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매일 새벽 6시 출근·오후 4시 칼퇴근해 ‘기적’ 쏜 CEO [송의달 모닝라이브]

송의달 에디터 입력 2022. 11. 29. 07:00 수정 2022. 12. 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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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연속 성장...매출 8배, 영업이익 23배 넘게 늘려
無名이던 LG생활건강을 글로벌 화장품 회사로
다음달 1일 퇴임하는 ‘차석용 부회장의 ‘5개 경영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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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집중력을 흐트러짐 없이 유지한 천재 경영자다.”(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한국 전문경영인들에게 새로운 모델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다음달 1일자로 정식 퇴임하는 차석용(69) LG생활건강(약칭 LG생건) 대표이사 부회장에 대한 평입니다. 그는 대한민국 경영계에 새로운 경지와 지평을 연 명장(名將)입니다.

무엇보다 차 부회장은 2005년 1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17년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매년 최대(最大) 실적을 경신하며 성장시켰습니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희귀한 기록입니다. 이런 경영자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차 부회장은 LG생건의 매출이 매년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던 때에 ‘구원 투수’로 영입됐습니다. 그런데 그가 맡은 후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취임 17년 11개월 만인 다음달 1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CEO에서 물러나는 차석용 부회장/조선일보DB

1년 만인 2006년 1조원을 돌파한 회사 매출액은 2009년 2조원→2013년 4조원→2016년 6조원→2019년 7조원→2021년 8조원대로 거침없는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영업이익도 줄곧 우상향(右上向)해 2018년부터 4년 연속 매년 1조(兆)원대를 찍어 영업이익율이 10% 중반에 달했습니다.

취임 당시 2만8000원이던 주가(株價)는 작년 7월 178만 4000원까지 올랐고, 62분기 연속 매출 및 66분기 연속 영업이익 상승으로 ‘차석용 매직(magic)’이란 신조어가 나돌았습니다.

LG그룹 내 최고령, 최장수 CEO 기록을 세운 그의 대표이사 재임 기간은 삼성전자의 간판 경영인 3 명(윤종용·12년, 이윤우·15년, 권오현·14년)을 각각 능가합니다. 키 170cm, 몸무게 68kg의 체구(體軀)에 조근조근 말하는, 평범한 인상의 차 부회장은 어떻게 한국 기업사(史)에 전례(前例)없는 신화를 쓴 걸까요?

◇①성장에 대한 집요함

외형상 그가 다른 경영자와 가장 다른 측면은 출퇴근 시간입니다. 그는 18년 여를 하루도 예외없이 아침 6시 출근·오후 4시 칼퇴근을 변함없이 지켜왔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도 색다릅니다.

오전 6시~8시와 점심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각 2시간씩은 대표이사 방을 걸어잠그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보고 및 결재는 오전 8시~11시, 오후 2~4시 5시간 동안만 합니다. 9시간의 회사 체류 시간 중 4시간을 혼자 보내는 이유를 그는 2017년 3월 기자와의 WeeklyBiz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LG생활건강 본사 건물/뉴스1

“새로움과 강한 임팩트를 낳으려는 절박함과 그런 고민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으로 봐 줬으면 한다. 소비자를 어떻게 대할까,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제품을 매일매일 줄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함으로 고민하고 있다.”

‘점심 때 2시간 동안 방에서 혼자 식사하며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신년사나 컴퍼니 미팅 자료를 쓰고 해외에서 온 이메일에 답변하고 외부에 나갈 문서도 쓴다. 그런 문서는 비서실이 아니라 내가 직접 쓴다. 책도 요즘 사람들이 읽을만한 것 다 읽고 잡지를 읽는다. 잡지를 읽다보면 깜짝깜짝 놀랄만한 것들이 거기 다 있다. 그런 것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해도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차 부회장은 술·담배는 물론 골프와 회식, 의전(儀典)을 하지 않는 ‘5무(無)경영인’입니다. 회식은 퇴직임원 송별 모임과 연말 송년회 딱 두 번입니다. 그마저 술[酒]과 2차 없이 오후 8시 전에 끝냅니다. 임직원 경조사(慶弔事)도 별도로 챙기지 않습니다.

그는 “1만명 넘는 사원들과 모두 회식은 불가능하고 특정인 또는 그룹과 어울리게 되면 개인 감정에 휘둘려 객관 경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022년 3월 LG생활건강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LG생건 제공

“필요 없는 일은 하지 말자. 모든 일은 단순화해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필요한 것(core)만 살리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는 게 그의 가치관입니다. 차 부회장은 “소비자를 위한 게 아니면 하지 말라는 ‘컨슈머 포커스(consumer focus)’를 지향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일의 성패는 마지막 5%가 좌우한다”며 “끝까지 철저하자”고 주문합니다.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수많은 회사들의 태반이 문 닫는 것은 ‘마지막 5%’를 따라잡지 못해서라는 겁니다. 차 부회장은 출시 전에 모든 제품을 반복적으로 써보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마지막 5%’의 완성에 전력을 쏟았습니다.

