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학이념 무너뜨리는 김건희 총장[오늘을 생각한다]

입력 2022. 11. 29. 07: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설립 102년을 맞은 덕성여자대학교는 독립운동가 차미리사 여사가 설립한 조선여자교육회를 모태로 한다. 교육회는 조선 최초 여성야학을 만들었다. 여성의 무지가 가정생활 불편, 자녀 교육의 손실 등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착목(着目)했다. 교육 기회를 얻지 못했던 13~30세 여성들을 ‘자생, 자립, 자각’이라는 창학이념을 바탕으로 가르쳤다. 불행히도 덕성여대의 김건희(그분과 동명이인이다) 현 총장은 자생, 자립, 자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보인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시급 400원을 인상하기 위해 두 달 가까이 총장실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유독 덕성여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첫째, 김 총장이 여성들의 ‘자생’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07년 차미리사는 하와이로 가 한인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봉사활동에 나섰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왔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의 자생을 위해 몸소 실천한 셈이다. 서울의 13개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10여년 전부터 집단교섭을 통해 이른바 ‘생활임금’ 실현을 위해 애써왔다. 고작해야 법정 최저임금보다 230원 더 받을 뿐이었지만, 우리 사회 불평등의 축소를 위해 뭉쳐 싸웠다. 하단의 임금을 높였다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1년 넘게 ‘인원 감축 없는 임금인상’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김건희 총장은 또래 여성들의 자생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둘째, 대학 자립도 방해받고 있다. 대학 평가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다. 일방적으로 제시된 정량화된 기준이 있는가 하면, 사회 구성원들이 지닌 사회적 기준이 있다. 대학은 교수와 학생, 교직원,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최소한 인간으로 인정받고, 권리가 존중받는 곳이어야 한다. 김 총장은 한편으로는 “덕성여대를 명문대학으로 도약시키고 싶다”면서 동시에 노동조합이 교섭을 거부하는 학교당국을 ‘부실대학, 낙오대학’이라 칭하는 바람에 화가 났다며, 면담을 거절하고 있다.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는 대학과 구성원들의 정신적 자립을 저해할 뿐이다.

50~60대 여성이 대부분인 청소노동자들의 싸움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사와 양육 부담으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경험해야 하는 여성 모두의 문제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3분의 2 수준의 임금만 받으면서 훨씬 저평가된 일자리로 내몰려왔다.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온전히 자기 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전체 여성들의 노동 문제와 맞닿아 있다.

김건희 총장은 자신의 행동이 궁극적으로 여성의 보편적 권리 증진을 방해하고 있음을 아직 ‘자각’하지 못한 것 같다. 뭇사람들은 훌륭한 건학이념을 가진 100년 여자대학이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곳인지 아닌지를 곧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되물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노동자는 왜 최저시급만 받는 최저인생이어야 하는가? 대학 총장은 무슨 자격으로 1억원 연봉을 받으며, 또래 여성 노동자들의 인생을 멋대로 평가하고 재단해버리는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