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중고제 가무악의 산실, 서산

최혜진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입력 2022. 11.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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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올해는 제1회 중고제 축제가 개최돼 큰 의미가 있었다. 경기, 충청 지역에서 나고 자라 가무악의 명인 명창들이 된 예술인들이 역사적으로 많았으나 푸대접을 받은 세월이 길었다. 공연에 앞서 중고제 예인들의 이름을 위패로 모시고, 추모제를 성대하게 했다. 최선달, 하한담으로부터 시작해 박동진 명창에 이르기까지 32명의 예인들이 소환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18세기 전기로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충청지역에서 태어나고 활약하신 분들이다.

중고제가 중요한 이유는 이 유파가 한국 예술의 뿌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작게는 판소리의 유파로 볼 수 있지만 그 가문에서 가무악의 명인들이 함께 태어나고 예술을 만들었다. 고제를 이은 정통 한국의 원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예술이 지금처럼 독립된 장르가 된 것이 아니라 대개는 노래와 춤, 연주를 모두 잘하거나 한 가문 내에서 함께 수련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산의 심정순 명창처럼 판소리는 물론 가야금 병창, 산조 등도 유명했고 그 집안에서 연주자와 소리꾼, 춤꾼이 모두 나왔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소리꾼들은 판소리만, 기악연주자들은 연주만, 춤꾼들은 춤만 추는 전문 광대가 되고 전국적으로 한 분야의 특출한 전문인이 되는 것이 보편화됐다. 충청도는 수도권과 가까워서 이미 오래 전에 명인 명창들은 서울로 진출하기가 쉬웠고, 전국의 광대들은 그 기량을 공주에서 시험받고 서울로 상경하곤 했다. 그러니 충청의 예술은 그 연원이 깊고 지역적 중요성도 매우 컸다. 많은 예술가들이 충청도를 근거지로 해서 활약하면서 전국을 다니며 제자를 기르기도 했다.

그래서 중고제는 가무악이 모두 있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 가운데 충남지역에서 중고제가 가장 성행했다. 공주, 서천, 논산, 홍성, 서산 등이 특히 중요한 명창들이 많이 활약했다. 이중 서산은 고수관, 방만춘 가문, 심정순 가문 등이 있었던 곳이다.

지난 4일에 중고제 관련 학술대회를 하고 5일에 중고제 유적답사가 있었다. 아침에 출발해 반나절 코스로 다니려니 시간이 부족해서 서산은 다음 기회에 하루를 잡아 다니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접었다. 그만큼 명창 관련 유적이 많기 때문이다.

고수관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있는 '자진사랑가'를 만든 명창이다. 그의 생가터 근처에 유적공원이 조성돼 있다. 방만춘 가문은 손자 방진관에 이르는 세습예인 가문으로 알려져 있다. 고제를 이어 '심청가', '적벽가'를 만들었다. 심정순 가문은 선대로부터 이어져 조카 심상건의 가야금병창과 산조, 아들 심재덕과 딸 심화영 등에게 이어진 소리와 춤이 있다. 심화영은 승무를 외손녀 이애리에게 전수했다.

이렇게 서산만 해도 엄청난 중고제 예술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고제 예인들을 위한 발굴, 선양, 아카이빙 작업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서산에서 애쓰는 민간단체들이 그나마 발품을 팔며 중고제를 알리는데 애쓰고 있다.

올해도 서산은 12월에 중고제가무악축제와 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서산은 박첨지 마을이 조성되고, 내포제시조의 전통이 지켜지고 있는 전통문화의 도시다. 이제 중고제 명창들이 불렀을 판소리의 감동도 다시 부활시키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중고제 가야금병창과 산조도 복원해 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래서 19일에 있었던 중고제 중흥을 위한 관민의 협력과 결의가 더욱 감동적이었다. 향후 중고제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가 구축된다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날은 중고제의 맥을 잇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예술단체와 문화재단이 함께 '중고제 중흥'을 선포하고 한국 예술의 원류로서 충청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중고제 가무악이 한국 예술의 중심이 되고 뿌리가 되어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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