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8] 80억 넘은 세계 인구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2022. 11.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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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엽의 계몽사상가들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 가까운 미래에 영생의 시대가 온다고 낙관했다. 젊은 맬서스는 이런 낙관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25년마다 인구가 두 배씩 증가한 당시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게 확실했다. 그렇지만 토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식량 생산은 천천히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맬서스가 1798년에 출판한 ‘인구론’에 의하면, 인구가 식량의 한계를 초과하면 기근과 빈곤이 만연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전염병이 돌거나 전쟁이 발발해서 많은 사람이 죽게 됨으로써 다시 인구가 줄어들 것이었다. 그러면 평화롭고 안정적인 시기가 지속되다가, 인구가 늘면 또 기근과 전쟁이 시작되었다. 인류 역사는 이런 사이클을 벗어날 수 없었는데, 이것이 ‘맬서스의 덫’이었다.

맬서스는 19세기 초 10억명의 세계 인구가 정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9세기를 통해 영농법이 꾸준히 개선되었다. 1900년에 인구가 16억이 되었지만, 식량도 비슷하게 늘어났다. 20세기에는 화학비료가 발명되었고, DDT 같은 살충제와 제초제가 생산되고, 공장식 축산이 도입되었으며, 새로운 품종의 녹색혁명과 유전자변형식품이 이어졌다. 지구의 총인구는 급속하게 늘어서 2000년에는 60억에 이르렀지만,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릴 만큼 식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당시 많은 과학자가 “맬서스는 틀렸다”고 외치면서, 인류가 맬서스의 덫을 벗어났다고 환호했다.

그렇지만 “맬서스가 옳았다”고 부르짖는 과학자도 있다. 무엇보다 21세기 지구의 상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엄청난 화석연료를 쓰고 있고, 산간과 밀림을 개간해서 경작지와 주거지를 만들어 식량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후 위기가 심화되며,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맬서스의 덫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11월 14일, 유엔은 세계 인구가 80억을 넘었다고 공표했다. 2011년에 70억을 넘은 지 11년 만이었다. 15년 뒤에는 90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맬서스가 옳았던 것인지 아니면 틀렸는지, 다시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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