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기능성 먹거리' 차별화… 소비자들, 똑똑한 선택 필요 [심층기획]

이진경 입력 2022. 11. 29.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 안착 과제는
음료·두부·녹즙 등에 유용한 성분 첨가
도입 1년10개월만에 239개 상품 출시
식품산업 활력 도모… 원료 개발도 촉진
건강 관심 높아진 소비자들 관심 끌어
일각 “건강기능식품과 혼동 우려” 지적
업계 거짓·허위 광고 등 ‘오용’ 자제해야
해외 주요국 현황은
일반식품에 질병관련 표기는 안돼
EU·日도 사업자 서류 제출 후 표시
‘본 제품에는 식후 혈당 상승 억제·혈중 중성지방 개선·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이 들어 있습니다.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

최근 출시된 한 탄산음료에 적힌 문구다. 일반 탄산음료를 마시면 혈당 상승 억제 기능이 있는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한 두부 제품에는 ‘본 제품은 체내 칼슘 흡수 촉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폴리감마글루탐산(PGA)이 들어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식품업계가 탄산음료나 두부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식품에 유용한 성분을 첨가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기능성 성분이 일정 기준 이상 포함된 경우 성분 효능을 강조할 수 있게 허용되면서 다양한 식음료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요즘, 소비자들이 쉽게 기능성 식품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성분 효과에 대한 허위·과장의 위험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식품업계 노력과 소비자들의 ‘똑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능성 표시 식품 도입 1년10개월… 200개 이상 출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12월29일부터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게 허용됐다. 홍삼, 클로렐라, 마늘 등 과학적으로 기능성이 검증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29종과 식약처에서 개별적으로 인정받은 기능성 원료를 1일 섭취량의 30% 이상 사용한 식품에만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다.
식약처가 인정하는 기능성을 가진 원료·성분을 사용해 식약처가 허가해준 기준·규격에 따라 제조·가공하며,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를 부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과는 다르다.
기능성 표시 식품은 소비자가 보는 제품 표면에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주의문구를 명시해야 하며, 정제나 캡슐 등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어린이·임산부·환자 등 민감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 △주류 △당·나트륨 등이 많은 식품은 기능성 표시가 금지되며, 성 기능 개선이나 노인 기억력 개선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표현도 사용이 금지된다.
지난해 1월 첫 기능성 표시 식품이 출시된 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527개 제품이 기능성 표시 심의를 신청했고, 97개사 239개 식품이 출시됐다. 피부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알로에 겔 성분을 넣은 녹즙,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돕는 프락토올리고당을 넣은 김치, 피로 개선에 도움이 되는 홍삼 성분이 들어간 껌 등이 판매되고 있다.

◆유용 성분 소비자 접근 제고… 허위·과장 말아야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식품산업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식품업계는 기존 제품에 유용한 성분을 첨가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능성 표시 제도 시행 후 2년 만에 관련 시장 규모가 45% 성장했다.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 원료 개발도 촉진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를 갖추면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정받아 제품 광고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일반식품을 통해 기능성 성분에 가깝게 접근할 기회가 된다. 건강기능식품처럼 별도로 챙겨 먹지 않아도 되고, 캡슐 등 다른 형태가 아니어서 거부감 없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일정량의 기능성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한 시민이 대형마트 식품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인체 유용한 효과가 있는 성분을 포함한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각에선 기능성 표시가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 표시 식품의 차이를 알지 못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도 질병 치료·예방 등 허위·과장 광고로 자주 지적을 받기에, 기능성 표시 식품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기능성 성분이 든 식품을 먹을 경우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자료가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최근 국회에서는 기능성 표시 식품을 건강기능식품법에 포함해 함께 관리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이 아닌 것처럼, 기능성 표시 식품도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고 어디까지나 일반식품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년여의 논의를 거쳐 시행된 기능성 표시 제도가 이제 시행 1년10개월 차이기에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제도가 안착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능성 표시 허용은 이해관계자들의 오랜 첨예한 논의 끝에 겨우 합의한 사안”이라며 “일부 지적이 있지만, 제도 초기인 만큼 당장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명섭 식품위생정책연구원장도 “일반식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하며, 그 수준에서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며 “정책이 자주 바뀌면 좋지 않다.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가 오용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정 원장은 “식품업계가 건강기능식품처럼 광고하는 등 거짓·과장 광고를 한다면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기능성 원료가 들어 있다고 해도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 FDA 검토·승인후 원료·성분 효능 표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외 각국도 식품 기능성 표시 규정을 갖추고 있다. 국내보다는 비교적 자유롭게 원료·성분 효능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 시리얼(왼쪽), 일본 초콜릿
1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미국은 건강과 영양에 관한 표기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사전 검토와 승인이 필요하다.

FDA에서 허가하는 특정 성분과 질병을 연관 지어 ‘건강강조표시’를 할 수 있다. △식이섬유와 심혈관계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표시 △아연과 노인 면역력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표시는 금지된다. 영양소 함량 강조표시는 정해진 요건에 맞으면 ‘Free’, ‘Low’ 등의 단어를 제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외 구조·기능 강조표시가 있는데, 영양소가 보유한 기능적 특성에 대해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식품에 대한 구조·기능 강조표시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질병 관련 내용은 표기하면 안 된다. ‘칼슘’의 경우 건강강조표시에는 ‘적절한 양의 칼슘을 섭취하면 노인 골다공증 발병 위험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가 가능하지만, 구조·기능 강조표시에서는 ‘칼슘은 튼튼한 뼈를 만듭니다’로 해야 하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시리얼에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및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라고 적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

EU는 일반식품과 건강보조식품의 ‘영양·건강강조표시에 관한 규칙안’을 두고 있다. 영양강조표시는 ‘무설탕’, ‘저지방’ 등을 말한다. 건강강조표시는 ‘식물스테롤 첨가 마가린 -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요구르트 - 콜레스테롤 감소’라고 적는다. 제조자가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 서류를 제출하고 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2015년부터 사업자가 본인의 책임하에 식품의 기능성을 신고 및 표기하는 유형의 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건기능식품에 특정보건용식품, 영양기능식품과 함께 기능성 표시 식품이 포함돼 있다. 기능성 표시가 불가능한 일반식품과 구분된다. 사전신고 방식으로, 판매 60일 전 기능성·안전성 관련 서류를 첨부해 신고하면 된다.

일본의 한 레몬음료는 난소화성덱스트린 성분을 함유해 ‘지방의 흡수 억제, 배출을 증가시킴’ 표시를 하고 있다. 한 초콜릿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GABA’ 성분을 추가해 ‘사무적 작업으로 인한 임시, 심리적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줌’으로 광고한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