마음의 중심에 ‘회사 성장을 향한 집요함’을 동력원 삼아 그는 단 한 번의 결근(缺勤)이나 지각 없이 CEO로서 자신의 소명에 진력(盡力)했습니다.

◇②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

차 부회장은 오후 4시 퇴근 후 비서에게 일정도 알리지 않고 매일 ‘잠행(潛行)’했습니다. 휴일에 일반 택시나 버스를 타고 종종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매일 오후 일찍 퇴근하는 CEO는 이상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그의 설명입니다.

“오후 4시 퇴근한 뒤에는 백화점도 가고, 상점도 가고, 면세점도 가고, 서울 시내 삼청동, 인사동도 가고, 가로수 길도 간다. 온갖 곳을 다 돌아다닌다. 자꾸 가 보면 사람들이 변하는 것들이 보인다. 가로수길도, 압구정도 다 아는 것 같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빨리 변한다. 가 본지 3~4년 되면 늙은 것이다. 자기가 아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실제와의 괴리(乖離)가 생긴다. 우리 업종은 그 괴리가 크면 클수록 실수를 한다.”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 제품 가운데 사상 최초로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넘긴 럭서리 상품 '후'의 중국 마케팅 모습/LG생활건강 제공

이어지는 그의 말입니다.

“백화점에 가서 소비자들하고 얘기 하고, 점원하고 30분 이상 대화한 적도 있다. ‘요즘 남자들이 무슨 옷 많이 사가요?’라고 물으면, 이것도 사가고 저것도 사간다고 점원이 설명해준다. 젊은이들과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자주 한다. 올리브영 같은 매장에 가서, ‘이런 거 왜 사세요?’라고 묻거나 고데기를 사는 젊은 여성에게 ‘요즘 사람도 고데해요?’라고 물으면 별의 별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다.”

시장의 최신 흐름과 밑바닥의 미세한 변화까지 느끼기 위해 현장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CEO 메시지 ‘촉(觸)이 살아있는 회사’(2013년 11월 작성)에서 “우리 모두에게는 경쟁사들이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본능적인 촉(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차 부회장은 ‘깊은 독서’와 학습도 병행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전문저널 4개를 포함해 미용·헬스·리빙·럭셔리 분야의 16개 전문잡지·저널을 정기 구독하고 매월 국내외 서적 10여권 정도를 별도로 읽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60대 후반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어떤 걸 왜 좋아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의 초고가 화장품 브랜드 '더 퍼스트'/조선일보DB

“매일 7~8시간 잠을 자지만 유행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밤을 새워서라도 본다. 잡지를 읽으면서도 뾰족함을 유지하려 한다. 이런 노력을 해야 우리 고객들과 눈높이가 어느 정도 비슷해진다고 여긴다.”

차 부회장은 임원 보고시 함께 들어온 실무자에게 의견을 더 많이 묻고, 대리급 이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확인합니다. 예전에 본부장이나 임원과 회의는커녕 전화 통화한 적 없던 직원들에게 그의 수평 커뮤니케이션은 신선한 변화였습니다.

LG생건은 원래 그룹의 모태(母胎)인 ‘락희화학’이 만든 치약과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 비중이 70%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차 부회장은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화장품-음료-생활용품 등 ‘삼각 편대’로 재편해 독보적(獨步的) 기업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어느 한 쪽 실적이 나빠도 다른 두 부문에서 보완하는 ‘성장의 내진(耐震) 설계’를 완성한 것이지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다에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에 좋은 어장이 형성되듯 서로 다른 사업 간 교차 지점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창출된다. 사업 교차점이 세 개로 늘면서 회사 전체에 활력이 높아지고 있다.”

락희화학이 1955년 가을 국내 최초로 출시한 '럭키 치약' 광고. '럭키 치약'은 외제 치약대비 3분의 1 가격으로 출시 3년 만에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LG생활건강 제공

◇③성실 경영과 효율·스피드 중시

차 부회장은 25년에 걸친 CEO 재임 기간 중 언론과 직접 인터뷰를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내실과 성실이 성공의 열쇠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소 밖에 알리는 것, 남에게 보이는 걸 신경쓰는 회사는 내실(內實)이 적다. 왜냐하면 커페시티(capacity·역량)를 100이라 볼 때, 그 역량을 회사 알리는데 쓰면 정작 내실에는 못 쓴다. 내실에 쓰는 기업은 그럴 시간이 없다. 궁극적으로 내실이 있어야 하고, 내실이 있어서 오래 가면 알리지 않아도 스미듯 알려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나는 알려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고, 지금 갖고 있는 자유가 너무 좋다.”

