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뷰] 이태원 참사 한달, 치유 위한 '추모공간' 건립 논의 필요

김동규 기자 손승환 기자 2022. 11.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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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형 참사 경각심 일깨우고 희생자 추모 공간 필요"

[편집자주] 기자(記者)는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자란 업의 본질은 ‘대신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뉴스1뷰’는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더 이상 남지 않도록 심층취재한 기사입니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view)을 전해드리겠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참사 당시 흔적이 남아있다. (공동취재) 2022.11.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손승환 기자 =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됐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그날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참사 원인 규명 작업과는 별개로 '치유'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희생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추모비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사이버상의 공간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유족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아픔을 딛고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승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추모공간이 빨리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추모공간 마련이 또다른 사회적 갈등의 씨앗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참사, 의미 부여할 '추모 공간' 필요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희생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이태원 참사는 대형 참사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사건인 만큼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에 이후에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추모비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 형태는 추모비가 될 수도 있고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추모비든지 공간이라든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며 "어떤 식으로든지 상징적인 게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육성필 서울 상담심리 대학원대학교 부교수는 "추모에 대해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사고 이후 경험한 어려움을 같이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합의 중요…'너무 무겁지 않게'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너무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 안전을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민영 센터장은 "미국의 9.11 메모리얼 파크의 경우 너무 무겁지 않게 안전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며 "유가족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떤 구성원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추모비 건립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호 교수는 "진상 규명과 별도로 참사가 발생한 만큼 적절한 치유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떠나서 참사로 인한 국민의 아픔이 적절하게 치유될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육성필 부교수도 "유가족뿐만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많은 경찰·소방·의료인·일반 시민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이분들이 겪고 있는 아픔까지 함께 귀 기울여주고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작은 동판'의 기적…해외는?

해외에서는 추모 공간을 통해 치유와 미래를 위한 디딤돌을 놓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는 거리 곳곳에는 작은 동판이 놓여있다. 나치에 의해 학살된 유대인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 앞에 놓인 동판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일까지 기록돼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 2014년 네덜란드에서도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비행기가 격추돼 300명가량이 사망했다. 탑승객 대부분이 네덜란드인이었고 당시 네덜란드 국왕과 내각은 공항에 나가서 수습된 시신을 기다리는 유족들 한명 한명을 안아줬다.

한국에서도 502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를 위한 위령탑이 양재 시민의 숲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양재시민의 숲은 삼풍백화점 붕괴가 발행한 서초동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 이에 추모 공간을 선정할 때도 유가족과 사회를 위해서 보다 섬세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민영 센터장은 "추모비든 추모 공간을 만들든 어찌 됐든 우리 사회의 안전을 촉구하고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주는 형태로 가야 한다"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 추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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