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수 같은 여야에서 한 번씩 일어나는 몹쓸 ‘기적’

조선일보 2022. 11. 29.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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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심사소위원회에서 우원식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7000억원이 넘는 내년도 국회 운영 예산을 180억원 이상 증액할 방침이라고 한다. 내년 예산안을 놓고 무조건 반대식 싸움을 벌이더니 보좌진 월급이나 의원들 복지·홍보·출장비를 늘리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국회 운영비로 편성한 예산은 7167억원이다. 올해보다 이미 168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하지만 여야는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국회 보좌진의 호봉과 수당 등을 50억원 가까이 올리기로 했다.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여는 토론회·세미나 행사 생중계 예산 51억원과 유튜브 의정 활동 예산 6억원도 추가됐다. 국회 공식 회의도 아닌 의원 개인의 행사·홍보비를 왜 국민 세금으로 대줘야 하나. 여야는 각종 특별위원회 운영과 의원 해외 출장비 등도 50억원 넘게 증액하려 한다. 국회 버스 교체와 식당 개선, 어린이집 예산도 줄줄이 증액되고 있다. 운영위에선 1인당 100만원가량이 드는 국회의원 의자를 교체해 달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여야는 각종 법안과 예산을 놓고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주택 분양 확대, 용산공원 조성, 청와대 개방,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행안부 경찰국 설치 예산은 전부 깎고, 지역 화폐와 임대주택 등 ‘이재명표 예산’은 대폭 증액했다. 정부 동의 없이 새 항목을 만들거나 증액할 수 없는데도 밀어붙였다. 정부와 여당은 준예산 사태까지 언급하며 반발했고, 민주당은 윤 정부 핵심 사업 예산만 삭감한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압박했다. 경제는 위기이고 민생 안정은 급한데 정치 타산만 하고 있다.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예산안 통과도 어려워졌다. 그런데 국회의원 밥그릇과 관련된 예산에는 여야가 손발을 맞춰 한 몸처럼 움직였다.

올해 국회의원 세비는 연 1억5426만원이다. 업무 추진비, 차량 유지비, 사무실 운영비 등 각종 지원액도 1인당 1억원이 넘는다. 각종 특권과 의전 혜택은 헤아리기 어렵다. 일본 의회는 코로나 때 고통 분담 차원에서 2년간 세비를 20% 자진 삭감했지만, 우리는 계속 올렸다. 여야는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제 밥그릇 챙기는 일엔 놀랍게 의기투합한다. 예산 정국 때마다 일어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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