그는 “저희는 강펀치나 KO펀치가 없고 잽으로 경영한다. 내가 ‘성실하게 경영했습니다’고 하면 다들 웃는다. 하지만 성실한 것에도 정도(程度)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성실 경영’은 여러 측면이 있는데, 먼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쓰는 경영입니다.

“예컨대 회의를 계속 늘어지게 하고서 ‘결정은 다음 주에 하자’고 하면 일주일 동안 또 기다려야 한다. 그런 것보다 박진감 있게 결정내리는 게 ‘성실 경영’이다.”

군더더기나 낭비 없이 스피드와 효율을 중시하는 것도 성실 경영입니다. 실제로 차 부회장은 외부 출장은 반드시 꼭 필요한 경우에만 갔는데 최단(最短) 시간으로 끝냈습니다. 일본 출장은 무조건 당일, 미국 출장은 무박(泊)2일 또는 2박3일을 고수했습니다.

차석용 대표이사 취임후 주요 기업 인수합병(M&A) 일지

대면(對面) 보고를 극소화하고 이메일, 메신저, 전화로 보고를 받는데, 이메일도 주고받는데 시간이 걸리니 전화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면 곧바로 수화기를 듭니다. 시간 손실(loss)를 용납하지 않는 겁니다. 취임 전 A4용지 최대 50장에 달하던 대표이사 보고서를 그는 딱 1장으로 줄였습니다.

회의 횟수를 대폭 줄이고 아무리 긴 회의도 1시간 이내에 끝내는 등 회사 전반에 간결함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 대신 차라리 그 시간에 ‘고객을 위해 무엇을,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는게 낫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신속한 피드백도 성실 경영 사례입니다. 수년 전 미국 현지 회사와 계약을 앞둔 미국 법인장은 “계약서를 작성해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메일을 한국시간 오후 4시55분에 차 부회장에게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차 부회장은 오후 5시59분 확인하고 “그쪽에서 계약서를 만들면 시간이 걸리니 본사 법무팀에서 만들어 보내줄께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6시42분에 차 부회장은 10쪽짜리 영문계약서에 사인까지 한 상태로 최종 답장을 보냈습니다. 보통 계약서 같은 중요 문서는 작성·검토·완성에 1주일 또는 빨라도 3~4일 걸리는데, 법인장이 다음날 출근하니 메일함에 계약서가 와 있었던 겁니다. 왠만한 글로벌 기업 뺨치는 ‘속도 경영’입니다.

LG생활건강이 2020년 펴낸 비매품 단행본.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이 쓴 CEO 메시지를 모은 책이다./인터넷 캡처

그는 월요일 아침에 열리는 부문장급 회의도 화상(畫像) 컨퍼런스 콜로 30분만에 끝냅니다. 이런 ‘효율과 속도, 성실 경영’으로 LG생건은 차 부회장 취임후 굵직한 외부 기업 인수합병(M&A)만 28건 했고 대부분 성공시켰습니다.

◇④리더의 5가지 자질

궁금한 것은 남다른 언행과 실적을 쓴 차 부회장이 생각하는 ‘리더관(觀)’입니다. 그는 LG생건 임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보낸 CEO 메시지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리더는 무엇을 해야할 지를 결정(決定)하는 사람이다. 이때 결정의 퀄리티(Quality·질)가 중요하다. 한 수(手) 한 수의 질이 중요하다. 결정을 하되 질이 높은 결정을 해야 한다. 같은 결과를 낼 거면, 10페이지씩 하지 말고 한 페이지짜리 심플한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원문은 경어체이나 평어체로 바꿈)

한 국내 스타트업 CEO가 차석용 부회장의 <CEO 메시지>를 구해서 읽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인터넷 캡처

그는 그러면서 “우리 리더들도 뇌수술(腦手術)하는 것처럼 최고(最高)의 실력을 쌓고, 정확히 상황을 판단하고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일하고 있는지 수시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차 부회장은 “리더들이 매일 회사에 와서 하찮은 일로 분주하게 지내 놓고는 ‘오늘 내가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리더의 모든 일은 고도화되어야 한다”며 “조직의 구성원 및 관련 부서에 구체적인 바람을 갖고 있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항상 의견이 있어야 하며, 즉시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리더가 구체적인 바람을 이야기하지 않고 직원이 일한 결과에 대해 피드백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알아서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리더로서 자신의 일에 태만한 것이다.”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성장전략을 파헤친 저서 <그로잉업>을 쓴 홍성태 한양대 교수는 “책 인터뷰에 응한 LG생건 임원들은 ‘차 부회장이 질문을 굉장히 잘 한다’고 입을 모은 게 인상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가 쓴 '그로잉업'

임직원들은 “차 부회장이 질문으로 나를 성장시키고, 자기 사업처럼 생각하게끔 훈련시키며, 레거시(legacy)를 남겨주자고 얘기하는 게 감동적이었다. 혼낼 때에도 감정적으로 야단치지 않고 멘토링하듯이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차 부회장은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내가 도와주겠다’는 CEO 리더십 철학을 갖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 경영 스타일을 추구한 것입니다.

