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에 보낸 한달, '분열·갈등' 여전 '갈길 멀다'

송상현 기자 손승환 기자 2022. 11.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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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신청 임박, 윗선 수사 지지부진…국조특위 합의에도 잡음 계속
분열·갈등 방식 안돼…"추모공간 통해 미래지향적 메시지도 고민해야"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2022.10.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손승환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지나면서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임박하는 등 관련자 처벌을 위한 경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회 역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가동에 합의하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한 걸음을 뗐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두고 잡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국조특위를 놓고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와 조사를 통해 참사의 원인과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힐 수 있을지 의구심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로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에 머물기보다는 치유하고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 수사를 맡은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현판이 설치되어 있다. 2022.1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경찰, 주요 피의자 구속 임박…윗선 수사 향하지만

29일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한달여 동안 주요 피의자에 대한 2차 소환조사까지 마무리하고, 이번주 안에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전날까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총경(참사 당시 상황관리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정보부장, 용산서 전 정보과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을 재소환하며 조사를 끝냈다.

특수본은 이번주에 이들 중 일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계획인데 발부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특수본 관계자는 "구속영장 신청에 대비해 검찰과 수사 과정에서 꾸준히 협의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수사 초기 1차로 입건됐던 이 전 서장, 박 구청장, 류 총경, 최 서장, 용산서 정보과장 등에게 구속 영장이 신청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수본의 칼끝은 이제 윗선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특수본은 이르면 이번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소환 일정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청장에게는 당시 경찰기동대 운영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포함해서 참사 당일 112 신고 늑장 대처,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보고 누락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소방청 차장)도 소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방청은 참사 당일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지 않고도 참사 이후 작성된 문서에는 통제단이 마치 가동된 것처럼 적었다. 특수본은 통제단장인 남 차장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교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나 서울시 등 윗선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소방노조가 직무유기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자동으로 입건됐을 뿐 아직 수사는 제대로 시작도 안 됐다.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지만, 참사가 벌어진 지 약 20일이 지난 17일에서야 두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마저도 이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집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져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다거나, 수사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회의에 앞서 우상호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위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2022.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국회서 국정조사 합의했지만…시작 전부터 '삐걱'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국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내년 1월7일까지 45일간 활동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국정조사가 정쟁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데 공감하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한목소리로 다짐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장관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면서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보이콧이라는 초강수까지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장관 파면 요구는 국민의 지엄한 요구"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더는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정조사가 결론 나기도 전에 그런 요구(이 장관 파면)를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앞서 국조특위에선 여야 간 '조사 범위'를 두고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범위에 대검찰청이 포함된 것을 문제를 제기하며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조사 기간을 두고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45일간의 국정조사 기간이 과거 세월호 참사(90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90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60일)에 비해 너무 짧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자료 제출 등 준비 기간을 갖고 이후 현장 검증과 청문회 등을 실시하게 되는데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밖에 특위의 향후 일정, 여야 간 증인 협상 등 곳곳에 장애물이 놓여있어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벌써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2022.11.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분열과 갈등의 방식 안돼…치유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이번 참사를 두고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식에 있어서는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대신 모든 국민이 치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육성필 서울대상담심리대학원 부교수는 "참사 후에 국민들이 사회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관련자에 대한 처벌이 능사가 아니고, 아픔과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추모비나 추모 공간 같은 치유의 방식을 제언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참사에서 국민들의 감정이 적절히 치유되지 않으면 반드시 분열과 갈등으로 나타난다"며 "추모비나 추모 공간 등 상징을 통해 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모 공간이 유족들만이 아닌 남겨진 우리 사회를 위해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준다면 이번 참사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추모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모리얼 파크처럼 너무 슬프거나 무겁지 않고,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추모 공간이어야 한다"며 "유가족을 위한 추모와 사회 구성원들의 미래 안전을 위한 다짐과 촉구 둘 다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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