008)처럼 소외된 청춘남녀의 금지된 사랑으로 달콤하게 보일 수 있는 영화에 불길하고 불쾌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본즈 앤 올>이 소수자성을 말하면서도 그에 대한 낭만적인 연민이나 환상에 빠지지 않고 그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인 이유는 포장할 수 없는 혐오와 역겨움, 그리고 소외감과 깊은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설리라는 존재 때문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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