차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리더가 ‘오늘 하루 편안하게 보냈네!’라고 생각하는 날은 무언가 잘못된 날이다. 리더가 편안하다는 것은 깨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족을 지키는 부모처럼 리더가 직원들을 항상 생각하면서 깨어 있지 않으면 불행이 스며든다.”

“리더들이라면 매일 뇌수술하는 것처럼 열심히, 철저하게 일해야 한다. 그럴려면 경영자들은 실력을 갖추고 상황을 판단하고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요구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결단력과 소통력, 고도화된 업무력, 판단력, 디테일에 대한 철저한 이해력. 기업 CEO라면 적어도 이 5가지를 갖춰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⑤치열함과 절박함으로 승부

차 부회장은 쓴 맛도 봤습니다. 중학교와 고교 입학시험에 각각 낙방한 겁니다. 동기생 보다 2년 늦게 대학에 입학한 그는 곧 입대해 강원도 화천 최전방 부대에서 3년 복무를 마친 뒤 미국으로 유학 갔습니다.

뉴욕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 경영대학원과 인디애나대 로스쿨에서 2년씩 4년을 더 공부했습니다. 그는 “유학 시절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한국으로 돌아올까 하는 갈등을 수없이 했다”고 했습니다. 그의 회고입니다.

헬렌 켈러(왼쪽)와 스승인 앤 설리번(오른쪽) 선생님/조선일보DB

“그때 마다 무조건 나를 믿어주시고 편지로 격려해 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포기하려던 마음을 접곤 했다. 앤 설리번 선생이 헬렌 켈러에게 주문한 문구 ‘실패하더라도 계속하라. 그리고 기적을 바라면서 계속하라. 실패에도 배우는 것이 있을 테고, 그럼으로써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을 고비마다 늘 기억했다.”

그러다보니 그는 32세에 프록터앤갬블(P&G) 미국 본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혹독한 훈련을 거쳤습니다.

“미국 P&G 시절 아무도 일을 가르쳐주지 않아 일을 익힐 때까지 회사 숙식 생활을 한참 했다. 나는 새벽 4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했다. 밤 10시 퇴근은 그시각 회사가 문을 닫아서였다. 배우고 싶고, 배울 게 회사에 너무 많았다. P&G아시아 총괄사장 시절엔 아시아 14국을 번갈아 방문하느라 어떤 해에는 낯선 나라 호텔에서 200일 이상을 지냈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프록터앤갬블(P&G) 본사 모습. P&G는 1837년 창립된 다국적 소비재 기업으로 'CEO 사관학교'로 불린다./위키피디아

차 부회장은 입사 13년 만인 1997년 P&G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템폰사업본부)이 됐습니다. 이후 사장 타이틀을 25년간 달아 37년 직장생활의 3분의 2 넘는 시간을 기업 CEO로 보냈습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성공 비결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치열함’과 ‘절박함’으로 충만한 승부사적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치열함이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은 열정(熱情)과 사명감(使命感)을 갖는 것이다. (중략)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성공의 반(半)은 죽을지 모른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비롯되고, 실패의 반은 잘 나가던 때의 향수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절박한 마음으로 우리만의 무엇을 끊임없이 갈고 닦으며 최고의 혁신을 실현해갈 때, 멀지 않은 미래에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 회사’가 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CEO 메시지, 2018년 11월)

2019년 1월 2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그룹 시무식에 참석한 LG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이다./조선일보DB

이는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서 있던 LG생건을 세계적인 명품 회사로 만들기 위해 애쓴 차석용 부회장의 ‘자기 고백문’이기도 합니다. 교만과 만족을 억누르고 절박함으로 18년 여를 하루같이 분투하다가 물러나는 겸손한 원칙주의자 차석용 부회장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가 인생 3라운드에서도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리라 믿습니다.

◇참고한 자료

차석용, <CEO MESSAGE 2005~2020> (㈜LG생활건강, 2020·비매품), 홍성태, <그로잉업-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 (북스톤, 2019), WeeklyBiz, 조선닷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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